‘힘 빠지는 사학법’…“임시이사의 정이사 선임은 무효”
학내 문제로 파행 운영되는 사학법인에 교육부가 파견한 임시이사는 기존 이사의 뜻에 반해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할 수 없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이는 비리 사학을 척결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을 크게 제한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사학경영권은 신성불가침?=서울고법 민사5부(조용호 부장판사)는 14일 상지대 설립자인
김문기 전 국회의원 등 옛 상지대 재단측이 “임시이사들이 기존 이사들과 협의없이 일방적으
로 정이사를 선임한 것은 부당하다”며 이 학교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피고측의 2003년 이
사회 결의는 무효”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임시이사는 사립학교 경영의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선임하는 임시적
위기 관리자이므로 그 권한도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면서 “임시이사들이 정이사와 다름
없는 권한을 행사하면 대학 설립의 목적과 취지를 변질시키고 자주성을 본질적으로 침해하
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임시이사 체제에 의해 학교법인이 정상화됐으면 학교법인 설립목
적의 영속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종전 이사들에게 경영권을 돌려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런 과정없이 임시이사들이 학교 설립과 관계없는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 최
장집 고려대 교수,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등 9명을 정이사로 선임한 것은 학교법인
의 지배구조를 변경시켜 ‘사학의 공립화·사회화’를 초래하는 것으로 위법”이라고 밝혔다.
상지대는 1992년 교내에서 분규가 일어나고 이듬해 이사였던 김씨도 부정입학과 관련된 금
품수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면서 기존 이사진 전원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엇갈린 반응=사학단체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낸 반면 교육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
했다. 고법 판결이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인용될 경우 개정 사립학교법이 타격을 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비리사학 척결을 위한 정부 개입 여지가 크게 줄어든다
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될 것이라는 기대
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 법원이 ‘사립학교 설립자’의 지위를 인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98
년 대법원 판례를 예로 들어 반박했다. 실제로 98년 7월 상문고 학교법인 설립자 명의정정
신청거부 처분 취소소송과 관련해 대법원은 ‘사립학교법령이 학교법인 설립자의 명의 정정
또는 명의 변경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아예 학교법인의 설립자
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아니한다’고 명시, 학교법인 설립자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은 바
있다.
교육부 이성희 사립대학지원과장은 “이번 판결의 취지는 정이사 선임시 임시이사들만으로
결정하지 말고 옛 재단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라는 취지로 해석된다”며 “개정 사립학교
법에는 관련 규정을 둔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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