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정상회담은 역사적으로 김대중의 몫인가?
언젠가 DJ의 추종자들이 다음과 같은 논리로 주장하는 것을 보았다. "정상회담이 역사적으로 김대중에게서 성사된 것은 거대한 역사적 흐름을 읽어내는 현명함과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는 서열을 중시하지 않는 그의 인품 때문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김일성이 나를 먼저 배알하지 않으면 정상회담 국물도 없다'라고 했답니다. 아마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도 마찬가지 심정이었을 겁니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나이순으로 김대중이 제일 많습니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는 상대를 존중해 줄 줄 알았습니다. 그에게는 누가 누구를 먼저 만나러 오는 것이 중요치 않았고, 오직 이 나라의 진로가 어떤 것이 이익이 되는지를 생각했습니다."
DJ는 본인이니까 그렇다고 치고, DJ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왜 모두들 그 모양인지 모르겠다. 박정희 대통령의 입장은 분명하다. 6.25 침략전쟁을 일으킨 정권으로부터 또다시 당하지 않으려면 확고한 방위태세를 갖추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런 침략자를 응징하지는 못할망정 침략자의 수괴와 만나기 위해 뒷돈을 갖다 바치는 역적행위를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박정희가 후세 사람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도, 경제발전이란 치적 외에 북한에 대해 당당할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한편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들은 모두들 김일성과 만나고 싶어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2. 불의와 타협한 뻔뻔함을 능력으로 포장하는 사람들
그럼 그들 대통령들은 DJ보다 능력이 부족해서 만나지 못한 것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박정희를 제외한 역대 대통령들이 김일성과 만나지 못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 번째로 김일성은 김정일과는 달리 지도자로써의 체면을 중요시 여겼기 때문에 뒷돈만 갖다 바치면 만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두 번째로 설령 뒷돈만 갖다 바치면 만날 수 있는 상대라 해도, 역대 대통령들은 DJ만큼 뻔뻔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개인적인 성과물을 위해 국가의 부를 적국에 빼돌리는 역적행위를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점이다. 참고로 YS는 김일성이 사망하지 않았다면 뒷돈을 들이지 않은 정상회담을 최초로 성사시켰을 것이다.
세상에 돈주려고 찾아오는 사람을 박대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이미 정주영씨는 DJ보다 먼저 돈들고 김정일을 만나지 않았던가? 김정일을 만났느냐 만나지 못했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성과가 있었느냐가 중요하다. 정상회담의 성과란 것이 기껏 뒷돈을 바치면 김정일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 남북경제교류라고 하는 것도 모두가 다 남한에서 일방적으로 돈을 들이는 것들인데, 세상에 공장 지어주고 철도 연결해 주겠다는데 그것을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대는 조직폭력배에게 뒷돈을 바치는 대가로 조직폭력배와 친하게 지낸다고 해서 그것을 자랑하고 싶은가?
3. 김정일, 김대중 둘 중에서 노벨상은 DJ만 받았다
DJ의 햇볕정책은 단순한 역적행위를 넘어 독재정권을 지원하는 인권유린임이 황정희에 의해 완벽히 밝혀졌다. 또한 DJ가 성사시켰다고 그토록 자랑했던 정상회담이라는 것도, 알고 보니 뒷돈만 갖다바칠 비굴한 용기(?)만 있으면 누구나 성사시킬 수 있는 연출용임도 여지없이 들통나고 말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DJ와 그 추종자들은 다급해 졌다. DJ만이 갖고 있다는 특별한 지도력에 의해 정상회담이 성사되었다는 논리를 새롭게 급조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지적 수준에나 어울릴 법한 해괴한 논리로, (겁대가리도 없이 감히)세계최고의 지성을 상대로 다음과 같은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세계최고의 지성임을 자신만만하게 주장하시는 황정희 선생님, 북한이 비록 조폭집단 보다 더 악랄한 집단이라 해도 같은 형제인데 어떻게 하겠습니까? 미워도 고와도 같은 형제인데 원만한 비리쯤은 눈감아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같은 형제의 비리에 대해서까지 원칙을 내세워 철저히 조사한다면 어떻게 형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정상회담이 노벨상을 받게 했다면 김정일도 같이 받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똑 같이 정상회담을 했더라도 김정일에게는 자격조건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인류평화에 기여한 DJ님의 특별한 지도력과 인간정신을 국제사회도 인정했기 때문이 아닐런지요? 다시 말해서 순전히 개인의 자격으로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노미네이터될 수 있는 어떤 경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4. 김정일 따위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한심한 김대중
DJ와 그 추종자들은 자신과 가까운 사람의 비리는 은폐시켜야 한다는 부도덕한 자세를 가졌으니 불법을 저지르고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김대중은 스스로가 얼마나 못났으면 인권유린정권의 독재자 김정일 따위와 비교하여 노벨상을 받았다며 자랑이나 했을까? 동네 불량배 두목과 만나 마을평화를 위한 단합대회를 개최한 공로가 인정되어 어떤 시민이 골목평화상을 받았다고 치자. 물론 상을 받기 위해 불량배 두목과 뒷거래를 했을지라도, 그러한 뒷거래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불량배들과 마을주민들과의 새로운 이벤트를 성사시켰으니 그 상징성을 인정하여 골목평화상을 줄 수도 있다고 본다.
설령 그 뒷거래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을지라도 이미 받은 상을 물릴 수는 없는 노릇이고, 또 그 시민이 자신이 받은 골목평화상경력을 동네방네에 자랑하고 다니는 것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불량배 두목도 받지 못한 골목평화상을 자신만이 혼자 받았다"며 자랑하는 대목에서는 정말로 한숨이 나올 뿐이다. 물론 불량배 두목보다 자신이 더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심이야 측은지심으로 봐줄 수 있지만, 골목평화상의 권위를 자랑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 얼마나 꼴불견인가? 인간말종에 불과한 불량배 두목과 비교해서 더 나쁜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된다고 그런 인간을 상대를 자신의 우월성을 자랑한다는 말인가?
5. DJ가 내세우는 유일한 자랑거리 "골목평화상"
DJ와 그 추종자들이 동네 불량배들보다도 더 악질로 평가받는 김정일 따위와 비교하면서까지 DJ의 노벨평화상 경력을 인정받으려 안달했던 것은 그만한 까닭이 있다. 그것은 첫 번째로 실정법을 위반했으니 통치행위로 호도하기가 어렵게 되었으며, 두 번째로 햇볕정책은 단순한 역적행위를 넘어 인권유린정권에 협력하는 기만정책이었으니 그 윤리적 정당성이 훼손되었으며, 세 번째로 뇌물의 약발로 유지되는 남북관계가 사실상 들통남으로써 약발의 힘을 DJ의 지도력으로 더 이상 포장시킬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세 번째 사실이 들통났다는 사실이 DJ에게는 가장 치명적이고 두려웠을 것이다.
정치인들 사이에 뇌물수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정법위반이야 워낙 다반사로 발견되는 일이고, DJ의 뻔뻔한 인품으로 볼 때 그 정도의 실정법 위반으로 새삼스럽게 부끄러워 할 인간은 아니다. 또 북한의 독재정권을 지원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의 자유를 향한 염원과 인권운동에 찬물을 끼얹었지만, 과거 남한의 군사정권이 안보논리로 대응했듯이 평화논리로 대응하면 상황을 합리화 시킬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약발로 유지되는 남북관계가 들통났다는 것은 DJ에게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정치인이 도덕적으로 충분히 타락하게 되면 자신의 정치적 비리에 대한 모욕보다도 무능력에 대한 모욕을 더욱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다.
6. 정상회담 없이도 상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싶은 김대중
과거 군사정권시절의 안보논리가 그러했던 것처럼, 햇볕정책의 평화논리도 겉으로는 그럴 듯 하여 많은 비리가 밝혀진 지금까지도 여전히 꽤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정책이다. 바꾸어 말하면 햇볕정책의 평화논리는 DJ정권에 의해 호의적으로 줄기차게 홍보되었기 때문에, 비록 햇볕정책이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국민들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의견의 하나로 이해(또는 합리화)되어 정치지도자의 책임으로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햇볕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 비리가 있더라도 그러한 비리에 대해 상당수의 국민들이 별로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는 도덕불감증이 집단적으로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DJ와 그 추종자들은 자신들의 도덕적 잘못을 해명하는데 별로 다급할 필요도 없게 되었다. 즉 DJ의 도덕성을 포장하는 일보다는 DJ만이 가졌다고 내세울 만한 능력을 포장하는 일이 더 다급하게 된 것이다. 김정일과 비교하여 DJ 혼자서만 노벨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그토록 내세우는 것도, 정상회담 때문에 노벨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희석시키기 위함이다. 또 DJ의 역사적 성과물을 포장하려고 저토록 발버둥치는 것은, 돈만 갖다 바치면 김정일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함이었다. 그러니까 DJ가 김정일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DJ만이 갖고 있는 어떤 능력(또는 인품)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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