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대행' 성매매, 성폭행 사각지대
역할 대행업체의 애인대행 서비스가 성 매매 유혹은 물론이고 성폭행 위험에 노출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젊은 여성들이 손쉬운 아르바이트 삼아 접근했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 있는 것. 특히 인터넷만으로 회원등록과 중개가 이루어지는 곳의 경우 개인의 신상정보가 지속적으로 유출돼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
역할 대행업체가 내세우고 있는 것은 애인, 부모, 하객 등의 역할을 해주는 순수한 서비스. 현재 주요 포털사이트에만 등록된 업체만도 30여 곳 이상이다. 하지만 이용자의 대부분은 애인대행 서비스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애인대행보다는 상대방과의 성관계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윤락녀 취급 돈으로 유혹하다 안되면 힘으로
한달 전 역할대행 사이트인 A에 애인도우미로 등록했던 이모양은 한동안 곤욕을 치렀다고 고백했다.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음란성 전화와 이메일 때문에 마음고생이 컸던 것이다. 이양은 돈도 벌고 어쩌면 진짜 좋은 남자친구도 만날 수 있다는 순진한 생각으로 애인도우미로 등록했다. 그러나 정작 애인도우미는 제대로 시작도 못해보고 꿈은 산산조각 났다.
"처음엔 하루에 1-2통, 나중엔 5-6통까지도 전화가 걸려왔어요. 대화의 시작은 조금씩 달랐지만 결론은 얼마면 섹스를 할 수 있느냐로 끝났죠. 그런 여자가 아니라고 하면 욕설이 쏟아졌구요. 어떤 사람은 싫다고 해도 집요하게 계속 전화를 걸어와서 너무 무서웠어요. 지금은 휴대폰 번호, 이메일을 모두 바꿨죠."
그나마 이양의 경우는 실제 만남까지 경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양호한 편. 스스로 '도우미킬러'임을 자처하는 30대 회사원 유모씨의 무용담(?)은 섬뜩한 구석이 없지 않다. 그는 애인도우미로 등록했다는 자체가 반 이상은 자신의 몸을 잠재적으로 허락한 여성들이라는 엉뚱한 해석부터 내렸다.
"도우미에는 두 종류가 있어요. 돈벌이가 목적인 친구들과 놀이가 목적인 친구들이죠. 만나보면 감이 딱 와요. 돈이 목적인 애들에겐 돈을 주면 되구요. 놀이가 목적인 애들은 분위기만 맞춰주면 바로 넘어오죠."
물론 유씨에게도 공략이 어려운 여성들이 있다. 이런 경우 유씨는 다시 한번 데이트를 신청해 차를 몰고 지방행을 감행한단다. 친구 약혼식이나 결혼식 등을 핑계 댄 후 가다가 여자가 돌아가기 힘든 곳에서 식사 등을 하면서 술을 먹어버린다고 한다. 물론 이때쯤이면 차안에서 이미 교감이 싹터 거부감이 없어지고 여성은 남자하기 나름이란다.
중개사이트 통해 개인정보 유출 신변위협도
애인도우미 알바를 하고 있는 김모양은 실제로 이와 흡사한 상황에서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고 한다. 장난삼아 역할대행 사이트에 회원 등록을 했는데 어느 날 결혼식에 함께 참여해달라는 요청이 왔다는 것. 예의 바르게 보이는 외모만 믿고 차에 올라탔는데 지방 국도를 한참 내달린 후 어느 순간 늑대로 돌변하더라는 것. 다행히 완강한 반항에 남자는 사과를 하고 휴게소에 내려준 후 줄행랑을 쳤다고 한다.
애인대행 가격은 대략 하루 20만원 안팎, 시간당 계산할 경우 2-5만원 정도로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 고소득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신원이 보장되지 않는 낯선 사람을 혼자서 만나야 한다는 점은 위험천만한 것이 사실이다. 일부 남성들이 애인도우미를 아예 윤락녀 취급하거나 헤픈 여자로 생각하는 것도 문제다.
성매매 특별법 실시이후 애인대행은 신종 변형 성 매매의 온상으로 지목 받아왔다. 하지만 정작 역할대행업체들은 억울하다는 입장. 이유는 애인을 대행하는 사람이나 애인도우미를 부르는 사람들 자체가 업체를 이용해 먹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역할대행업체 A사의 한 관계자는 "회원들 속마음을 업체가 일일이 파악할 수는 없다. 자기들끼리 만나서 서로 좋아서 돈을 주고받고 성관계를 한다면 어쩌겠는가. 솔직히 최근엔 윤락녀들이 애인도우미로 대거 나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누가 윤락녀인지 우리가 어떻게 구분하겠는가"라고 항변했다.
또한 인터넷 역할대행업체 B사의 관계자는 "우린 관리책임만 있을 뿐이다. 모든 것은 회원들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성 매매를 암시하는 회원들의 정보는 확인하는 대로 삭제하고 있다"면서 "개인신상정보 공개는 필수요소이고 본인도 동의한 사실인 만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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