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 딸, 그리고 아빠가 한방에 있었다.
차근차근 나의 스물다섯 인생살이를 돌아보니 참으로 겁나게 많은 일들을
겪어 왔구나 .. 참으로 나도 별짓(?) 다하고 살았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중학교때 까지 집에서 출퇴근 하는 학생, 고등학교 때에는 기숙사에 살고
주말마다 집에 오는 생활, 대학생이 되어서는 기숙사 생활에, 자취 생활
에, 또한 공원에서 홀로 잠들어 버리는게 낭만이라 여기고 그 어느 여름날
공원에서 암 모기에게 피 헌혈하면서 저녁에 잠퍼자다가 개도 안걸린다는
여름 감기에 걸리고 -_-.. 나름대로 거주지 역사만 봐도 휘왕 찬란하게
산 듯 하다..
군에서
제대를 하고 난 뒤 서울에 와서 마땅한 거주지가 생기지 않았기에 잠시 머
물렀던 곳이 있다. 고시원 -_-;; 이라고 원래 목적은 고시 시험을 보는
수험생을 위한 곳이지만..
대부분 신림동 같은 특별한 곳이 아니면 대부분의 고시원은 고시생 보다는
오히려 학생들과 직장인들이 더 많은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의 추억을
잠시 주절거려 보고자 한다..
1.
대부분은 그저 직장인과 학생들이 보증금이 없는 메리트로 들어가 사는 집.
고시원이란 공간은 ..
아주 비좁고, 침대도 딱 일인용 이며, 옆방에서 김밥 부인 옆구리 터졌네,
탈옥녀 신창순 -_-, 간첩 리철순, 벗기전인 그녀등을
벌써 세번째 보고 있구나 라는 사실도 알아챌 만큼 방음이 전혀 안되는
공간 .. (물론 마음속으로 지독한 새끼 라고 욕도 해준다.. -_-..)
하지만 내 바로 옆 호실에 사는 한 남자가 사감 몰래 여자친구 데리고
와서 라이브 음악을 들려주는 것에 대해서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며
드릴이 있다면 옆방을 뚫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낄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그리고 그 뚫어진 구멍으로 녀석과 그녀석의 여자친구인지 모를 여성에게
눈깔질을 해주고 싶기까지 했다..;;(이상한 생각은 말아달라. 단지 눈깔질
을 할 뿐이다.. 조용히;)
하지만 뭐.
나름대로 세상바닥을 많이 굴러 댕겨서 적응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으나 ..
그 어느날..
빤스차림에 샤워실에 가서 샤워를 하고 빤스차림에 내 방으로 돌아올 무렵
난 한 사람을 보기 전까지는 뭐 고시원 생활 정말 적응 잘 한다는 나의
생각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내게 큰 소리로
"꺄~~~~~~악~~~~~~~"
이라고..
외치기 전 까지는 말이다..
2.
한순간 여성틱한 목소리로 꺄악 하고 외치는 사람을 보고 나도 깜짝
놀라서 꺄~악! 하고 소리치고 싶었으나 위신이 있기에 참았다. -_-;
"빤스만 입고 뭐하는 거에요? 빨리 방으로 들어가요!"
순간 난 생각했다. 내가 어제 먹은 술이 덜깨서 바로 윗층에 있는
여자 전용 층으로 들어가서 샤워를 했나? 라고 말이다.
하지만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 방 호수를 확인해 보아도 분명 난 남자
층이 있는 이곳에 정상적으로 있었다.
"왜? 5층은 남자만 있는 층이고 난 지금 5층에 있고 난 평소에도 이렇
게 빤스만 입고 샤워하러 잘 가는데 왜그래? 여자인 네가 5층에 있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지 않을까.? 아니면 .. 남자란 무엇인가 궁금해졌니?"
난 꺄악 하고 나의 빤스차림에 놀란 한 여성을 보고 꽤 능숙하게 말을
할 수 있었다. 이게 다 군생활 덕택이다 -_-; 군생활 덕분에 약간의 뻔뻔함
과 철판스러움을 자연스러움으로 승화환 덕택이기도 하다..;;
"이 오빠가 남자란 무엇인가 가르쳐 줄 수도 있는데?"
"꺄~~~~~악~~~~~!!"
초등학교 4학년 아니면 5학년이나 되었을까? 내 앞에 있는 작은 꼬마는
두눈을 가리며 연신 소리를 지른다. 아주 귀엽게 ..
3.
어느날 알바가 일찍 끝나서 고시원에 조금 일찍 들어왔는데 난 놀랄만
한 일을 목격했다.
한 중년여성과 초등학생 몇명이 512호 실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_-;; 초등
학생도 고시원에서 생활을 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중년여성이 아들
놈 공부 안하니까 고시원에 처 넣을라고 그런건 아닐까? 하는 불길한 생각
도 들기도 했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그곳을 약간 기웃거렸는데 역시 방음이 안되는 공간이
라서 말소리가 다 들렸다.
"아이고 호식아.. 이런 곳에서 사는거야?"
"선생님! 이곳이 방이 좁긴 하지많요 그래도 참 좋은 곳이에요."
"그래? 그런데 호식이 아버님은 어딜 가셨지?"
"아 아빠한테 오늘 선생님 가정방문 온다고 빨리 오시라고 했는데 일이 많이
바쁘신가 봐요.."
방금 전 보았던 여성은 초등학생 선생님이고. 이 선생님은 지금 자신의 제자
가정방문을 온 것이다. 고시원 512호실로 말이다.. -_- 그럼 512호실에는 저
남자 초등학생과 초등학생 아빠가 함께 살고 있다는 이야기 인데..
한참 생각을 거듭할 무렵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꺄~~~~악~~~~!!"
며칠전에 들었던 그 목소리. 꼬마숙녀..
"아저씨 우리방 앞에서 뭐하는 거에요?"
"응 너네방이라니? 너 512호실에서 살고 있는거야?"
"네.. 아빠랑, 남동생이랑 함께 살아요~"
이말을 마치고 녀석은 512호로 들어갔다.
고시원에서 조금만 생활해 본 분들은 알겠지만 정말 한명 살기에도 비좁은
공간이다. 그런데 아들,딸, 그리고 이 두자식의 아버지. 즉 한 가족이 그
비좁은 공간에서 살다니..
원래 고시원 방들중 조금 큰 방이 있긴 하지만 512호실은 내가 사용하는
1인실과 동일한 방이었기에 그 크기를 짐작하고도 남음이다..
점점 호기심이 생겼다. 꼬마숙녀에게.. 아니 그 가족에게 말이다..
4.
본인은 잠을 새벽 2-3시에 주로 자는 관계로 저녁12시 정도가 되면 항상
배가 고프다. -_-;; 그래서 야참을 고시원 식당에서 주로 요리해서 먹는
다.
그날도 달걀이나 삶아 먹을까 싶어 식당에 갔는데 꼬마 두명이서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그 문제의 512호 초등학생 남여 꼬마들이 말이다.
"라면끓이나 보네? 오빠가 계란 가지고 왔는데 어때? 라면에 나의 계란을
풀어주는 대가로 내게 라면국물 조금과 라면 면발 조금 주는거 말이야?"
나의 말에 깜짝 놀라 뒤돌아보는 꼬마숙녀와 꼬마 사내...
그들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듯 보였다. -_-..
(이것들 라면 사먹을 돈도 없는걸까? 순간 연민의 감정이 밀려오기도 한다.)
"누나.. 라면에 계란 풀어 넣으면 더 맛있잖아! 그냥 저 아저씨 라면
쬐끔만 나눠주자! 응?"
꼬마사내는 나의 계란에 푹 빠져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꼬마숙녀도 한참
을 고민하더니 마침내 흔들렸다..
"정말 쬐끔만 먹어야 해요?"
"그래 알았다. 난 말이다. 너네같은 꼬마들이 코묻은 손으로 끓인 라면을
많이 빼앗아 먹을만큼 양심이 없진않아!"
녀석들은 나의 강인한 어투에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는지 방긋 웃으며 나의
계란을 빼앗아 라면을 끓이고 있는 냄비에 넣는다..
그리고 잠시뒤..
"아저씨? 라면 면발 절반이나 가져가면 어떻게 해요? 우리들 같은 어린아이
들이 끓인 라면을 양심없게 많이 빼앗아 먹지 않는다고 했잖아요?"
"내가 언제? 나 그런말 한적 없다." -_-;;;
이렇게 해서 난 녀석들과 악연을 또하나 추가하게 되었다.
5.
고시원 안에서는 흡연을 할 수 없기에 주로 고시원 문을 열고 난 뒤 계단에
탁자 몇개를 가져다 놓고 그곳에서 담배를 피울수 있게 만들어 놓은 곳이
대 부분이다.
그날도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어느새 다가왔는지 내 옆에 꼬마 숙녀가 앉
더니 잔소리를 해대기 시작한다.
"그렇게 담배 많이 피우면 아저씨 금방 죽을걸?"
"재수없는 소리 하지마. 난 아직 결혼도 안했어. 결혼 안하고 죽을 순 없어.
그리고 난 벽에 똥칠 -_-; 할때까지 잘 살꺼야. 그러니까 시꺼!!"
"그렇게 담배 많이 피우면 아저씨 정말 금방 죽을걸?"
"야!! 너 지금 담배 맛 떨어지게 할래? 빨리 방에나 들어가. 간접흡연 하면
오히려 네가 빨리 죽을걸?"
"그렇게 담배 많이 피우면 아저씨 정말 금방 죽을걸?"
"독한 가시내 -_-;; 졌다. 졌어. 담배를 안피우마!!"
"그래 피우지마.. 우리 아빠도 담배 많이 피워서 건강이 안좋으니까. 그러
니까 아저씨도 피우면 안되.."
요즘 초등학생 발육 상태가 아무리 좋고, 정신적인 연령이 향상되었다고
해도 역시 생각하는 것은 초등학생 순수함. 아니면 솔직함 그 자체가 아닐
까 싶다..
그리고 그런 솔직함을 갖은 한 꼬마숙녀는 내 옆에서 .. 나의 건강을 걱정
해 주고 있었다.
6.
또 다시 밤 12시가 되었다. 이번에는 고추장 참치 비빔밥을 만들어 먹을까
싶어 고시원 식당 문을 열었다. 보통 저녁 12시면 조용한데 그곳에는 불이
켜져 있었고,
꼬마숙녀와 꼬마사내 그리고 중년의 한 남성이 오붓하게 식사를 하고 있었
다..
"잡담군 아저씨.. 안녕~! 옆에 있는 분이 우리 아빠야!!"
"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저번에 우리 자식들 라면 절반이나
빼앗아 먹은 파렴치한놈이라고 들었는데?"
-_-;;
"핫핫핫.. 파렴치 한 놈이라니요. 라면을 빼앗아 먹긴 했지만 파렴치한 놈
은 아닙니다.. 양심없는 놈이지;;"
"푸핫핫핫.. 자자 앉으세요.."
드디어 보았다. 꼬마들의 아버지를 말이다.. 얼굴에는 면도를 며칠째 하지
않았는지 덥수룩한 수염이 가득하고, 몸에서는 땀냄새가 진동을 하는 한 중년
남성을 말이다.
밥 반찬을 자세히 보니 반찬은 김치 하나요, 그대신 각자의 밥그릇에는 계란
후라이가 큼직하게 하나씩 었었다..
"녀석들이 계란 후라이를 그렇게 먹고 싶다고 졸라서.."
그 순간 난 내가 들고온 참치캔 한개와 고추장 통을 뒤로 숨길 수 밖에 없었
다. 이들 앞에서 내가 밥에 고추장 뿌리고 거기에 참치 곁들여서 밥을 비벼먹
는 다는게 왠지 큰 죄를 짓는것 같았기 때문이다.
머뭇거리던 내게 그 야저씨는 웃으면서 내게 말을 건낸다..
"저기 괜찮으시다면 소주한잔 하실래요?"
7.
솔직히 조금 기대를 했다. 나보다 40대 중반 아니면 후반 되는듯한 사람이
내게 소주한잔 하실래요? 라고 말한 것은 자신이 소주를 한잔 사준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고 -_-..
그것은 최소한 포장마차 급으로 시작해서 좀 오바하면 일반 소주방을 생각하
게 하는 그런 멘트인데 난 그날밤.. 512호실에서 아저씨와 소주를 마시고 있
었다. -_-
침대위에는 꼬마들 두명이 잠을 자고 아저씨는 침대옆 아주 비좁은 공간에서
잠을 자나 보다. 꼬마들은 벌써 잠에 빠져 들었고, 우리들은 꼬마들이 깨지
않게 스탠드를 켜놓고 깡소주 한병씩에 안주는 ..
내가 비벼먹을려고 가져온 참치캔 하나로 우린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_-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 하며 술을 먹다보니 참 많은걸 알 수 있었다..
아저씨는 고아 출신이시고 아저씨의 부인이자 꼬마들의 어머니인 한 사람은
바람나서 집에 있는 재산을 가지도 튀었다고 한다. -_-;;
물론 자신의 자식들에게는 자신들의 엄마가 갑자기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물론 셋방살이 처지라 금방 쫓겨나서 이리저리 떠 돌다가 이 고시원 까지
오게 되었고 막노동 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계속 일 할수 있는 자리를 잡아
서 근근히 살아가고 계신다고 한다.
그래서 꼬마녀석들 담임 선생님이 이곳으로 가정방문 오셨던 거구나..
그날 이후 나와 아저씨는 찰떡 궁합이 되었다..
담배를 피울때도 함께 나와서 피우고 가끔 서로의 방을 오가며 소주도
한잔 마시면서 인생 이야기를 하는 그런 것 말이다..
8.
"그렇게 담배 많이 피우면 아저씨 정말 금방 죽을걸?"
"아씨.. 알았어 끈다 꺼!"
담배 피우다 꼬마숙녀에게 또 걸렸다.. -_-
꼬마숙녀의 이런 잔소리.. 뭐랄까 왠지 따스하다. 어쩌면 이렇게 잔소리
를 듣는다는게 어쩌면 그 어떤 사람이 존재하는 가치. 그래 적어도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이 한명정도는 있구나 싶은 그런 마음이 들게하는 가치..
그래서 난 꼬마숙녀의 이런 잔소리를 좋아하게 되었다. 하지만 활짝 웃으
며 꼬마숙녀를 보았을 때 꼬마숙녀는 얼굴이 축 쳐져 있었다..
"왜 오늘 학교에서 또 네 짝꿍이 찝쩍거린다고 주먹으로 날려버려서
선생님께 혼난거야?" -_-..
"아저씨 어머니는 어떤 사람이야? 아저씨 같은 모자란 분을 낳은거 보면
분명 아저씨 어머니는 아저씨 낳았을 때 고생했을 거야.."
"아니지. 우리 어머니는 나 같은 천재를 낳게 되어 무척 기쁘셨다고 말
했어!"
"거짓말이지?"
"응" -_-;
"아저씨 .. 우리 엄마 얼굴을 잊을려고 해도 잘 잊혀지지 않아.."
"하긴.. 돌아가신 너희 어머니 얼굴을 엊지 그리 쉽게 잊어버리겠니.."
"아니. 우리 엄마 바람나서 도망간거 다 알아.. 아빠는 우리한테 엄마
가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말했지만 학교에서 친구들디 다 말해줘서 알았
는걸 뭐.."
아....
그렇구나.. 하긴 그렇겠구나..
갑자기 내 앞에 있는 꼬마숙녀가 어른이 되어버린 듯한 착각을 느낀다.
이 이런나이에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할까..?
순간 참지 못하는 격한 감정에 사로 잡혀서 녀석을 안아버리고 말았다.
녀석은 내 표정을 보더니 잠시 내 품에 안겨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내 귀에 속삭였다..(이때 살짝 흥분했다;)
"오빠 나 한번 껴 안았으니까 천원이야!"
"뭐야? 나의 바다를 품어버리고 남을 넒은 가슴에 안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특권인지 몰라서 그래. 그러니까 네가 나한테 천원줘?"
"오빠 나 한번 껴 안았으니까 천원이야!" -_-
"야.. 그러니까 말이지...."
"오빠 나 한번 껴 안았으니까 천원이야!"
"그..그래 알았다.. 너 자라면 정말 살림 알뜰하게 잘할것 같다. 너 결혼
해서 너네 남편한테도 껴안았다고 천원씩 받을 작정이지?"
"헤헤헤 그래~ 어서 천원줘?"
"천원이면 되는거야? 그럼 두번더 껴안을께.. 그리고 삼천원 주면 되지?"
그날 난 삼천원을 주고 녀석을 세번 껴 안았다.. -_-..
뭐 용돈준 셈이지 뭐..;;
녀석을 껴 안고 난 뒤 녀석은 약간 얼굴이 빨개지며 (후후.당연하지 나의
가슴이 얼마나 따뜻한데. 아마 녀석의 얼굴은 나의 뜨거운 가슴으로 인해
익어버렸을 게 분명하다..;;)
내게 말한다..
"아저씨 혹시나 하는 말인데 우리 아빠한테. 내가 엄마 도망간거 다 안다
는 거 비밀이야. 아빠가 그 사실 아시면 얼마나 가슴 아프 시겠어~..그러
니깐 비밀이다 ^^"
그래.. 난 마음속으로 외쳤다.
평생 비밀로 해줄께..
epilogue.
야밤에 잠을 자다 난 불쑥 깼다.. 옆방 사는 남정네 또 .. 간첩 리철순을
보기 시작했나 보다. -_-.. 차라리 용의 궁물을 볼 것이지 ;;
더운날 잠에서 깨다 보니 갑자기 샤워가 하고 싶어진다. 펜티만 걸치고
수건 한장과 세면도구를 들고 샤워실로 향한다..
그때였다..
"꺄~~~~~악~~~~~"
뭐 이제 놀라지도 않는다.. 그냥 뒤도 안 돌아보고 말한다.
"꼬마.. 뭐야? 너 내 몸 질리도록 봤잖아? 이제 놀랄것도 없잖아?"
"있어. 아저씨 펜티 똥꼬가 먹었지롱~ 우하하하핫.."
-_-;;;
녀석을 무시하고 샤워를 하러 들어가려는데 그 순간 녀석이 내 앞을 가로
막는다..
"뭐야? 오호라. 드디어 남자의 진정한 모습을 알고 싶은 게냐?"
"그게 아니라. 아저씨.. 사실 우리 내일 이사가.. 아빠가 일 열심히 해서
괜찮은 방 얻었어~"
"그래? 잘 다!!!"
녀석들을 알게 된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참 많은 일들을 겪었고 정도 많이
들었는데 헤어지는 게 아쉬웠다. 그래서 그 순간 난 펜티 차림으로 꼬마숙녀
를 껴 안았다..
눈깔질을 하며 나를 야려보는 그 모습까지도 좋게만 느껴진다. 그리고 안타깝게
느껴진다.
"오늘은 천원 달라구 안해?"
"응. 내일이면 아저씨 나 못봐서 엉엉 울거 뻔 하니깐 봐줄께. 헤헤"
"하하핫.. 그래.. 안녕이다!!"
그리고 그 다음 그 작은 고시원 방에서 단란하게 살았던 한 가족은 이사를 갔다.
최근...
경기가 나빠져서 세상살기 참 힘들어 졌다. 사회면에서는 심심치 않게 자신의
자식들을 죽이고 나서 자가 자신들도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가 자주 보인다.
그런 기사를 볼 때 마다 난 그때 만났던 이 가족을 생각하고 추억한다.
그 좁디 좁은 고시원 1인실 공간에서 단란한 세식구가 깨소금 쏟아내며 살았던
그 추억을 말이다.. 그 어떤 힘겨움이 있더라도 항상 밝게 웃으며 헤쳐나가는
그들을 말이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 소주한잔 하고 싶어진다. 비록 낮인데도 말이다.
갑자기 내린 비처럼 생각나는 이 가족을 추억하며.. 자신의 아버지에게는 자신
의 어머니가 교통사고 난게 아니라 도망간 걸 자신이 안다는 걸 비밀로 해달라
는 한 꼬마숙녀를,
라면 좀 많이 빼앗아 먹었다고 나를 파렴치 없는 놈으로 만든 꼬마숙녀를,..
담배좀 그만 피우라고 날 걱정해주던 꼬마숙녀를 .. 나의 빤스차림을 보고 꺄악
하고 소리질렀던 꼬마숙녀를..
그리고 그 어린신체 속에 정말 세상이 야속하게도 철이 들어 버린 이성과 가슴
을 않고 사는 연민을 자아내는 꼬마숙녀를 생각하며..
조용히 소주한잔 입에 털어 넣어야 겠다..
그리고 지금 막 생각난건데.. 지금은 좀 컸을 것이고 여자다운 모습도 제법 보
였을 테니 한번 다시 만나서 천원주고 다시 껴 안고 싶은데 -_-.. 어찌 만나야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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