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명절을 끝내고 귀향후 첫 출근일인 지난 10월 9일 난데없는 북한 핵실험소식이 국내외에 알려졌다. TV매체들은 온종일 핵뉴스로 채우면서 그 어떤 연속극같은 프로도 다 접은 상태에서 보도되니 그 심각성은 시간이 감에 따라 더해만 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국의 반기문(潘基文) 외교부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이 13일 오후 3시(한국시각 14일 오전 4시) 유엔총회에서 공식 선출되었다는 낭보가 한국에 날아 들었다. 유엔 안보리에 의해 단일 후보로 추천된 반 장관은 이날 총회에서 추인을 받았던 것이다.
거의 동시기에 일어난 남과 북의 너무나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소식이었다.
먼저 북 핵실험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자. 그러니까 핵무기는 현재 지구에 보유된 양만 가지고서도 인류를 수백 수천번이상 파괴할 수 있는 그야말로 악의 화신이다. 이미 미,영,불,러,중 5개 공식 핵보유국이외에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인도,파케스탄에 이어 금번 북한이 핵실험에 이어 보유를 선언하면 이제 핵보유국은 8개국으로 늘어난다. 그런데 핵실험은 이미 잘 알려지다시피 고도의 까다로운 기술력을 동반하기에 실험과정에서 갖가지 예기치 못할 재난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사고발생시엔 자국(自國)뿐 아니라 주변국의 존립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세계문제로 비화된다. 더더욱 염려스런 것은 주변국가와 군비경쟁를 일으켜 핵보유를 확산시키는 핵도미노현상이라는 점이다. 실제 과거 냉전시대의 미. 소가 그리고 근년의 인도,파케스탄의 적대적 관계가 상호 핵무기 보유경쟁으로 이어지게 했던 대표적 실례가 이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결국 금번 북한 핵실험은 국내 뿐만 아니라 인근 일본에게도 핵무장의 정당성을 심어주는 빌미를 준다는 데에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유엔은 어떤가? 2차대전이후 기존 국제연맹을 대체한 새로운 집단안전보장체제로 탄생한 유엔(국제연합)은 그간 수많은 전쟁, 자연재해 등에 참여하여 세계평화의 중심역할을 해왔다. 그 조직의 사무총장이면 대외적으로는 유엔을 대표하고, 대내적으로는 유엔의 모든 사무국을 지휘 감독하는 막중의 평화의 조정자인 것이다. 금번 북의 핵실험도 유엔중심의 해결방안이 주 안건으로 등장할 것이기에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런데 너무도 극단적인 두 사건의 중심인물이 남과 북으로 갈린 한국인이었다니 참으로 흥미롭고 신기하기만 하다는 사실이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는 너무도 믿기지 않는 대목이다. 그러니까 작금의 세계평화를 깨뜨릴 수 있는 핵실험의 열쇠와 아울러 이를 해결해야 할 평화유엔의 열쇠가 모두 남과 북에 달려있는 것다. 결국 21세기 마지막 냉전지로서 첨예한 국제관계가 얽히고 설킨 이곳 한반도가 공교롭게도 그 해결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두가지 지혜있는 처신이 필요할 것 같다.
먼저 어려운 상황일수록 나라모두가 하나되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이미 지난 10월 9일 북핵문제로 이 나라는 온통 진보보수의 분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햇볕정책을 폐기하라, 전쟁도 불사하겠다, 심지어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등 따지고 보면 모두가 북핵문제를 막아야 한다는 공통의 해답인 데도 온통 당리당략의 주의주장뿐이다. 북핵문제가 어디 하루이틀에 해결 될 문제인가! 이럴 때일수록 정부, 국민 모두가 하나되어 인내를 갖고 냉정한 대응을 할 때라고 생각하기에 말이다.
그리고 이제까지와 좀 더 다른 시각에서 살펴보자. 옛말에 임금이 어질면 농사가 잘된다는 것처럼 우리는 옛부터 천리(天理)를 소중히 여겨왔다. 과거 한때 그토록 인재(人災)가 많았던 때에 국민모두는 ‘민심이 천심’이라는 표현으로 그 정권의 실정을 질타했던 교훈이 새삼스럽게 생각난다. 그런 의미에서 왜 작금의 세계문제에 남과 북이 얽혀있는지 곱씹어 볼 일이다. 모르긴 몰라도 지금 우리앞엔 북핵이라는 ‘위기’만큼이나 그 해결을 위한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의 ‘해결방안’을 동시에 부여했던 기가 막힌 천리(天理)가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기에 오히려 ‘위기’가 ‘기회’가 되는 나라의 운세로 바뀔 지도 모르는 중차대한 시기도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북핵위기가 심화될수록 오히려 남북통일의 때는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기도 8.15광복이 누구도 모르게 찾아왔던 것처럼 불현듯 찾아올 것이다. 여기에 위대한 한민족의 지혜로써 어떻게 남북통일을 이룰 것인가를 그 천리(天理)앞에 고민하고 찾아야하는 책임분담이 함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가슴깊이 새겨 부르는 애국가 속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가 만세’가 영원세세토록 이어지도록 말이다.
2006년 10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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