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125/ 기사 제목 ‘고문기술자’ 에 대하여
송희영 편집국장님과 최경운 기자님께
조선일보는 기사 제목에 신중을 기하는 신문이라 알고 있었던 독자입니다. 그러나 11월 2일자 A9면에 2단 기사로 보도된 기사제목 ‘고문 기술자 이근안씨 석방’은 아무리 다각도로 해석해 보아도 적절치 못한 제목이라고 보아 실망했습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이 견해의 근거를 밝힙니다.
‘고문 기술자’라는 용어는 가치 평가적인, 인격 비하적인 용어라고 봅니다. 한 신문사의 기자가 어떤 한 개인의 과거에 사용됐던 여러 가지 칭호 중에서 공식적인 칭호를 쓰지 않고, 굳이 멸시감이 담긴 칭호를 쓴다는 것은 기자가 독자에게 사실 전달만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까지 전달한 셈이 된다고 봅니다. 논설에서 쓰는 것은 무방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서, 박정희 대통령이 독재자라는 것은 본인 자신이 수긍할 정도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추도식을 보도하는 신문기사 제목에서 ‘독재자 박정희 추도식’이라고 쓴다면 망발이라고 봅니다.
또 한 가지 측면은 죄와 벌은 빚 청산과 비슷하다는 논리입니다.
이근안씨는 법의 심판에 따라 7년 형기를 ― 그 흔해 빠진 집행유예도 아니고 ― 실제 복역으로 마쳤습니다. 빚을 완벽하게 청산한 셈입니다. 이런 그에게 ‘고문기술자’라는, 경멸감이 듬뿍 들어있는 칭호를 두고두고 사용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일일까요? 기사 제목에서나 본문에서나 마땅히 ‘전 경감 이근안’이라고 써야 옳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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