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남은 25개월의 시간을 잘 살려 쓰는 방법에 대해 몇 가지 건의합니다.
1. 매주 수요일 오후는 모든 업무를 중단하시고, 독서를 하시는 것이 어떨까요? 청와대 전체 직원과 함께. 책을 안 읽기로 유명한 우리 국민의 독서 풍조를 선도(先導)하기 위하여. 아사 직전인 이 나라 출판문화를 살리기 위하여. 그 무엇보다도 님의 머리 속을 대청소하기 위하여.
2. 경제학 분야의 기초는 학창시절에 이미 마스터했을 터이니, 한국과 동서양의 고전들을 주로 읽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노무현씨 머리 속에는 386세대들 수준의 잡동사니 지식밖에 들어있지 않다"라는 세상 사람들의 심각한 걱정에 때때로 수긍이 가기 때문에 드리는 쓴소리올시다.
3. 우선, 사서(四書) 중에서는 《중용》과《맹자》,《논어》를, 삼경(三經) 중에서는 《서경》과 《주역》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시간 여유가 적으면, 사서 중에서는 《맹자》를, 삼경 중에서는 《주역》만이라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번역본으로. 만사 제쳐두고 《맹자》부터 읽어보세요.
4. 위의 책들을 읽다가 답답하면, 사이사이에 다른 책을 읽는 것도 좋겠지요. 이 때 읽을 책으로 제 주관에 의해 천거할 도서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가.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
나. 이충무공의 《난중일기》
다. 서애 유성룡의 《징비록》
라. 이 사람 저 사람이 쓴《안창호 전기》
마. 《거대한 체스 판》(Z. 브레진스키 지음, 김명섭 옮김, 삼인출판사,2000)
바. 《메가 컴피티션 경영》(일본경제신문사 편, 류화선 역, 거름출판사,1996)
사. 《트러스트(TRUST)》(프랜시스 휴쿠야마 지음, 구승회 옮김, 한국경제신문사, 1996)
5. 전체 국가공무원들에게 "매주 수요일은 공부하는 날"이란 제도 ― 지구상의 그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이 제도 ―를 강력하게 실천해 준다면, 이 업적 하나만은 반드시 역사에 기록될는지도 모릅니다.
6. 독서의 미덕이 여러 가지 있지만, 저는 가장 큰 미덕을 "독서를 하는 중에는 말을 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봅니다. 당신은 말 많기로 유명한 큰머슴으로 역사에 기록될 우려가 있기에 간곡히 건의합니다. 부디 매주 수요일 오후 시간만이라도 독서를 하세요. 저절로 입이 다물어질 것입니다.
7. 위의 글을 훑어보니까 단 한 글자도 빼어야 할 글자가 없군요.
8. 남은 25개월이란 시간을 부디 생산적으로 보내시기 바랍니다. 독서야말로 가장 생산적인 시간 소비라고 확신하고 실천해 보시기 바랍니다.
9. 당신이 독서를 솔선수범하면 이 나라에 기적이 일어날는지도 모릅니다.그 동안의 이 나라에는 공부를 통 안 하여 "빈깡통 같은 대가리"들이 너무 많았으니까요. 기적을 이끌어낸 큰머슴이 되고 싶은 생각 없으신가요?
0. 위의 책들이 따분할 때는 《아라비안 나이트》를 읽는 것도 괜찮지요. 많은 지혜를 얻을 수 있으니까.
* 단행본보다 10권 이상으로 된 전집을 읽어야 제 맛이 남. 도서출판 '명문당' 판이 제대로 번역되어 있음.
위대한 결단,
비범한 변신을 기대해 봅니다.
//050719일 불의 날
0943분에
/유장(酉章) 전태수(全泰樹) 사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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