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면 된다'', 한화갑 대표 기소 나쁜 선례
[노컷뉴스 2004-06-26 08:07]
검찰의 구속집행에 반발해 왔던 한화갑 민주당 대표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현실적으로 구속집행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정당한 구속집행도 버티면 면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이다.
한화갑 대표가 결국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25일 한 대표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지난 2002년 4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SK그룹으로부터 4억원을, 또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는 하이테크하우징 박모 회장으로부터 6억5000만원을 전달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 1월 31일 SK에서 받은 부분만 인정돼 구속영장이 발부됐지만 표적수사와 형평성 문제를 들어 법 집행에 응하지 않았다.
한 대표는 다음날인 2월 1일부터 당사에서 머물면서 검찰의 영장 집행에 항의하며 농성에 들어갔고 당원들이 물리력으로 맞서 결국 검찰은 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을 집행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당사에 머물고 당원들이 물리력으로 영장집행 저지
검찰이 밝힌 불구속 기소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현실적 어려움과 형평성 문제 때문이다.
현실적 어려움은 구속영장을 재청구해 발부 받는다고 해도 집행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한 의원은 지난 2월에는 단순히 국회의원 신분이었지만 지금은 민주당의 대표여서 더욱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형평성 문제는 지난 16대 국회의원 가운데 경선자금과 관련해 구속된 사례가 한 건도 없다는 점이다.
서울중앙지검 고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구속집행이 어렵고 경선자금으로 구속된 사례가 없다"며 이같은 점을 강조했다.
송광수 검찰총장도 이와 관련해 "불구속 기소가 맞는 것 같다, 공당의 대표인 점도 감안했다"고 말해 대검과 서울지검의 사전 조율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경선자금 구속사례 없고 공당 대표 감안"
그러나 검찰의 설명은 5개월 전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정치적 고려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는 방침 아래 구속영장 재청구 시점을 저울질해 왔다.
그러나 5개월이 지난 지금 달라진 상황을 이유로 대선자금 수사 당시 천명했던 원칙에서 후퇴한 것이다. 따라서 정당한 구속집행도 버티면 면할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이다.
대한변협 김갑배 법제이사는 "정당한 구속영장 집행에 대해서 물리력으로 저지한 사건에 대해서 검찰이 이제 와서 불구속으로 기소하는 것은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 것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검찰이 이제 와서 경선자금을 불법정치자금과 분리해 형평성의 잣대를 들이댄 점도 결국 한 대표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버티면 된다", 나쁜 선례 남겨
한편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에 대한 경선자금 수사는 대검 중수부가 맡고 있는데, 검찰은 앞서 한화갑 대표의 구속집행이 무산되자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전 의장에 대한 경선자금 수사와 함께 처리하겠다고 말해왔다.
일단 서울지검에서 한화갑 대표를 기소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처리 방침도 바뀐 셈이다.
이와 관련해 송광수 검찰총장은 "중수부에서 아직 수사가 덜 돼 이미 끝난 한 대표부터 처리한 것"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멀리했다.
또 노 대통령 등의 경선자금 수사는 늦어도 8월 말까지는 끝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벌써부터 한 대표만 기소했다며 또 다시 형평성 시비를 들고 나오고 있어 검찰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관심이다.
CBS사회부 박재석기자
114910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