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교수/동북아비전21연구소 이사장
개정된 사립학교법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개정한 법을 놓고 다시 개정해야 한다며 일부 사학법인과 야당의 저항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국인의 교육에 관한 열정과 관심은 세계 최고라고 일컬어진다. 그런데 그런 우리 국민 대다수가 사학법 재개정에 별 반응이 없으니, 재개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인지 조금은 의아하다.
간혹 정치가들은 국민들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는 사항들을, 마치 찬성이나 반대를 하는 것처럼 몰고 가며, 여론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이끌어간다. 그런 정치가들을 지지하거나 추종하는 세력들은 그에 맞추어 시위도 해가며, 정말 어떤 법안들이 잘못이나 된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고 결국 여론몰이에 이용된다. 하지만 관계 당사자도 아니고 정보나 관심이 없는 상당수의 국민들은, 그 법안으로 무엇이 어떻게 되는지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정부가 비민주적이고 부패한 사학의 개혁을 위해 사학법을 개정했나보다 하며 지나칠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혹 현 정부에 실증을 느낀 사람들이라면 법안의 내용에 관계없이 그냥 반대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국민들이 개정된 사학법에 대해 바르게 이해하고 사학법 재개정에 대한 여론을 형성한다면, 사학법은 재개정하여 보다 나은 법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해당 단체들의 이권싸움에 국민들이 영문도 모르는 채 휘둘리는 경우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개혁에는 저항이 많다. 기득권을 빼앗기는 측은 나름의 논리로 저항하지만 대개는 자신들에 유리하거나 필요한 부분만을 부각시켜 그것이 전체인양 항변하는 경우가 많아 시대흐름에 역행한다는 평을 면하기 어렵다. 사학법 재개정 논란이 국민을 위한다면서 내실 기득권층 보호에 전력을 다해왔던 구시대적 정치인들의 반복된 모습이어서는 안될 것이다.
공교육이 무너졌다는 소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무너진 공교육을 바로잡기 위해 어떤 학교가 학교차원에서 독자적으로 노력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언제나 건학이념의 숭고함을 주장하는 사학재단에서조차 그런 이야기는 별로 들을 수가 없다. 정상적인 일은 화제가 되지 못하니 알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좋은 일이나 나쁜 일들은 뉴스로든 소문으로든 들려오기 마련이다. 공교육 붕괴를 개탄하여 사학재단에서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 이를 극복하려 했다는 소리는 듣지 못하지만, 사학비리라 하여 사학재단의 부조리나 부정, 악행 등은 뉴스에 끊이지 않는다. 의혹이 제기되어 조사를 받는 사학재단마다 사실로 드러나는 엄청난 비리에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사학건립에는 설립자의 숭고한 이념이 있을 것이다. 국가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인재양성기관인 학교설립에 철학과 이념이 없어서야 말이 되겠는가사학의 건학이념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하며, 사학은 건학이념을 충실하게 구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학재단은 숭고한 건학이념 구현을 위해 나름대로의 노력을 해왔을 것이고, 건학이념이 구현된 훌륭한 사학재단들이 많이 탄생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물론 훌륭한 사학재단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가끔 사학의 건학이념을 이야기하며 개정된 사학법이 이를 훼손한다고 주장한다. 건학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행해온 사학재단의 선행과 미덕을 많은 국민들이 잘 알지 못한다.
개정사학법이 건학이념구현에 방해가 된다니 지금까지 건학이념으로 무엇을 해왔는지, 지금까지 잘해오던 건학이념구현에 개정사학법이 무슨 악영향을 끼치는지 모든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주어야 할 것이다. 건학이념 훼손을 말하기 전에 건학이념 구현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 보아야할 것이다. 공교육의 붕괴와 만연된 사학비리는 건학이념구현의 거부이자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는 모든 국민 한사람 한사람을 키워내는 교육의 장이다. 건전한 사학재단의 모습은 일부가 아니라 반드시 전체 사학재단의 모습이어야만 한다. 건학이념의 구현은 바르고 깨끗한 교육의 장을 만드는 것이다. 학교운영에 누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인가 하는 권력투쟁적인 사고로는 민주적이고 건전한 사학을 탄생시키기 어렵다. 사학법 재개정이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고 사학을 살리는 길일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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