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3不’로부터 자유롭게 하라.
[문화일보 2005-07-22 14:14]
지난 20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교육부총리와 토론자 간에 교육정책을 두고 뜨거운 공방이 오고 갔다. 겉으로 보기에는 토 론자들이 그를 궁지에 몰아넣은 것으로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 면 취임 전에 수립된 정책이 그를 옭아매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 다.
2008학년도 서울대 통합형 논술입시안 파동의 원인을 제공한 것 도 따지고 보면 대입 3불 정책, 고교평준화 정책, 그리고 수능등 급제이다. 학생들의 고등학교선택권이 없는 상황에서 학교 간의 차이를 인정하지도 못하고 본고사도 금지하기 때문에 그간 주로 수험생들의 수능성적을 기준으로 신입생을 선발할 수밖에 없었는 데, 수능이 등급제로 바뀌다보니 기존의 논술로는 변별력이 부족 하다고 판단한 서울대가 통합형논술 카드를 내민 것이다.
모름지기 정책이란 시대적 상황의 산물이다. 대입 3불정책은 김 영삼정부에서, 고교평준화 정책은 박정희정부에서 시작됐다. 시 대적 상황이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 교 원단체 등은 이 정책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고 있다. 그리고 이 정책을 지키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지식기반사회의 도래로 교육은 개인 삶의 질은 물론, 조직의 생 산성,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게 됐다. 국가경쟁력은 기업경 쟁력에 의해, 기업경쟁력은 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정부의 경쟁력 과 인력을 공급하는 학교의 경쟁력, 특히 대학경쟁력에 의해 결 정되는 사회가 된 것이다. 선진국들이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도 다 여기에 있다. 이제 대학정책도 시대적 상 황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시대상황의 변화에 맞게 국가의 미래를 위한 대학정책을 전향적 으로 수립하는 방향은 다양성이다. 과거 중앙집권적 의사결정체 제의 관행이 대학 정책에도 그대로 투영되어 모든 대학을 획일적 으로 규제하다 보니 대학 경쟁력이 오히려 약화되는 모순이 나타 나고 있다. 최근 다양성을 바탕으로 추진되는 지방 대학 특성화 사업과 교육부·산자부·노동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산학협력대학 육성정책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대입정책도 마찬가지이다. 획일적인 기존 정책을 고집할 게 아니 라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국립대학은 중앙정부와, 공립대학은 지방정부와 각기 정책을 조율하고, 사립대학은 자율권을 보장하 는 분권화로 가야 다양성이 인정된다. 마침 교육부총리가 서울대 입시 방향이 옳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언급했고, 서울대 ?記葯?정부 정책에 반대할 의사가 없다고 했으므로 중앙정부와 국립대학 간에 정책이 잘 조율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국가경쟁력이 인적자원의 질에 따라 좌우된다는 인식이 보편화됨 에 따라 세계 각국은 교육개혁을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역이나 관세 정책 등을 통해 수출 경쟁력을 높 이면 국제기구나 외국으로부터 정치·경제적 압력이 들어오지만, 교육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면 시비를 걸 수가 없기 때문 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상반된 여론에 얽매여 옴짝달싹 못 하고 있다. 여당과 야당은 물론 교원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나아 가 국민 모두가 교육의 이해 당사자로서 정책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을 하기 때문이다. 모든 이해관계 집단의 요구를 획일적인 정책으로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정책의 다양성이 요구된다.
교육부총리가 획일적인 대입 3불정책으로부터 자유로워야 국가 백년대계(百年大計) 차원의 교육정책을 세울 수 있다. 그래야 국 민과 국가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선택의 자유와 충분한 시간을 보장하지 않고, 사안마다 공 격하게 되면 근본 해결책이 아닌 미봉책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 미봉책에 대한 부작용은 항상 국민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 아오기 때문에 교육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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