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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불만] “학교급식서 꽁초·바퀴벌레 나왔다”
“조리실 퀘퀘한 냄새… 사고 날줄 알았다”

▲사진설명 : 학교급식 후 식중독에 걸린 성동여자실업고등학교 학생들이 28일 서울 중구 국립의료원 응급실에서 링거를 맞고 있다./채승우기자

오전 11시 서울 중구 H고. 반지하에 위치한 조리실은 햇빛이 안들어 습기가 차 있고 퀘퀘한 냄새가 났다. 학생 1500여명분의 점심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메뉴는 돼지고기 볶음, 부추계란국, 연근, 깍두기 그리고 밥. 오후 12시 반, 식판과 음식이 담겨진 ‘밥차’가 각 반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한 반에 절반 가량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송대호(17·고2)군은 “급식이 맛없고 지저분해서 점심은 매점에서 빵이나 라면으로 대충 때운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경우 급식 신청을 한 80% 학생 중 실제 급식을 먹는 학생은 30~40%에 불과하다.

같은 시각 서울 강남구 K고. 지난 26일 학생 100여명이 설사와 구토 등 식중독 증세를 보인 후로 급식이 전면중단됐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아이들에게 도시락을 건네주려는 학부모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다. 학부모 최모(47)씨는 “어제부터 아이가 식중독 증세를 보여 따뜻한 죽을 갖고 왔다”면서 “급식을 다시 한다고 해도 못 미더워 계속 도시락을 싸서 배달해 줄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복도에서 만난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급식이 워낙 비위생적이고 지저분해서 사고가 터질 줄 알았다” “학교급식은 공포의 대상”이라고 했다. 양호실에서 식중독 치료를 받고 나오던 정모(18·고3)양은 “음식에서 수세미와 담뱃재가 나온 적이 있었고 점심을 먹고 나면 속이 자주 메슥거렸다”고 말했다.

학교급식 전면 확대로 전국 초·중·고 600여만명이 먹고 있는 학교급식이 위태롭다. 서울시내 중·고교에서 26일, 27일 이틀에 걸쳐 1500여명의 학생이 학교급식을 먹고 식중독 증세를 보이면서 학교급식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폭발직전이다.

28일 서울 을지로 국립의료원에는 70여명의 학생들이 식중독 증세로 입원해 있었다. 3학년 김영경(18) 양은 “만두가 안 익은 듯했고 국에서도 시큼한 냄새가 났지만, 음식맛 이상한 게 어제오늘 일도 아니어서 그냥 먹었다”고 말했다. 윤수영(17·고2) 양의 학부모는 “어떻게 아이들이 먹는 걸 그 따위로 만들 수 있느냐”며 “다시는 학교밥 먹지 말라고 했다”고 흥분했다.

학교급식이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외면받은 지는 이미 오래.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으로 아예 급식을 중단한 학교도 생겨나고 있다. 각 학교 홈페이지에도 학생들의 불만이 넘쳐난다. 서울 N고 이모양은 “된장국에서 사과껍질 나오고, 탕수육에서 개미 씹히고, 수프엔 바퀴벌레 나오고…”하는 글을 올렸다.

이 때문에 집에서 도시락을 싸오고 아예 학교 근처 식당을 이용하거나 햄버거로 때우는 학생들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학부모 박모(여·43·주부)씨는 “여름도 다가오는데 혹 병이라고 걸릴까 불안해 오늘부터 도시락을 싸줄 것”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2학년 딸을 두고 있는 학부모 최덕자(42)씨는 “자기 아이들이 먹는 거라고 생각하면 아무렇게나 먹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李敬恩기자 [email protected] )

(金南仁기자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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