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서열화, 사교육 열풍, 주입식 교육 등 이 땅의 대학입시와 관련된 부정적 요소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데는 이를 은근히 조장해온 언론의 잘못도 적지 않았다. 이같은 반성 위에서 태어난 것이 1997년 당시 교육부 출입기자들의 ‘대학입시 보도강령’이었다. 이 강령에 따라 기자들은 각 대학 학과의 입학가능한 수능시험 점수나 각 고교의 이른바 명문대 합격자 수 등을 보도하지 않게 됐다. 이 강령이 8년 만에 휴지조각으로 전락하게 됐다. 일부 신문사들의 ‘강령 파기 선언’ 및 이에 따른 ‘구시대적 보도’ 때문이다.
엊그제 교육부 출입기자들이 ‘2006학년도 보도강령’을 마련하기 위해 회의를 열었을 때 조선·동아일보는 ‘강령을 받을 수 없다’고 밝힘으로써 강령의 틀 자체를 무력화시켰다. 기자단의 강령은 자율이 원칙인 만큼 1개사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효력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선·중앙·문화일보는 이에 앞서 ‘서울대 합격자 분석’ ‘서울대 합격자 배출한 명문고’ 등의 기사를 잇따라 내보냈다.
이 시점에서 이들 언론사에 묻지 않을 수 없다. 8년 전 강령을 제정한 것은 ‘점수로 줄세우기’ 등 그릇된 입시보도관행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자는 데 뜻을 모았기 때문이 아닌가. 강령 파기의 이유에 대해 ‘독자의 알 권리’ 운운한다는데 ‘알려서 독(毒)이 되는 것’을 오랫동안 알려오다 강령까지 등장한 사실을 상기하면 설득력이 없다. 8년 동안 ‘잊고 지내오던’ 독자의 권리를 왜 지금에야 떠올렸는지도 궁금하다.
지금이라도 해당 신문사는 강령의 틀로 되돌아오기 바란다. 그러나 끝내 이들이 ‘보수회귀’를 고수한다면 나머지 언론사들만이라도 새로이 강령을 마련해 소중한 틀을 지켜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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