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대선 치루기 3개월 전까지 필자는 박근혜를 반대했었는데, 그 주된 이유는 우파정당에 속해 있으면서 좌파의 편을 드는 행동만 보였기 때문인데, 그 시점을 쫓자면 대충 2002년 평양에 방북하여 김정일과 단독 면담한 후부터였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 당시부터 차마 글로 표현하기 난감한 억측들이 많이 나돌았는데, 그래도 대선 3개월을 남겨두고 우파적 행보를 보인 부분을 보고, 일단 2012 대선 때는 표 쪼개기 형세가 되지 않으려고 박근혜를 지지했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선 “결정적인 순간에 나라를 배신하고 북한 편을 들 것”이란 우려를 씻어지지 않았지만, 이번 남북대화 제의에서 “혹시나는 역시나”였음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말았다고 본다.

지금 박근혜 정부가 김정은의 공갈에 남북대화 따위로 무릎 꿇는 모양새를 보면, 박근혜가 주창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확실히 종북적화통일 프로세스라고 보여진다.

즉, 우리 국민은 이제 믿을 데가 없으니, 전쟁이라도 일어나서 북쪽은 폭격으로 초토화되고, 남쪽에선 강력한 공권력이 부활하고 우파 민병이 발호하여 종북빨갱이들이 타도되지 않으면 비전이 없다는 것이다.

굳이 다른 데서 비전을 찾으려면 평양에 소혹성이 떨어지는 경우 밖에 없다고 본다.

모두, 좌파에 대한 이명박의 비굴함에서 우러난 굴욕적 보신과 북한에 대한 박근혜의 선민의식적 배신 때문이다.

아무리 그들의 주변이 누구에게 포위되어 있고 어쩌고 해도 이는 우리 민초들이 감안할 사항이 아니다.

그런 ‘인의 장막’의 초기구성은 모두 본인들의 역량이었기 때문이다.

작금의 우리 실태는, 디도스 공격을 북한이 저질렀다는 것 밝히기만 했을 뿐 북괴의 행위에 대하여 아무런 보복조치도 안하고, 우리민족끼리 명단이 밝혀져도 이젠 보도에서 시들시들한 것 보니까 흐지부지될 것 같고, 3차 핵실험 이후에 B-52 폭격기를 비롯한 각종 전략무기들의 위용 등으로 인해 김정은은 “한미가 보복할 빌미를 주지마라”며 무수단에서 미사일을 쏠 듯 말듯 약 올리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 김정은이 개성공단 폐쇄시키고 평양주재 외국공관들에 전쟁발발 엄포 놓으면서도 내부적으론 봄 축제 분위기로 헷갈리게 만들고 있을 때, 우리의 “예의주시”는 점점 권태와 피로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 우리 내부적으로 분열을 획책하려는 종북세력들이 발호했던 단초가 대북특사론이다.

사실 처음에 박근혜가 대북특사론을 강경하게 반박했을 땐, 그나마 사태의 본질을 아는 것 같아 신뢰가 갔었다.

그러나 통일부장관 류길재가 남북대화를 제의할 때는 완전히 양상이 달라져 버렸다.

청와대(김행, 천영우)와 정부내각(정홍원)에서도 이견을 보였을 때까지는 그나마 류길재의 월권행위로 보아 박근혜를 두둔할 구실이라도 있었는데, 박근혜의 진의임이 드러났을 땐, 지금까지 우려했던 박근혜의 본질이 노출된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 우리의 붕괴를 초래하는 단초가 남북대화론이다.

아마도 북괴가 개성공단을 폐쇄하려고 할 때, 인질로 잡지도 않았음에도 개성공단 철수는커녕 도리어 무슨 큰 변고라도 당한 것처럼 김정은의 노여움을 안 사려고 스스로 굴종적인 모습을 보이며 개성공단 유지를 고집했던 데서 남북대화의 단초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북괴가 개성공단을 북침의 전진기지라고 해도, 그게 아니라는 듯 오히려 손사래 치며 꺼낸 게 남북대화 제의였던 것 같다.

실제로 개성공단을 점령해버리면 우리에게 전략적 이익이 엄청난 것임을 알려준 셈인데도, 스스로 “전쟁을 일으킬 배짱이 없는” 우리의 약점을 알려주고, “멍군” 때리며 끌려가는 우리의 급소를 노출시켜 준 게 이번 남북대화 제의라고 본다.

그것도 중국까지 북한을 압박해주는 우리에게 좋은 이 시점에 다 된 죽에 코 빠뜨리는 짓을 왜 하는가?

사실, 미국이 강경하게 나오게 만든 게 핵확산을 우려한 핵우산 보증행위 차원이거나, 괌을 겨냥했다는 북괴의 언급에 화들짝 거린 것도 있겠지만, 뉴욕타임즈에 실린 “더 늦기 전에 북한 폭격해야”라는 기고문처럼 북괴의 시간벌기 전술을 묵과할 수 없는 점도 있었다고 본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북괴가 아직 핵탄두를 1톤 이하로 소형화하지 못한 시점에 핵탄두를 장착하는 게 가능한 미사일은 사정거리가 300km이하 급이라는 것이다.

북한에서 300km이하 급의 사정거리에 드는 나라는 단 하나다.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다.

그렇다면, 북핵의 당사자는 미국이 아니라 우리나라이어야 하는데도, 자꾸 북괴가 미북대화 어쩌고 하는 바람몰이에 왜 응징의 선두에 서야할 우리가 안달 나서 남북대화를 제의하는가 말이다.

그러고 보니, 디도스 공격에 대하여 아무런 보복조치도 안하고, 우리민족끼리 명단이 밝혀져도 흐지부지 되어가고, 이를 냄새 맡은 민통당 심재권이 김정은에게 존댓말 쓰라고 가르치듯 떠들고, 이런 심재권의 뜻을 받들어 반기문이 김정은에게 존댓말로 읍소한데서, 모든 형국은 김정은을 받들어 모시는 쪽으로 결정 지워진 것 아닌지 모르겠다.

이젠 북괴를 응징할 분위기조차 사라지게 만든 이러한 분위기 반전과 김정은이 우리의 대화제의에 콧방귀 뀌는 모습을 보면, 60세가 넘어도 결혼생활 안한 박근혜는 30세가 안 되어도 딸까지 출산한 김정은보다 정신연령이 한참 어리고 미성숙한 아이로 볼 수밖에 없다.

그게 아니라면 과연 6.15 선언을 지지하기 시작한 2002년 방북 때 박근혜가 북괴에 무슨 약점이라도 잡혔단 말인가.

어쨌든 김정은을 자신보다 어른으로 받들어 모시는 박근혜가 통일하긴 애시당초 글렀다고 보며, 그나마 그의 재임기간 동안 공산화 안 된다면 그냥 하늘에 감사할 생각이다. <끝>

<부추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