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연횡책을 간파해야 미국과의 합종책은 견고하다. -

합종연횡(合縱連橫)이란 말을 즐겨 쓰는 경우가 많다.

주로 좌익야당이 또다시 간판 바꿔달기 하려고 헤쳐모여 할 때 곧잘 등장하던데, 이처럼 합종연횡은 그러한 이합집산(離合集散)을 뜻하는 데 많이 쓰이지만, 실제로는 강대국의 방어를 위한 약소국의 연합(合縱)과 이러한 결속을 깨기 위한 강대국의 유인책(連橫)을 뜻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전국시대 말 칠웅국 중에 천하통일을 노려볼 정도로 강성해진 진(秦)의 위협을 공동으로 극복하고자 나머지 6국[연(燕), 조(趙), 한(韓), 위(魏), 제(齊), 초(楚)]이 연합전선을 형성한 것이 남북구도여서 합종(合縱)이라는 것이고, 이러한 남북연합의 허리를 끊기 위하여 진(秦)이 길목국가인 한(韓), 위(魏), 조(趙)를 공격하는데 있어서 동쪽의 제(齊)를 회유하여 끌어들임으로써 동서구도를 형성한 것이 연횡(連橫)인 것이다.

합종이 소진의 전략이었다면, 연횡은 장이의 전략이었다고 하는데, 더 이상 긴소리는 그만두고, 다만 지금시대에 끌어 붙이자면 합종(合縱)은 기존의 연맹구도이고 연횡(連橫)은 기존 연맹을 이간질로 파괴하기 자기 세력으로 끌어들이는 술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일본과 함께 ‘팍스아메리카’라는 합종권에 속해 있다고 봐야 한다.

중국이 노리는 것 중에 가장 주목하는 것 중 하나가 팍스아메리카를 와해시켜서 팍스차이나 체제로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바로 합종의 일부를 연횡으로 끌어들여 합종을 와해시키고 연횡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팍스아메리카 합종 중에서 가장 눈에 든 먹이가 바로 우리 한국이다.

북핵과 관련하여 6자 회담이라는 체제를 이용하여 실질적으론 북한을 두둔하면서도 한국에 주종관계를 알게 모르게 형성하고, 무역흑자라는 달콤한 과일로 경제를 예속시키고는 외세배격이라는 구실로 반미정서를 조장하고, 과거사 문제 공유를 통한 반일감정 조장으로 알게 모르게 우리나라를 팍스차이나로 끌어들이고 있다.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중국이 주도하는 AIIB에 가입하고, 전승절에 참가하고, 남사군도 문제에 있어 중립이라는 구실로 우방 미국을 외면하고, 위안부 문제를 구실로 일본과 적대하는 등 스스로 대중종속을 자처하다가, 한일중 정상회담에서 리커창이 이어도 문제를 거론하자 ‘아차’하는 생각이 든 것처럼 여겨진다.

사실 전승절 행사에 북한을 외진 구석에 배치하는 식으로 찬밥 대접한 게 이제 우리 차례로 다가올 것임을 느꼈는지 모르지만, 요 며칠 사이엔 대중경계 분위기가 조금 감지된다.

그러나 친중분자인 김관진이 여전히 청와대에서 한자리를 맡고 있고, 김장수가 주중대사로 건재하는 이상 팍스차이나로의 흡인력을 벗어나기는 요원하다고 본다.

중국이 우리나라 외에 노리는 팍스아메리카 국가는 영국과 케나다로 보인다.

둘 다 수상의 연령이 젊어서 판단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시진핑의 영국방문시 여왕의 황금마차까지 태워주는 등 경제가 어려운 영국이 코를 꿰여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새파랗게 젊은 신임 케나다 총리는 시리아에서 미국과 같이 폭격하는 것을 그만두겠다는 식으로 알게 모르게 팍스아메리카에서의 이탈조짐을 보이는 발언을 하고 있는데, 인구가 적은 케나다인데다 나이도 젊어서 중국이 배후에서 포섭공작하기에 상대적으로 수월한 먹잇감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시리아에 개입을 미룰 사이에 러시아의 개입으로 수세에 몰린 오바마 2기 집권 이후 미국에선 한국에 대하여 배신감을 표출하는 트럼프 같은 우파성향의 차기대권후보들이 득세하고 있다.

안 그래도 메르켈의 인기성 발언으로 촉발된 난민문제로 몸살을 앓는 유럽에 극우정당들이 득세하는 것과 궤를 맞추어 쿠바 난민으로 곪아가는 미국은 공화당이 집권 안 해도 우파적 흐름은 거역할 수 없는 추세로 봐야 한다.

그 때문에 오바마조차도 중국 전승절에 참가한 한국에 대하여 TPP 참가에 대한 외면과 KFX 사업에 있어 4대 핵심기술 이전 거부 그리고 남사군도 분쟁에 있어 중국에 침묵하고 있는 한국의 태도에 일침을 가하는 등 반한정서를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냉소와 면박을 ‘남사군도’라는 직접적 표현이 없었다는 식으로 억지로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여 외교실패를 부인하고, 속으론 그게 캥겼는지 책임을 묻는다며 KFX 계약의 책임자인 김관진 같은 친중분자 놔두고 얼토당토 않게 주철기를 경질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김상률 교문수석을 방치하고 있는데서 국정교과서 모드의 추진력도 불안하다.)

아니나 다를까, 남사군도에 대한 우리의 침묵을 암시한 후 오바마는 곧바로 미군함정을 남사군도에 보내어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이 지경에도 한-일-중 정상회담을 서울에서 한다며 떠들썩하게 하더니 역시 친중반일로써 미국을 자극하고 있다.

중국의 1인자도 아닌 리커창에게는 국가원수급으로 대해주고는 친중정서를 표현하는 황색 옷에다 만찬까지 차려주면서도 정작 일본의 1인자인 아베에게는 만찬도 안 차려주는 등 찬밥대접이 여전하다.

이에 미국경제와 디커플링(decoupling)하고 중국 경제와 커플링(coupling·동조화)하는 한국의 실정에다 우회적 반미인 반일행위에 동조하는 우리나라를 아랫것처럼 보았는지, 리커창은 EEZ(배타적경제수역) 협상 빨리하자며 우리의 이어도에 대한 탐욕을 드러내었다.

이러한 때에 우리와 장관급 회담을 가졌던 카터 국방장관이 직접 함정에 탑승하여 남사군도 12해리 내에 가서 무력시위를 하는 미국이 일본도 함정을 보내어 참가할 것을 제의 했다.

우리나라엔 제의하지 않았다. 애시당초 보내 줄 것 같지 않은 나라의 지저분한 변명을 듣기가 싫었던 모양이다.

그 대신 우리나라엔 지난 2일 북한의 핵·미사일을 파괴하는 ‘4D 작전계획’수립을 공식 천명하는 식으로 북한 핵에 대한 새로운 종합적 선제공격을 착안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제대로 실천의지 한번도 보이지 않은 그저 말장난 게임놀이인 종이호랑이 하나 그려주었을 뿐이다.

그저 한미동맹이 존재한다는 형식적인 제스추어 좀 떨어 준 셈에 지나지 않지만, 미국 측에선 행여나 해두는 게 나을 것 같아서 해보는 말잔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본다.

이제 우리의 미중 양다리 노선은 미중에게 읽히고 말았다.

남에게 읽혀버린 양다리 노선은 양쪽으로부터 경멸을 당한다.

이러한 안보노선의 위기 속에, 11월 4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서 한민구 국방장관은 “남중국해 航行자유 보장돼야 한다”며 美·中 국방장관 앞에서 미국을 편드는 발언을 하였다.

중국도 그게 기분이 나쁜지 한반도의 위기는 중국의 위기라는 식으로 우리에 대한 무력위협을 은근히 내세웠으나, 베트남 교훈전처럼 남중국해 주변국가들이 중국을 우습게 여기지 않을까 상당히 고민되는 것 같다.

이렇게 볼 때, 한민구 국방장관의 이번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서 “남중국해 航行자유 보장돼야 한다”는 친미발언은 팍스아메리카라는 합종책을 와해시키려는 중국의 연횡책을 좌절시킨 단초가 된다고 본다.

합종을 와해시키는 연횡책은 사소한 틈바구니부터 공략하기 마련이다.

그 틈바구니를 읽기만 하면 연횡책은 무용지물이 된다.

한민구는 우리가 그 첫 번째 틈바구니였음을 깨달았다는 뜻이 된다.

한미동맹은 우선 안보동맹, 즉 군사동맹이다. 동맹은 행동을 같이 할 때 건재함이 입증된다.

특히 그것이 군사동맹이라면 군사행동을 같이 해야 한다. 월남전처럼 말이다.

한민구는 남중국해에 해군을 파병하라!

가상표적으로 게임놀이 하는 훈련이 아닌 실제 적을 취급하는 작전에 참가하라!

그것이 연안해군에서 대양해군으로, 연안방위에서 원양진출로 가는 역사적 교두보이다,

그래서 말인데, TPP든, KFX든 일이 풀릴려면, 이제부터 최소한 안보에 대해서만큼은 중국의 연횡책에 넘어가지 말라는 거다.

여기에 걸맞게 어째 요즈음 TV 게임광고 문구가 자주 등장한다.

“동맹에 참가하라-게임에 승리하라.” <끝>

<부추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