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든 신문에서든 북한 관련 뉴스에 나오는 사진들을 보면 저는 늘 눈물겹습니다. 북한의 산과 들이 마치 학대받아 죽어가는 한 여인을 닮은, 너무나 심한 황무지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거기 사는 우리 동포들의 힘겨운 생활을 말하면 무얼 합니까?
제가 북한 땅을 떠나온 신분이기 때문에 남보다 더 안타까운가 봅니다.
제가 남한 땅을 차음 밟았던 1950년 12월 22일 이후에 본 남한 산천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황폐했었습니다. 민둥산이 참 많았습니다. 거제도 주민 중에는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은 물론 초등교육을 제대로 받은 사람조차 드물었습니다. 피난민들이 편지를 대필해 준 경우가 흔했지요.
제가 떠나기 직전의 고향 마을은 동네 전체가 기와집이었고, 굶주린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가는 데마다 몇 십년 자란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제가 입원(1950.5.5∼6.25) 한 바 있는 단천인민병원의 시설도 참 좋았습니다. 김일성이가 정치를 잘 한 결과물이 아니었습니다. 일제시대의 생활수준이 연장된 시절이었기 때문입니다.
일제 시대에 조선일보나 동아일보를 구독하는 비율에도 남북한의 격차가 심했다고 합니다. 남한의 한 도에서의 독자수와 맞먹는 독자수가 북한 지역에서는 한 군에서의 독자수였다고 합니다. 이런 차이는 일제가 북한에 공업지역을 많이 만든 탓도 있는데다가 주민들의 왕성한 생활의욕이 크게 작용한 결과라고 해석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제 모든 것이 역전되었습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대답은 간단합니다.
악마적 통치자 두 놈 때문이지요.
2003년 3월 8일에 별세하신 우리의 자랑스러운 시인 조병화님은 조국 산하의 황폐함을 슬퍼한 아래와 같은 시를 남기셨습니다. 1950년대의 남한의 산야를 보고 통탄한 시입니다. 40여 년 전,《사상계》란 잡지에서 베껴 둔 이 시를 저는 북한 동포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남한의 우리도 한 때 이런 적이 있었다오. 그러니, 절망 마소."라는 말을 얹어서.
나 사는 땅에게
趙 炳 華
너는 아무런 죄도 없이 천대를 받고 있는 땅이기에
너는 말없이 수많은 고난을 뼈아프게 겪고 있는 땅이기에
너는 긴 세월을 사랑도 없이 호올로 지내온 땅이기에
나는 흐느껴 너를 사랑한다.
모진 풍랑 속에서
너는 가난한 우리를 지키고 키우고 있는 땅이기에
맑은 山水로 우리의 혈액을 맑게 하여 주고
기름진 곡식으로 우리를 살찌게 하여 주고
새 푸른 하늘 아래 우리를 어질게 키워 주고 있는 땅이기에
나는 뜨겁게 너를 존경한다.
참혹한 겨울을 견디는 숭고한 너의 모습아.
메마른 동산에 꽃피게 하는 뜨거운 너의 사랑아
수목의 즐거운 그늘아
단란한 마을, 그 풍성한 향연의 불꽃들아
동란의 그 치열 속에서
무수히 총탄을 맞아가면서도
너는 모든 것을 간직해 낸 그 힘이 장하다.
처참히 견뎌 내린 인내와 그 지조가 장하다.
너는 나를 낳은 땅
너는 나를 영원히 잠들게 할
땅이기에
너는 나와 더불어 너의 환희 너의 비애를 영원히 같이 할
땅이기에
너는 나와 더불어 너의 슬픔을 슬퍼할 수 있는
고마운 그 정을 같이하고 있는
땅이기에
너는 내 가슴 깊은 곳에
오랜 조상들로부터의 詩의 씨앗을 뿌려 준
땅이기에
너는 아픔을 호올로 견디는 너의 가슴에
그 씨앗의 슬픈 아름다운 정을 피여 주고 있는
나의 땅이기에
흐느껴 너와 같이 나는 있다.
영 너의 곁에 너와 같이 나는 있으리라.
나는 너의 슬픈 피리이기에
나는 너의 외로운 사랑이기에
<57.2월호 사상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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