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유엔군의 영광이냐 오명이냐 갈림길...
인천앞바다에 자욱이 덮인 자유의 웅대한 승리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은 맥아더 개인의 온 명예를 걸고 있는 동시에 사상 초유의 국제연합군인 유엔군의 영광과 오명이 판가름 날 거대한 도박이었다. 인천상륙작전은 워낙 반대가 심했기 때문에 맥아더는 결국 자신의 원수경력을 걸고 이 작전을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다.
▲ 인천상륙작전 당시의 모습
맥아더가 타고 있는 기함 맥킨리호, 미해군 제7함대사령관 스트루불 제독이 지휘하고 있는 로체스터호를 비롯한 항공모함, 순양함, 구축함, 상륙함 등 2백50척의 거대한 공격군들이 인천앞바다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9월 10일이었다. 영국 항공모함과 오스트레일리아 공격함도 유엔군 기를 달고 공격군에 합류해 있었다. 이 거대한 함선들이 거센 인천앞 바다의 조수에 밀리면서 적의 해안포대에 정면으로 걸려들거나, 자칫 실수라도 해서 공격군이 10km나 되는 개펄에 갇혀 버린다면 쉽게 인민군 해안포대의 밥이 될 것이었다. 맥아더의 명성은 물론이고 유엔군 깃발도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맥아더는 독한 작전을 썼다. 9월 10일부터 항공모함에서 뜬 공격기들이 월미도, 인천항을 맹폭했지만 적의 해안포대가 얼마큼 남아 있는지를 알 수 없었다. 맥아더는 상륙작전 감행 2틀 전인 9월 13일 5척의 구축함을 인천해안으로 밀어 넣었다. 개펄에 노출시켜 적의 공격을 마구 받도록 했다. 물론 후방 10km지점에 순양함 3척이 버티고 앉아 해안에서 인민군의 포가 작동하기만 하면 거대한 8인치 포문을 열어 산이라도 마구 날려 버릴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맨스필드, 드헤이븐, 스웬슨, 콜레트, 구르키 등 5척의 구축함이 월미도 앞바다를 밀고 들어가 앉은뱅이 오리처럼 사냥꾼의 사정거리에 몸을 들어낸 것은 그야말로 죽음을 각오한 작전이었다.
전신이 노출된 채 앉은뱅이 오리가 되어 있는 5척의 구축함을 향해 해안에서 포탄이 쏟아졌다. 콜레트호가 12발을 맞았고 구르키호는 3번 공격당했다. 스웬슨호는 큰 공격을 받지는 않았지만 스웬슨 중위가 적의 포탄에 맞아 전사했다. 그는 인천상륙작전의 첫 전사자로 기록되었다. 순양함과 구축함으로부터 거대한 반격포격이 행해졌다.
상륙 하루 전인 14일 해군의 모든 공격력과 항공모함에 실려 온 폭격기 편대는 월미도의 상륙지점 그린, 인천항 상륙지점 레드, 그리고 레드해안의 10km후방 상륙지점 블루를 향해공격자세를 취했다. 13일 전사한 스웬슨 중위의 전사를 애도하면서 공격부대의 모든 엔진을 10분간 정지하여 묵념을 올린 다음 총 폭격, 포격을 감행했다.
9월 15일 새벽 5시30분. 미해병 1사단 5연대 1중대의 첫 월미도 상륙작전이 펼쳐졌다. 먼저 맹렬한 포격이 있은 후 다시 항공기 폭격이 있었고 이어 해병의 상륙작전이 감행되었다. 월미도 상륙해병은 10여명이 경미한 부상을 입었을 뿐 병력 손실 없이 월미도를 점령했다. 1중대의 성공적인 상륙작전이 전개된 후 상륙지점이 확보된 그 지점을 향해 마구 해병대와 미육군병력이 쏟아져 들어갔다. 월미도를 지키고 있던 인민군은 4백명이었다. 폭격으로는 큰 손실을 입지 않은 듯 했다. 상륙 후 교전에서 2백여 명이 사살되고 다른 2백명은 바다에 뛰어들어 육지를 향하다가 생포되거나 사살되었다.
맥아더는 상륙부대의 작전성공을 작전개시 1시간 만에 보고받고 특별성명을 발표했다. “해군의 빛이 오늘처럼 더 번쩍인 예는 일찍이 역사상 없었다”고... 미해군의 승리였고, 유엔군의 승리였으며 맥아더 개인의 위대한 승리였다. 맥아더는 상륙정을 타고 아직 불타고 있는 월미도 해안을 돌았다.
인천항 레드지점의 상륙작전은 저녁조수가 다시 밀려올 때까지를 기다려야 했다. 저녁 5시30분 다시 미해병의 상륙작전이 월미도 모양대로 진행되었다. 먼저 함포사격이 있고 함포가 멈춘 뒤 폭격기의 맹렬한 폭격이 있은 후 해병들은 총과 수류탄, 그리고 판초와 군장비가 든 등짐을 메고 해안으로 밀고 올라갔다. 1개 중대씩 상륙했다. 5정의 상륙정이 한 줄로 나란히 서고 이런 줄이 5~6개가 형성되면 공격신호가 내려진다. 첫 번 공격진이 상륙지점에 도착하면 꼭 같은 모양의 제2파 공격진이 대열을 갖춰 제1파를 따랐다. 그러나 인천항은 월미도와는 달리 두꺼운 콩크리트 방파제를 방패막이로 하고 있어 상륙군들은 사다리를 만들어 놓고 그 사다리를 기어 올라가야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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