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6자회담은 김정일의 자기무덤
이번 런던 테러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김정일이 자존심을 굽히고 일단은 3주 정도의 시간을 벌려 하는 모양이다. 마지막 뉴욕 채널을 이용하여 명분을 달라 요구했지만 미국은 무생물처럼 차갑게 반응했다. 3일간의 막후 접촉이 끝난 다음 리근은 기자들에게 마지막 자존심을 이렇게 표현했다. "미국이 폭정의 전초기지를 사과하지 않으면 회담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다", "6자회담에 복귀하더라도 시간은 정할 수 없다".
그 후 미국은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을 취소하지도 않았고 사과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수용소의 노래를 저술한 강철환 기자를 백악관에 초대하여 전 세계에 김정일이 살인마적 폭군이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렸다. 이는 김정일을 제거하겠다는 가장 강력한 그러나 가장 절제된 선전포고의 표시였다.
그리고 한달 간의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은 폭풍전야의 침묵이었다. 호랑이가 상대를 공격할 때에는 몸을 낮추고 숨을 죽인 채 결정적인 시기를 노린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 부시의 침묵은 바로 이런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런던 테러가 전 세계의 시민을 상대로 테러에 대한 응징의 합창을 유도했다. 이는 부시에게 군사적 여건이 준비됐을 때 언제든지 김정일을 해치우라는 통합된 명령과도 같은 것이다.
무서운 소나기는 일단 피해보면서 찬스를 다시 잡아보자는 생각에 김정일이 자존심을 접고 회담 날자를 정했다. 7.25일로 시작되는 7월의 마지막 주!
노무현과 정동영을 미국으로 보내고, 뉴욕라인을 이용하여 끈질기게 “명분을 달라”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고 조급하게 명분을 찾으려 했지만 미국은 마이동풍으로 침묵만 유지했다. 김정일은 그 침묵을 오래 견뎌낼 수 없었다.
"미국측은 조선이 주권국가라는 것을 인정하고, 침공의사가 없으며, 6자회담 틀거리 안에서 쌍무회담을 할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며 "조선측은 미국측의 입장 표시를 자기에 대한 미국측의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 철회로 이해하고 6자회담에 나가기로 했다"
"주권국가다". "침공의사 없다" "쌍무회담은 6자회담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 말들은 귀가 따갑도록 반복했던 말이며, 이번에 새삼스럽게 한 말이 아니다. 철회하지도 않았는데 혼자서 철회한 것으로 이해한다? 회담복귀 명분을 미국이 주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명분을 제조하여 복귀하겠다는 것이다.
모욕당했다며 남편이 무릎 꿇고 사과하지 않으면 이혼하겠다고 덤비던 여인에게 남편은 단호하게 이혼을 선언했다. 막상 이혼하면 살길이 막막한 여인, 금방 얼굴을 바꾼다. “당신 조금 전에 나를 모욕한 것은 본 뜻이 아니었지? 옛날에 당신 내게 이런 말 한 적 있었어. 그 말, 사과로 받아들일게”
적대정책을 포기하라. 핵무기도 적대시 정책 때문에 개발했다.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은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이다. 철회하고 사과하라, 주권국가로 인정한다는 말은 말장난이다. 겉으로는 공격할 의사가 없다고 하면서도 공격 훈련을 강화하고 군사력을 전진배치하고 정탐활동을 늘리고 있다. 핵문제는 미국의 적대정책에서 시작됐으므로 결국 북.미 양국이 풀어야할 문제다. 회담 상대를 '폭정국가'로 규정한 뒤 이를 취소하지 않고 6자회담을 강요하는 것은 허구다. '2.10성명'을 통해 핵무기 보유국임을 선언한 이상 향후 6자회담은 미국과 평등한 입장에서 핵문제를 푸는 군축회담으로 돼야 한다.
이렇듯 기세등등했던 김정일이 어째서 갑자기 꼬리를 내렸으며, 그 꼬리는 어디까지 내린 것일까? 전쟁이 임박해 있다는 느낌이 김정일을 압박해 갔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와 중국까지도 이번 런던테러로 인해 김정일 편을 들 수 없게 됐다는 사실에 갑자기 다급함을 느꼈다. 러시아와 중국의 보호막을 이용하여 얼마간의 시간을 더 끌려 했었지만 런던 테러로 그마저 불가능하게 됐다.“사과로 이해할게” 억지춘향으로 명분을 자가발전하면서 일단은 올렸던 꼬리를 내린 것이다.
얼마까지 내릴까? 미국은 6자회담에 나오는 것을 바라는 게 아니라 나와서 핵을 포기하고 폭정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을 바란다. 그렇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김정일이 과연 이렇게 할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아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속은 미국은 이번 마지막 제4회의 6자회담을 공격명분으로 확대 이용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번 제4차 6자회담은 스스로 설치한 자기 덫인 셈이다.
혹실하게 보이는 것은 김정일이 미국의 군사적 공격이 임박해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김정일은 확실히 남한의 꼬봉들과는 다른 사람이다.
2005.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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