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동맹 옹호하는 사람도 자신 입장 밝히기를"
리언 러포트 전 한·미 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3일 이임사에서 “한·미동맹을 사랑하고 옹호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러포트 전 사령관은 “앞으로 한·미동맹은 시련을 겪을 것이며 한·미동맹에 대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과 동맹분열로 득을 보는 이들로부터 공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동맹은 50년 전에 함께 싸울 가치가 있었고, 현재도, 50년 후에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러포트 전 사령관은 역대 사령관 중 최장 기간인 3년 9개월 동안 재임해 오면서 늘 “한·미동맹은 굳건하다”고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말을 골라 해왔다. 그랬던 그도 신임 사령관에게 지휘권을 넘기고 떠나는 순간만큼은 정직하게 말하지 않을 수 없었던 듯하다. 러포트 전 사령관은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돌려 말했지만 사실 한·미동맹은 지난 3년 동안 짓밟힐 만큼 짓밟혀 왔다. 이젠 뼈대마저 흔들거려 무너져 내리기 직전까지 이르렀다.
세상 바뀐 줄 모르고 순진하게 동맹의 중요성을 말했던 일부 공직자들은 ‘反美반미 自主자주’ 깃발을 들고 권부에 입성한 신흥 세력에게 事大사대 親美主義者친미주의자로 내몰려 허리가 꺾인 채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는지도 모르는 실정이다. 그래서 요즘 화제는 대통령의 외교참모인 NSC 내 일부 세력과 여당 의원이 손잡고 민감한 對美대미관계 문건을 빼내고 건네고 폭로하는 기묘한 행태다. ‘반미 자주파’끼리 강온으로 갈려 치고받는다는 것이다.
이 정부의 자문정책기획위원으로 정책 수립에 관여한 한 학자는 “한국은 한·미동맹 위에서 민주화와 번영을 이뤄왔다”고 했고, 또 한 학자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 있으면서 군사력이 약한 우리가 미국에서 떨어지면 무슨 힘으로 自主자주를 할 수 있는가”라고 했다. 한·미동맹이 없었으면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없었다는 것, 앞으로도 한·미동맹에 기대지 않고 나라의 안보와 번영을 기약하기 힘들다는 것은 우리가 딛고 있는 현실의 토대다. 이런 진실을 ‘코드’가 다르다고 덮거나 왜곡해선 안 된다.
이걸 빤히 보고 알고 있으면서도 동맹 얘기를 꺼냈다가 거리로 끌려다니며 매질당하는 험한 꼴을 당할까봐 입을 다물고 있는 사람들은 이젠 입을 열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이 지금 이 나라에서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바로 대한민국을 배신하는 것이나 한가지다.
입력 : 20
189776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