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지식인들이 늘 틀리는 까닭
* 복거일의 <진화적 풍경>중 발췌
불행하게도, 자신의 신념이 틀렸음을 인정하기는 누구에게도 어렵다. 그것은 지적파산을 선언하는 일이고, 지적파산은 적어도 지식인들에겐 잘못 산 삶을 뜻한다. 그래서 누구나 자신의 신념이 틀렸음이 드러난 뒤에도 그것을 지키려 애쓴다. 재산 때문에 목숨을 내놓을 사람은 없지만, 신념 때문에 목숨을 내놓은 순교자들은 얼마나 많은가. 마르크스주의자들은 특히 그러하니, 마르크스주의가 본질적으로 종교적 이념이므로, 그것의 추종자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믿음을 버리기 보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길을 고른다.
이미 그들은 그런 재능을 여러번 보여주었다. 최근의 경우는 북한의 핵무기와 관련된 변신이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그들은 그것이 증명되지 않은 주장임을 줄기차게 지적했다. 북한당국이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자. 그들은 이내 북한의 핵무기가 미국의 위협에 대한 자위수단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그들의 입장은 앞으로도 늘 난처할 터이다. 그들이 북한을 위해서 무슨 변명을 찾아내더라도, 곧 북한 당국이 나서서 그것이 거짓말임을 밝힐 것이다. 이제 그들은 깨달아야 한다, 그들의 진정한 잘못은 압제적이고 파산한 북한과 자유롭고 활기찬 남한을 모든 면들에서 동등한 체제들로 여기는 것임을.
작년에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이 자서전 <흥미로운 시절:어떤 20세기 인생>을 펴냈을 때, 한 서평자는 “사람은 바보나 악당이 아니면서도 정치적으로 틀릴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사회의 좌파 지식인들은 이제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 “나는 바보도 악당도 아닌데, 어째서 내 주장은 늘 틀리는가? 그것도 북한당국이 나서서 틀렸음을 밝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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