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 : 86337 작성자 : 김형수 작성일 : 2006/07/16 조회 : 370
'도로 민정당'에 지고 나면 얼마나 창피할까
요즘 열린당에서 한나라당의 새 지도부를 겨냥, ‘도로민정당’이라고 부르는 게 유행인 모양이다. 한나라당이 전당대회를 통해 강재섭 대표 체제를 출범시키면서 지도부에 정형근, 강창희 의원 등이 포함된 것을 폄하하기 위해서 지어낸 말일 것이다. 김근태 의장은 가는 유세현장마다 한나라당을 ‘도로민정당’이라고 부르면서 이런 정당을 지지해서야 되겠느냐고 강변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김근태 의장의 연설 내용을 보자.
“며칠 전 전당대회를 보면서 한나라당은 분명히 과거의 민정당을 선택했다는 것을 말씀드린다. 한나라당이 아니라 민정당이라고 도로 붙여야 한다.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정당은 인권을 억누르고, 안하무인으로 국민을 짓누른 오만한 정당이었다. 송파구민들이 7.26 보궐선거에서 본때를 보여줄 것을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
‘도로민정당’이란 표현은 우상호 대변인의 확대간부회의 결과 브리핑에도 등장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나라당의 새로운 지도부는 ‘도로 민정당’이라고 본다.(중략) 정치는 변화해야 되고, 발전해야 된다.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지방선거의 완승에 안주한 나머지 다시 5, 6공으로 회귀하는 한나라당에 대해 국민들은 질타하고 있다.”
‘도로민정당’으로 한나라당을 매도하는 것은 좌익들의 언어전술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한편으로 그들이 그렇게 비난하는 ‘도로민정당’에 보궐선거에서 참패하고 나면 얼마나 창피할까. 그들에게 ‘민정당’은 오명(汚名)의 대명사이기 때문이다. 민정당이 여권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정말로 그렇게 사악하고 나쁜 정당이었고, 한나라당이 이를 계승하고 있다면 도저히 선거에서 질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현재 판세로 봐서 열린당은 한 석도 건지지 못할 것 같다. 지방선거에 이어 또다시 전패라는 참담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 국민들은 왜 ‘도로 민정당’인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걸까. 여권으로서는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열린당은 아마 지금도 ‘유신’이나 ‘5-6공’ ‘민정당’과 관련됐다고 주장하면 바로 국민들이 외면할 것으로 믿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열린당에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아무리 한나라당의 뿌리가 민정당임을 선전해 대도 국민들은 “그래서 어쨌다는 것인데?”“너나 잘 하세요”하고 받아버린다. 국민들은 20년 넘게 틀어온 낡은 테이프 소리에 진절머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열린당은 한나라당을 ‘도로민정당’으로 몰아붙여 이번 재보궐선거를 과거의 민정당과 현재의 열린당 구도로 몰아가고 있다. 이에 맞서는 한나라당은 마땅히 ‘선진화세력이요 대한민국 수호세력’인 한나라당과 ‘조선노동당 2중대’인 열린당의 구도로 몰고 가야 한다. 열린당의 이념적 정체성, 즉 북한에는 찍소리도 못하고 벌벌 기는 친북좌익정당임을 더욱 부각시켜 공세를 취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과거 민정당과 현재의 조선노동당 중 어느 정당이 더 나쁜 정당인지로 선거판세가 결판나지 않겠는가. 아무려면 민정당이 조선노동당보다야 못하겠는가. 나쁜 측면을 놓고 과거의 정당과 현재의 정당이 대결하면 현재의 정당이 질 것은 뻔한 이치이다. 달리 말해 민정당이 조선노동당에 승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근태 의장은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정당은 인권을 억누르고, 안하무인으로 국민을 짓누른 오만한 정당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에 당시 대학을 다녔던 386세대는 대체로 ‘맞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데 새로 투표권을 갖게 되는 20대 들에게 이런 주장이 먹혀들까. 그때는 태어나지도 않은 20대들이 적지 않다. 10살도 되지 않았을 때 겪은 정치적 사건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리고 40대 이후 세대는 이미 80년대 가졌던 생각으로부터 졸업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아직도 80년대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세력은 오직 노무현 정권과 민노당 등 친북 좌익세력 뿐이다.
김근태 의장이 주장하는 민정당이 인권유린과 안하무인으로 국민을 짓눌렀다는 주장도 요새는 별로 설득력이 없다. 이미 국민들은 80년대 학생운동이 친북좌익노선을 공공연하게 추구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대부분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 아닌 공산주의운동을 한 것이다. 386세대는 노무현 정권의 핵심으로 폭넓게 포진하고 있다. 국민들은 지금 ‘운동권 정권’인 노무현 정권에 넌덜머리를 내고 있다. 그리고 이제 서서히 당시 5-6공 정권에서 좌익운동을 단속한 것이 체제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쪽으로 국민들의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
노무현 정권과 친북좌익세력은 집요하게 자신들의 정당성의 근거로 광주를 얘기하고 5.18정신을 우려먹을 것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지금까지 톡톡히 재미를 봤던 민주화운동이니, 5.18정신 계승이니 하는 것들이 갈수록 먹혀들지 않고 있다. 마찬가지로 군사독재 계승세력이니 수구냉전세력이니 하는 한나라당에 대한 비난은 약효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열린당의 네거티브 전략의 주된 메뉴들이 시효가 끝난 것이다.
열린당에서 ‘도로민정당’ 혹은 ‘수구냉전세력’이라고 비난하더라도 이제는 괜히 움츠러들 것이 없다. 그냥 “그래서?”하고 받아버리면 된다. 이제는 그런 마타도어는 국민들에게 짜증만 불러일으키고 아무런 효과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민들은 친북좌익세력들이 ‘수구냉전세력’ ‘보수세력’ ‘5-6공세력’이라고 비난하는 단체나 사람이 진정한 대한민국 수호세력이란 것을 요즘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김정일의 미사일 오바질이 한몫을 단단히 했음은 물론이다. 열린당과 열린당 좌익국회의원들은 다음 대선이나 총선에서도 여전히 낡은 테이프만 틀어댈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 참담한 패배를 경험하고 자신들이 왜 이 꼴을 당하는지도 모르는 채로 정치무대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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