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자유게시판 > [당선무효] 북한 방문기

독일의 유력 주간신문인 디 짜이트 (Die Zeit)지 의 발행인을 역임한 독일 최고의 지성 테오 좀머 대기자가 지난 2월 6일부터 15일까지 북한을 방문했다. 테오좀머 대기자가 2월23일 일기 형식으로 디 짜이트지에 게제한 북한 방문소감을 전체번역하여 소개한다.

<2003.2.6(목), 평양>

그들은 외국 방문객을 쉽게 입국시키지 않는다. 화물에 대한 철저한 검색이 이루어지고, 방문객은 안전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이러한 입국 절차는 매주 소수의 항공편이 이착륙하는 소박한 공항이지만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자그마한 수화물 컨베이어에는 감청색의 제복을 입은 여자 경찰관 8명이 서 있었는데, 마치 미인대회에라도 참가한 듯 깔끔하게 화장을 한 얼굴이었다. 그들은 짐들을 바로 세우고, 가끔은 박스를 내려서 옆으로 밀쳐놓기도 한다. 왜 그렇게 하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밀수품 의혹을 품은 것일까, 아니면 단지 자신들의 존재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일까?

20여분간 고속도로를 달리고 나서 평양시내에 도착했는데,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차량을 거의 볼 수 없었다. 독일 세계기아구조기구가 사용하는 일본산 자동차는 아무런 제약없이 달렸다. 회색의 고층건물들과 대동강변에 서 있는 170미터 높이의 주체탑을 지나서 시내 중심가로 접어들었다. 주체탑은 1994년 사망한 김일성이 창시한 주체사상을 표현하고 있는 조형물이다. 주체 사상은 외부세계에 의존하지 않고 자력으로 이룬 성과에 만족한다는 다소 난해한 사상으로 고립주의적 오만의 승리를 주장한다. 그리고 북한은 이러한 사상에 걸맞는 결과를 보여준다.

주체탑의 꼭대기에는 수미터 높이의 불꽃 형상이 설치되어 전력이 공급되면 불꽃모양으로 빛을 낸다. 물론 북한에서는 하루에도 몇번이나 전력 공급이 중단된다. 에너지 부족은 북한이 안고있는 최대의 문제이다. 광산들은 황폐한 상태에 있으며 일부는 폐쇄되었다. 회색의 고층건물들은 난방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얼음장같이 차다. 북한 주민들은 마치 양파 껍질을 연상시키듯 추위를 견디기 위해 옷을 껴입는다. 북한은 내가 경험한 지구상의 나라 중에서 건물 내부가 바깥보다 추운 유일한 나라이다.

봄의 첫 햇살이 비치는 때는 건물 내부와 외부간의 기온차가 더욱 심한데, 바깥은 화사한 날씨인데 건물안은 상당히 춥다. 레스토랑에서도 오리털 잠바를 그대로 입고 있도록 권고를 받는다.
그런데 단 한 사람, 즉 김일성을 위해서는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일이 없다. 시내에 있는 그의 기념물은 승리의 야외계단 위로 높이 솟아있다. 기념물은 언제나 조명을 받고 있다. 위대한 지도자의 경우에는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일이 없으며, 별도의 디젤 발전기로 전력을 공급한다.

우리는 고려호텔에 숙소를 정했다. 고려호텔은 높이 140미터의 쌍둥이 건물이며 객실 500여에 수영장, 당구장, 영화관, 노래방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호텔은 거의 텅빈 상태였다. 다른 손님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고 아침이 제공되는 식당도 아주 한산한 편이다. 평양에서 남쪽으로 110킬로 거리에 있는 서울의 고급호텔에서와는 전혀 판이한 풍경이다.

<2003.2.9(일), 평양>

새벽 5시인데 지독한 소음이 들려온다. 호전적인 음악으로 독일의 ‘탄호이저’와 베이징 오페라 그리고 에어로빅용 비트 뮤직을 혼합해 놓은 듯하다. 겨우 잠이 들려는 참인데 7시가 되자 다시 한 번 화들짝 깨어났다. 7시 정각에 방공사이렌이 울린 것이다. 이어 확성기를 탑재한 차량이 거리를 돌아 다녔다. 나중에 들은 설명에 의하면 반미 구호를 방송하는 차량이었다고 한다.

군사분계선이 가로지르는 비무장 지대에 위치한 중립지역 판문점까지 가는데는 2시간 반이 걸린다.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도로가 거의 텅 비어 있다. 남쪽을 향해 설치된 대전차 방어물, 받침돌을 제거하면 바로 도로 위로 굴러 떨어져서 길을 막도록 한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대부분의 설치물들은 쉽게 우회하여 지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설치물들은 단호한 방어 의지와 완벽한 방어 대책이 수립되어 있음을 과시하는 신호로서 유용한 것이다. 판문점에 입장하려면 20유로를 내야한다. 달러화는 금년 초부터 북한에서 지불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으므로 방문객들은 실제로 유로화를 지불해야 한다.

다시 황해남도 해주를 향해 달려간다. 우리는 황혼이 깃들 무렵에 해주에 도착했다. 김일성 광장에 있는 호텔에 체크인을 한다. 그리고 나자 전기가 나갔으며, 욕조에는 찬물만이 흘러나왔다.

<2003.2.9(일), 해주>
“해주 호텔” - 이런 호텔은 수십년만에 처음 경험해보는 호텔이다. 홀은 어두침침하고 구식 화장실에서는 50여년의 독일 슈바벤 시골지역에서와 같이 심한 냄새가 난다. 욕실은 완전히 박물관 감이다. 욕조에는 차가운 물이 가득 차 있다. 흔들거리는 세면대에는 플래스틱 그릇이 하나 걸려 있는데, 욕조에서 물을 떠서 변기를 세척해야 한다.

잠시 거리로 산책을 나갔는데, 평양에서보다는 좀 활기가 있어 보였다. 가로등의 조명은 과거 동구권에서의 조명만큼이나 어둡다. 단 한 곳은 환하게 조명이 되고 있었는데, 바로 거대한 광장의 끝부분에 있는 김일성 동상이다. 김일성 동상은 8미터 내지 10미터 높이에 외투를 걸친 모습이었는데 조명을 받아 환하게 빛나고 있다. 동상 받침대 부분에는 화환들이 셀루판 종이에 쌓여 놓여 있다. 동상 주변에는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있는데, 슬픔을 표현하는 장중한 아코디온의 멜로디이다. 곡조 사이에 잠시 정적이 흐르기도 했다.

초등학교 1학년 정도 되어보이는 어린아이 4명이 동상에 다가서서 “위대한 수령”을 쳐다본 후 깊이 허리를 숙이고는 다시 떠나간다. 갑자기 좌우에 두 학급의 학생들이 정렬해있다. 그들은 동상 앞에 절을 하고는 옆으로 대열을 갖춰 늘어선다. 학생들의 손에는 빗자루가 들려 있다. 학생들은 몸을 숙인 자세로 신속하게 동상 앞과 주변을 청소하고는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북한에서 개인 숭배는 쉽게 종교가 될 수 있다. 우리를 안내한 사람은 “조선에서 신 또는 신들을 믿는다면 바로 위대한 수령이 그와 같은 존재”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발언은 도처에서 비판을 받을 것이지만 맞는 말이다. 아버지 김일성과 아들 김정일 그리고 어머니 - 이는 새로운 삼위일체를 보여주는 것이다. 사망한 김일성은 성부(聖父)에 해당한다. 북한 어디에서나 그의 기념물들을 볼 수 있으며, 첨탑들에는 그의 어록이 적혀 있고 돌판에는 그의 지시가 새겨져 있다. 그는 마치 영생을 소유한 무소 부재의 인물과 같다. 그가 다녀간 장소, 식사를 하거나 잠을 잔 곳에는 기념 안내판이 있어 이를 상기시켜 준다. 우리에게 풍성한 점심식사가 제공된 2층짜리 시골 식당 출입문에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과 “경애하는 지도자” 김정일이 1957년 식사를 위해 여기에 머물렀다는 글귀가 적혀 있다.

차가운 호텔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는데 술, 즉 참나무 소주를 상당량 마심으로써 추위를 견딜 수 있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다시 거대한 광장을 바라본다. 아직도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다. 호텔 앞 가로등을 중심으로 한 남자가 계속 주변을 맴돌고 있다. 다음날 아침 안내자의 설명에 의하면 그는 가로등 불빛을 이용해서 김일성의 저서 중 한권을 읽고 있었다고 한다. 그 남자는 집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책을 읽고 있었던 것이다. 여름철에는 한 무리의 아이들이 같은 이유에서 조명이 환한 김일성 동상 주변에 모여들어 학교 숙제를 한다고 한다.

첫 닭이 우는 새벽녘에 다시 잠이 깨었다. 그런데 닭울음 소리에 잠이 깬 것이 아니라 5시에 확성기에서 선동적인 음악이 요란하게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음악이 좀 잠잠해지자 다시 잠을 청한다. 하지만 7시가 되지 다시 공습 사이렌이 울리고, 7시 45분이 되자 확성기를 실은 차량이 하나 김일성 동상이 서 있는 광장에 나타나 큰 구호들을과 간간히 영웅적 노래들을 내보냈다. 북한에서는 수도에서나 작은 협동작업장에서나 아침에 행해지는 의식은 동일하다.

<2003.2.13(목), 평양>
황량하고 텅 비었던 평양의 고려호텔이 다른 모습을 보였다. 호텔 로비에는 “2.16”이라는 거대한 글자가 빛을 내고 있었다. “경애하는 지도자”의 생일이 다가온 것이다. 거리에는 깃발과 꽃장식 그리고 네온사인들이 켜져 있다. 호텔 레스토랑이 갑자기 부산해졌다. 인민복을 입은 당간부들과 전통 복장을 한 부인들로 가득하다. 한 편에는 다채로운 생일을 축하하는 글귀가 적혀 있다. 어제만 해도 여급사들이 딱딱하게 걷는 소리 외에는 정적만이 감돌던 식당에 요란한 노래 소리가 울려 퍼지고, 무엇보다 처음으로 아주 풍성한 부페가 마련되어 있었다.

<2002.2.14(금), 국제친선박물관>

김일성은 1994년 7월 7일 묘향산 계곡에서 사망했다. 그는 미국과의 첫 핵위기를 해소했으며 자국의 핵계획 동결을 수용하고 당시 김영삼 한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까지 준비하도록 했다. 김일성은 한국 대통령을 묘향산 궁전에서 영접하고자 했으며, 한국 대통령에게 도중에 모범적인 협력의 사례를 보여주고자 했다. 이에 앞서 김일성은 모든 것이 보여줄만한 상태에 있는지를 살펴보려고 이곳을 방문했다. 그러나 40도가 넘는 열기가 김일성에게 부담이 되었던 모양이다.

그날 밤 김일성은 오래된 불교 사찰에서 600여미터 거리에 있는 자신이 애용하던 궁전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남북 정상회담의 계획은 일단은 무산되었으며,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은 결국 2000년 6월 김영삼 대통령의 후임자인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아들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남으로써 이루어졌다. 세계에서 상당히 동떨어진 이 묘향산 궁전에는 “위대한 수령”이 수십년간 받은 모든 선물들이 보존되어 있다. 이 궁전은 현재 개보수 공사를 위해 폐쇄되어 있다. 그런데 바로 그 옆에는 “경애하는 지도자”요 “장군”으로 불리우는 김정일이 자신이 받은 선물들을 전시하는 박물관을 만들었는데, 바로 국제친선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은 묘향산의 산기슭에 자리잡고 있으며 한국의 사찰처럼 보이는데, 목재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콘크리트를 사용했지만 전통을 살려 화려한 채색을 했다. 방문객들은 육중한 청동문을 통해 박물관으로 들어가는데, 병사 한명이 금속부분이 은빛을 발하는 칼라슈니코프 경기관총을 들고 문앞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정문이 열리자 크고 높다란 홀이 하나 나타난다. 방문객들은 신발 위에 보호덮개를 덧씌워야 한다. 이어 연속되는 대리석 갤러리는 그 길이가 족히 300미터에서 400미터는 되어 보인다.

옆으로도 유사한 길이의 대리석 갤러리들이 늘어서 있다. 희미한 조명 속에 전시홀이 계속 이어지며, 홀마다 현대의 고급승용차에서부터 골프공, 차, 거실과 침실가구들, 시계, 깃발, 맥주잔, 사냥총 등 선물들로 가득차 있다. 선물들은 대륙별, 연도별로 정돈되어 있으며 진열장은 끊없이 이어지는데, 이러한 몰취미의 선물들은 세계가 북한 지도자에 대해 애정을 보이고 있다는 표시로 진열된 것이다.

전체적인 인상은? 허장성세에 역겨움을 주는 것으로 한마디로 거부감을 불러 일으킨다. 나라는 기아에 시달리는데, 김 세습왕조는 자축에 빠져 있다. 진열장의 유리만으로도 추위에 떠는 학교와 유치원의 깨어진 유리창들을 수리할 수 있을 것이다.

<2003.2.15(토), 평양>

잿빛의 도시가 갑자기 다채로운 인상을 주고 있다. 밤사이에 건물 도처에 현수막들과 플래카드 그리고 장식용 전구들로 된 꽃다발이 내걸렸다. “2.16”이라는 커다란 글자가 적혀 있으며, 붉은 깃발들이 거리에 나부껴 활기를 불어준다. “2.16”은 2월 16일을 가리킨다. “경애하는 지도자” 김정일은 1942년 2월 16일 당시 빨치산들이 항일 투쟁을 벌이던 성산 백두산에 있는 한 오두막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김일성은 당시 게릴라 부대를 이끌고 있었다. 그는 나중에 아무르강을 건너 소련지역으로 넘어갔다가 1945년 해방과 더불어 소련군 대위 계급장을 달고 북한으로 돌아왔다. 그는 2년 사이에 스탈린의 지원을 받아 한반도 북쪽지역에 공산주의 독재체제를 구축했다. 미국은 이승만 대통령의 남한지역에서 1948/49년 자국군을 철수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어 트루먼 행정부의 애치슨 국무장관은 1950년에 행한 한 연설에서 한반도를 아시아에서의 미국의 “방어선”에서 제외한다고 발언을 했다. 이에 김일성은 스탈린에게 한국을 침략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냈다. 그는 1950년 6월 한국을 전격 침략했다. 당시 김정일은 8살이었다.

김정일은 2.16(일) 61번째 생일을 대대적으로 축하하고 있다. 이에 앞서 금요일에는 매주 통상적으로 실시하듯이 여성들이 빗자루를 들고 나와서 거리를 청소했는데, 이번에는 지도자의 생일을 앞둔 만큼 더욱 열성을 보였다. 대형 인민 꽃 전시장에는 충성스러운 원예인들이 베고니아의 일종인 “김정일화”를 전시했다. 도처에서 김정일을 찬양하는 노래 연습이 있었다. 각 작업장마다 노후한 시설물들을 장식했으며, 도처에 김정일의 위대한 업적들을 찬양하는 화려한 벽보들이 나붙었다.

그리고 주민들은 무리를 지어 김일성이 유리관 속에서 영면하고 있는 화려한 주석궁으로 몰려들었다. 김일성은 사망한 이후에도 영원히 주석직을 유지할 것이라고 한다. 즉 주석직은 김일성에게 영구히 귀속되므로 김정일은 군최고사령관의 직책(국방위원장)을 승계하는데 만족해야 한다.

우리 작은 일행은 독일 세계기아구조기구 “대표단”으로서 길게 늘어서 있는 행렬의 가장 앞쪽에 바로 들어갈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았다. 안전 검사대와 신발을 깨끗하게하는 양탄자, 먼지를 털어내는 통풍시설을 거쳐갔다.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이동해가는 행렬이 수백미터에 이르는데, 사면에는 대리석들이 차가운 빛을 발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서 잠시 바깥을 쳐다보니 한편에는 수로가 설치되어 있고 그 뒤쪽에 높은 담장과 담장 위에 철조망 바리케이드가 설치된 것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 편에는 거대한 행진 광장이 보였다. 김일성은 이곳 주석궁에서 북한을 통치했다. 모스크바에 있는 레닌 묘소나 베이징에 있는 등소평 묘소는 이에 비하면 정말 초라한 묘지라고 할 것이다. 북한 정권은 생사 여부를 따지지 않고 스스로를 자축하고 있다. 지구상에는 현재 이 보다 더 심한 우상숭배는 없을 것이다.

대리석 갤러리가 계속 이어진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윗층에 이른다. 여러 개의 홀을 거쳐 앞으로 나아간다. 좁은 문을 지나면 머리카락이 날릴 정도로 강한 바람이 나오는 지대를 통과한다. 참배 행렬은 모든 먼지들을 털어버린 후 시신이 안치된 묘실에 이른다. 묘실은 체육관 크기의 규모를 갖고 있다. 중앙에는 왁스 처리를 한 얼굴에 하얀 셔츠를 입은 시신이 유리관 속에 안치되어 있는데, 가슴 부위까지는 붉은 깃발로 덮여져 있다.

제복을 입은 경비병 한명이 행렬을 세 그룹으로 나눈다. 이들은 적절한 보폭으로 관 주위로 다가가서 관을 돌아가면서 몸을 굽힌다 소수의 외국 방문객들은 대충 예의를 표시하고, 북한 주민들은 몸을 깊숙하게 굽힌다. 어떤 사람들은 눈물을 흘린다. 마구 울음을 터뜨리는 여자들도 많다.

죽은 자에 대한 예의를 표시하고 나면 방문객들은 자그마한 녹음기를 받는다. 행렬은 눈물의 홀을 지나가게 되는데, 녹음기에는 “눈물이 흘러내려 돌이 되었다”라고 감동적인 목소리로 설명한다. 그리고 “인류의 태양”은 모든 대륙과 모든 나라, 지구상 모든 주민들 위에 영원히 빛날 것이라고 한다. 이어 참배 행렬은 훈장들을 진열한 홀로 나아간다. 이곳에는 사망한 김일성이 생전에 받은 훈장들이 정돈되어 안내문과 더불어 진열되어 있다.

진열품 중에는 나이지리아의 한 추장이 수여한 훈장도 있으며 잘 알려져있지 않은 대학에서 김일성에게 부여한 박사 학위모도 있다. 그리고 진열장 위쪽 벽에는 김일성과 인사를 하고 포옹을 한 국가 지도자들의 사진들이 붙어 있다. 티토 구유고 대통령, 시아누크, 장쩌민, 카스트로의 모습이 보인다.

신선한 공기를 좀 마셨으면 했다. 다시 에스컬레이트를 통해서 이동하면서 긴 대리석 갤러리들을 통과했다. 주석궁에서 바깥으로 나오자 차고 청명한 겨울날의 공기, 그리고 인류를 비치는 진짜 태양이 우리를 맞는다. 자축 행위는 북한 정권에만 여전히 남아있는 유일한 것이다. 즉 북한은 자기를 과시하고 스스로를 드높이며 스스로를 축하한다. 북한인들은 이를 “주체”라고 부른다. 북한에서는 자결, 다시 말해 자급자족, 자력 국가를 의미하는 애매모호한 주체 사상이 오래 전부터 공산주의를 대체했다. 남은 것은 유교적 엄격함을 지닌 아시아적 세습왕조이다. 그것은 상부에서 명령을 하달하고 하부계급은 순응해야만 하는 체제이다. 49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