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목격한 영아살해
송영철 (가명, 2001년 입국)
북한의 수용소 안에서 일어나는
각종 형태의 끔찍한 사실들에 대하여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테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기억하는 가장 잔혹한 일 중 하나는 ‘영아살해’이다.
내가 첫 탈북 1년여 만에 북한으로 강제송환 된 후
보위부 조사를 거쳐 신의주수용소에 수감된 시기는 2000년 봄이었다.
당시 수용소에는 나와 같이 중국으로 탈출하였다가 중국 공안에 의해 체포되어
북으로 끌려 들어온 탈북여성들이 많이 있었다.
그 중에 임신한 여성들은 중국 사람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죄’로,
끌려가 강제유산을 당하는 것이 통례였다.
북한에서 수용소에 갇혀 있는 자체가
당시 생각하기에도 보통 끔찍한 일이 아니었는데,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타인에 의해 자기 피붙이까지 죽임을 당하는 참극은
본인 뿐만 아니라 왠만한 일에는 이미 무감각해진 곁에 있는 이들에게까지도
영원히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악몽으로 남겨지게 했다.
내가 신의주수용소에 갇혀있을 당시 6명 정도의 임신한 여성들이
중국으로부터 이송되어 왔다.
이들은 며칠 후 수용소에서 멀지 않은 병원으로 끌려갔고,
갈 때는 만삭이던 배가 올 때는 홀쭉해져서 돌아왔다.
그리고 이들 여성들은 바로 노동현장에 투입되어
평소 다른 여성들처럼 똑같이 힘든 일들을 강요받았다.
내가 영아살해의 현장에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너무도 분명했다.
임신한 여성들에게는 강제로 분만촉진제를 주사해 아이를 낳게 하였고,
태어난 아이는 임산부가 보는 앞에서 젖은 수건으로 질식시켜 죽였던 것이다.
내가 후에 듣기로 태어난 아이를 벽에 던져 죽이거나,
그대로 쓰레기통에 넣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이 북한 수용소 내에서 일어나는 강제낙태와 영아살해는
이미 하나의 ‘관행’이 됐다.
이는 북한정부의 지시가 없이는 절대로 행해질 수 없는,
국가가 조직적으로 자행하고 있는 용서할 수 없는 명백한 반인륜적 범죄행위이다.
이 일을 현재 국내의 탈북민들은 대부분 알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국민들과 정부가 이 일에 대해 놀라지 않고,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현실이 더욱 놀랍고,
이러한 현실에 대해 아연해 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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