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의혹사건 특별검사로 추천된 후보들이 조사 대상 회사의 사외이사를 지냈던 사실은 두 가지 점에서 문제다. 하나는 인선과정에서 후보에 대한 검증이 너무 허술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런 하자를 가진 특별검사가 엄정하게 수사를 지휘할 수 있고, 그 수사결과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이다.
당장 두 후보의 이사재직 기간이 2000년 6월 대북 송금 시점과 겹쳐 있다. 현대증권의 이익치 전 회장은 이 기간에 현대그룹 계열사로부터 대북송금액 5억5000만달러를 모금한 의혹을 받고 있다. 외환은행은 산업은행 대출금 2억달러가 북한에 송금되는 과정에서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당연히 핵심 수사대상이다.
따라서 두 후보 가운데 누가 지명되든 사외이사라는 형태로 각각 이해관계를 맺었던 회사를 상대로 수사를 벌여야 할 판이다. 더욱이 후보 중 한 변호사는 조사대상이 될지도 모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처조카와 같은 법률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미 두 후보 모두 특별검사로서 수사 적임자라는 소리는 듣기 어렵게 돼 있는 셈이다.
두 후보의 경력도 문제다. 한 후보는 수사검사 경험이 3년에 지나지 않고, 다른 후보는 수사경험이 아예 없다. 이번 특검수사의 대상인 대북송금 문제는 다른 특검수사 때와 달리 검찰이 사전에 한 번도 손을 대지 않은 사건이다. 특검이 처음으로 그 뚜껑을 열어야 한다는 점에서 풍부한 수사경험이 필수적이다. 그런 데다 한 후보는 대북송금사건 특검수사 반대 논평을 냈던 민변 소속 변호사다. 그런 그가 특검이 된다면 과연 수사의지를 갖고 임할 것인가도 의문이다.
이래서야 이번 특검이 당파적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의혹을 남김 없이 해소해줄 것이라는 국민적 기대에 부응할 수 없다. 지금 시점에서 인선을 재검토할 방법이 없다면 차선책으로라도 향후 여야 간 특검법 수정 협상과정에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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