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불륜, 추천하는 회사 vs 갈라놓는 회사
대기업 직장내 新문화(?)로 불리는 사내불륜에 대한 많은 제보자들의 협조와 솔직한 고백을 토대로 기업 내 사내불륜을 좀 더 체계적으로 분석한 원인과 대안방법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자문했다.
놀라운 사실은 사내불륜에 대한 부정적 시각보다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도덕적이고 윤리적으로 \'없어져야 할 문화\'라는 의견과 \'이유 있는 관계는 개인의 사생활\'이라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경우 이에 따른 법적 책임을 다할 수 있냐는 반문도 나오고 있다.
\'불륜\'이나 \'간통죄\' 없는 유럽에서는 국내 대기업 안의 사내불륜이란 성문화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사랑\'이란 단어로 모든 게 통용되는 게 바로 유럽식 문화다.
독일의 유명 전자제품 판매회사인 A에 근무하는 B는 불륜이란 단어를 설명하자,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결혼을 한 사람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연애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결혼을 한 사람의 경우 더 좋은 사람이 생긴다면 헤어지고 다시 또 다른 출발을 하면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이다.
불륜은 이별과 만남의 또 다른 과정
\'불륜(不倫)\'이란 사전적 의미는 남녀관계가 윤리에서 벗어남을 뜻한다. 하지만 서양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만남을 왜 윤리에서 벗어난 행동양식으로 정의 내리는지 오히려 반문한다.
국내에선 불륜에 대한 엄격한 시선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과거 유교적인 사상이 뿌리 박힌 우리나라는 부인과 가족이 아닌 타인과 성적인 접촉을 갖는 것 자체가 도덕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부적합한 만남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기업에서도 불륜관계의 직원들을 색출해 내고 직원들에게 불륜을 저지르는 행위를 하지 말아 줄 것을 직·간접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기업 내부에선 이런 불륜관계의 직원들을 적발해 내기 위한 모니터링도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기업 문화를 서양기업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서양에서의 이 같은 의식구조가 국내에 도입되면서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례로 주한 외국기업의 경우 서양식 사고방식을 경영전반에 도입해 기업을 이끌고는 있지만 직원 대부분이 한국인이란 이유로 \'사고방식\'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
지난 1990년대 중반에 국내에 들어온 B기업의 경우, 직원 중 임직원들의 경우 본국에서 발령받은 외국인들이 대부분이었다. B기업은 한때 외국 임원들과 국내인 여직원들의 스캔들이 화제가 될 정도로 빈번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B기업 인사팀에 근무했던 K는 \"서구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여직원들이 상당히 주관적인 호의를 보내는 게 일반적이었다\"면서 \"여직원들은 은근히 외국 임원들과의 로맨스를 즐겼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B기업은 지금도 사내에서 \'불륜\'이라 부르는 관계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문제 삼지 않고 있다는 게 다른 기업과의 차이점이다.
\"젊은 남녀가 만나 호감을 느껴 가는 과정까지 회사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게 기업 홍보실 관계자의 가벼운 대답이다. 시각에 차이를 두고 본다면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이며 이 사생활을 회사가 참견한다는 것이 오히려 불법\'이란 견해다.
\'불륜적발은 사생활 침해\' 오히려 불법?
또 다른 주한 외국기업인 P회사는 사내 연애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있었다. 회사 내에서 천생연분을 찾게 된다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결혼이나 추가적인 혜택을 준다는 것.
일부 국내 기업들이 회사에서 커플이 생기는 것을 꺼려하거나 사내부부가 생길 경우 어느 한쪽을 구조조정 대상에 올린다거나 다른 계열사 또는 다른 부서로 발령을 내는 사례와는 동떨어진 느낌의 경영정책인 셈이다.
인터넷 관련 Y사는 직원들의 사내 모임을 적극 추천한다. 사내 모임뿐만 아니라 출퇴근시 \'카풀\'도 권장하고 있다. 사내 결혼이라도 있으면 회사 차원에서 선물을 비롯한 포상금도 지급하고 있다. 이 회사는 1년에 20쌍 이상의 부부들이 탄생한다.
중요한 것은 회사에서 탄생하는 커플 가운데 \'불륜\'으로 시작된 커플들도 상당하다는 것. 하지만 회사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전한다. 홍보실 한 관계자는 \"시작이 불륜이라도 개인 사생활일 뿐 결과적으로는 회사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 상관없다\"라고 말했다.
주한 외국기업 \'문화적 갭, 한국식 해결\'
전문가들은 주한 외국기업들의 이 같은 개방된 문화를 두고 \'혼합된 가치관의 결과물\'이라고 칭한다. 외국식 개방적인 문화가 한국의 보수적인 문화와 만나 적당한 타협점을 찾았다는 것.
불법적인 관계가 아닌 부정한 관계를 만들어 가는 불륜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나라와 불륜을 범죄적인 성향으로 구분 짓고 경계하는 우리나라의 한계를 적절히 수용했다는 얘기다.
외국기업에서 외국인 임원과 한국인 여직원의 사랑뿐 아니라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한 외국기업에서는 한국 임직원과 파견 나온 외국인 여직원의 로맨스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지사를 거의 총괄하다시피 한 K이사는 일명 \'기러기 아빠\'의 고뇌를 가지고 있었다고.
K이사와 절친한 한 관계자는 \"가장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만 남자로서 또 인간으로서 외로움과 고충을 위로 받을 사람이 생겨 다행\"이라며 \"외국인이란 점은 문제가 되지 않으며 결혼했다는 점도 전혀 개의치 않고 만나고 있다\"고 전했다. K이사는 조만간 이혼을 고민하고 있으며 새로운 출발까지도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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