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기념관 무산…구미이전도 불허
곽태영 기념관 건립반대 대표 “200억 환수하라”
박정희 기념관 건립이 사실상 무산됐다. 행정자치부는 30일 “박정희기념관사업회가 9월초에 제출한 ‘2007년 8월까지의 사업기간 연장신청과 사업축소를 통한 경북 구미로의 이전 건립에 대한 사업변경 계획’ 승인요청을 불허했다”고 밝혔다.
행자부는 “구미로의 이전 건립은 새로운 사업 계획을 뜻하는 것이어서 불승인했고 연기요청도 불승인했다”며 “조만간 박정희 기념 사업회측의 실적을 받아본 후, 행정처리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정희 기념관 사업회 측은 “아직 공식 통보를 받지 않아 할 말이 없다”며 “모금실적의 변동은 더 나아진 것이 없다”고 밝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박정희 기념관 건립은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은 지난 8월 2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박정희 기념관 사업회측의 모금실적이 일부단체에 편중되고, 최근 모금액도 저조해 10월 말까지의 국민모금액 500억을 확보치 못할 경우, 정부가 지원한 200억 국고 지원금을 취소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이 있기까지 박정희기념관 건립 반대운동을 주도해 온 곽태영 박정희기념관반대 상임대표를 1일 오전 자택에서 만나 소감을 들어봤다.
"200억 지원금 즉각 환수해야한다"
-이번 정부의 결정에 대한 소감은?
"일단, 기쁘고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관심을 가져준 국민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이제야말로 우리의 민족정기가 올바로 서는 것 같다. 늦은 결정이지만 적극 환영한다."
- 행자부에서는 박정희기념관사업회측의 모금실적을 받아보고, 최종 결론을 낼 계획인것 같은데
"일단, 박정희기념관사업회 측의 건립시한 연장신청과 구미로의 이전 건립 계획을 불허했으니, 당연히 정부가 지원한 200억원을 즉각 환원해야 한다. 허성관 행자부 장관도 지난 8월 우리에게 약속했던 것처럼 200억원 환수 계획을 빠른 시일내 발표하고 실행해 주리라고 믿는다."
- 박정희기념관건립에 대해 국민들은 경제개발이란 측면에서 일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은 국민들에게 진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서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개발은 당시 장면 정부의 경제개발프로그램을 그대로 모방해서 시행한 것인데다 막대한 외자유치중 적지 않은 금액을 외국의 은행에 빼돌렸다는 설까지 있다. 그는 또 일제시대 독립군 토벌에 앞장선 일본군장교 출신으로서 민족의 반역자다. 정권을 군사쿠테타로 장악하고 수많은 민주화 운동을 탄압한 사람을 기념한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가"
- 애초 국민의 정부시절, 김대중 전대통령이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지 않았는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2000년 총선을 앞두고 대구를 방문해 경북지역 표를 의식해 정치적 결정을 내린 것으로 잘못된 결정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일제의 침입을 받았던 아시아 어느 나라에서도 일제에 협력한 인사를 추모하거나 기념관을 만든 나라는 없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독립기념관은 있지만 일제시대 이름없는 백성들의 항일의병운동과 독립운동 과정에서 숨진 넋을 기리는 위령탑이나 기념관도 없는 상태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 박정희기념관사업회측이 이번에 요청한 건립시한 연장요청과 구미 이전 건립계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애초 국민적 합의없이 시작한 모금운동이 제대로 안되는 건 당연하다. 어떻게 친일과 독재의 전력이 있는 인물을 미화하는 기념관을 건립한다는 것인가. 김대중 정부 시절 ‘500억원 국민모금’이 달성됐을 경우의 조건을 걸고서 국고 200억원 지원을 약속했고 그 시한을 지난 2003년 2월28일로 정했었다. 그러나 모금이 제대로 되지 않고 시민단체와 여론반대에 부딪치자 사업회측의 건립시한 연장신청을 갑자기 지난달 말까지 연장해 준 것이다.
그나마 박정희기념관사업회측이 모금한 지난 9월까지의 모금액은 108억 밖에 되지 않으며, 이중 50억원은 전경련이 내고, 나머지는 일부 기업과 개인이 낸 걸로 알고 있다. 올 상반기동안은 380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다보니, 사업회 측에서 국고 200억원을 사용키 위해 경북 구미로의 이전 신청을 낸 것이다.
그렇지만, 구미로 옮겨도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기념관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이고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 설사 구미 이전 건립 결정이 났어도 국민들과 함께 전국적인 반대운동을 펼칠 계획이었다. 현재 구미시에는 박정희 기념관 건립을 위한 실무적 준비를 위한 과가 활동을 하고 있으며, ‘구미시 박정희대통령기념관 건립준비단’은 2만 3000평의 토지를 80억원을 들여 이미 확보한 상태이다.”
- 6년동안 이번 운동을 해오면서 어려운 일은 없었는가
“2001년 10월 고건 서울시장이 서울 상암동에 기념관 건립 터를 제공했을 때, 주변 일부에서는 ‘이미 끝난 것 같은데 포기하는게 어떻겠는가’라고 운동 중단을 얘기했었다. 하지만, 애국선열들이 뻔히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포기할 수 없어 “이제부터 싸움은 시작이다”고 설득하고 다시 시작했다. 그동안, 이미 돌아가신 장준하 선생님 유족과 최종길 서울대 교수 유족, 인혁당 유족 모임과 민족문제연구소 등의 시민단체들의 노고가 많았다.”
4대 개혁법 반드시 통과돼야
- 과거 친일과 독재시절에 대한 청산을 위해 열린우리당에서 4대 개혁법을 추진하고 있다.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비단, 박정희 전 대통령만이 아닌, 일제시대와 해방이후 우리나라는 외세를 등에 업은 친일세력들이 우리 사회의 중요분야를 차지하고 친일과 독재의 과거사를 은폐해왔다. 해방후 60여년만에 들어선 노무현 정권에 와서야 과거사를 처음으로 규명하는 것 아닌가.
그런만큼 이번 4대 개혁법은 반드시 통과시켜 올바른 과거사의 진실을 국민과 후세들에게 물려줘야 한다. 그래야 민족정기가 올바로 서는 것이다. 나아가 그 것만이 분단된 우리민족의 자주평화통일을 보장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 혹, 이번 국고보조금이 환수된다면 그 용도를 다른 곳에 제안할 생각이 없으신지
“인터뷰 첨에 얘기했듯이, 아직 우리는 번듯한 일제항일운동의 위령탑이나 기념관도 없는 상태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추진을 생각해 보겠다. 현재, 국회가 파행중이지만, 행자부에 대한 200억 국고환수조치에 대한 국회의원의 대정부 질문이 예정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민들의 입장에서 당연한 즉각환수 입장이 발표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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