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자유게시판 > [물러나] 북, 남북 철도 시험 운행 일방 취소

25일로 예정된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 운행이 하루 전 북한의 일방적 통보로 취소됐다.

북측은 24일 오전 남북 철도.도로 연결 실무접촉 북측 단장인 박정성 철도성 국장 명의의 전화통지문에서 "쌍방 군사 당국의 군사적 보장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는 조건에서, 남측에서 친미.극우 보수세력들이 나라의 정세를 험악한 대결과 전쟁 방향으로 끌고 가는 형편에서 시험 운행은 예정대로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통일부는 성명을 내고 "남북 당국 간에 합의한 열차 시험 운행을 북측이 일방적으로 연기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특히 남측 정세를 터무니없이 운운하는 건 온당치 못하다"고 밝혔다. 신언상 통일부 차관은 기자 브리핑에서 "북측의 부당한 태도로 시험 운행이 연기돼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 군부가 열차 시험 운행에 제동을 건 것으로 보고 있다.

박승희 기자

[뉴스 분석] 북한 군부 반기?
김정일 위원장이 허락한 합의 뒤집어
지원 더 얻어내려는 협상카드일 수도

신언상 통일부 차관은 24일 북한의 철도 시험 운행 합의 파기 직후 "북한 군부가 소극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 브리핑에서다. 북한 군부가 발목을 잡았다는 얘기다.

익명의 당국자도 "시험 운행 무산의 책임은 합의 이행의 방향을 틀어 버린 북한 군부에 있다"고 했다. 남북이 구체적 날짜와 시간까지 합의한 사안에 북한 군부가 제동을 건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 군부가 이런 행동을 보인 것은 최근 남북 군사당국 간의 협의가 원만치 않은 데 대한 불쾌감의 표시란 분석이 유력하다. 18일 판문점에서 끝난 4차 장성급회담 때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무력화와 새 해상경계선 문제에 매달렸다. 그렇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북한 군부는 남측이 희망한 철도 시험 운행을 위한 군사 보장 합의 논의도 거부했다.

여기에 비무장지대(DMZ) 관할권에 대한 군부의 집착이 겹쳤을 수 있다. 이번 조치는 군사분계선(MDL)을 넘나드는 문제만큼은 자신들의 승인 없이는 안 된다는 시위일 수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 군은 사회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체제 수호 의지가 확고하다는 측면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남북 관통 열차에 대한 군부의 속내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있다.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철도 건설은 북한 군부가 주도했다. 북한 군부가 '통일 열차'의 첫 손님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꼽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남북 경협 사업의 실리가 군부에 전달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군사 요충지인 금강산에 이어 개성공단까지 내줬지만 얻은 게 뭐냐는 것이다.

북한 당국이 철도 시험 운행 문제를 협상카드로 활용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경공업 원자재와 비료를 추가 지원받기 위해 일단 합의해준 뒤 군부를 내세워 번복했다는 관측이다. 미국과의 핵 협상 때 외무성은 강경파인 군부를 거론하며 몸값을 부풀리는 수법을 자주 썼다.

그렇지만 북한의 합의 번복 속내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철도 시험 운행이 남북 관계에서 갖는 상징성이 커 합의 파기의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승낙을 받아 나왔을 합의가 군부에 의해 뒤틀어질 수 있느냐는 문제도 남는다. 북한은 실제 23일까지도 행사 준비를 위해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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