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북한을 탈출해 2003년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김영순(74·여) 씨는 “김정일의 사실상 첫 부인인 성혜림과 친구였다는 이유로 1969년 함경남도 요덕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 9년간 모진 고통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김 씨는 20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한인권 청문회에 참석해 “짐승조차 얼씬거리지 않는다는 요덕수용소에서 식구들을 잃고 피눈물 나는 삶을 살았다. 지금도 지옥 같은 땅에서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 2,300만 명의 우리 형제를 제발 구원해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증언에서 “성혜림과 여고와 대학을 같이 다닌 절친한 친구였다”면서 “어느 날 성혜림에게서 ‘5호 댁으로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5호댁은 당시 김일성과 김정일이 거처하는 특별주택이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뒤 1970년 8월 1일에 보위부 안가로 끌려가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성혜림이 자기에게 한 말과 성혜림과 관련한 내용을 아는 주변 사람들의 이름을 모두 불었다”며 “나중에 성혜림 친구였거나 김정일과 성혜림의 관계를 알거나 발설한 사람은 대부분 수용소로 끌려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증언했다.

그는 증언 도중 “같은 해 10월 1일 연좌제가 적용돼 가족 7명이 요덕수용소로 끌려왔다”면서 “부모님과 아들, 딸은 굶어 죽었으나 관이 없어 거적으로 시신을 둘둘 말아 밭고랑에 버렸고 남편은 1970년 7월 다른 수용소로 끌려간 후 생사를 알 수 없다. 심지어 막내아들은 출소 후 23세 때인 1993년 남한으로 탈출하려다 붙잡혀 공개 총살까지 당했다”고 울부짖기도 했다.
 

이어 “수용소에선 새벽 3시30분 기상해 해가 질 때까지 강제노역을 시켰다”면서 “뽕나무에서 떨어져 쇄골이 부러졌는데도 예외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하루 일이 끝나면 저녁 늦게까지 ‘사상투쟁회의’를 열었는데 이때 족쇄를 차고 끌려간 사람은 아무도 살아온 것을 보지 못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날 김 씨와 함께 증언석에 선 탈북자 김혜숙(50·여) 씨 역시 “할아버지가 탈북했다는 이유로 정치범수용소인 평안남도 제18호 관리소에 수감돼 28년 동안 수용소 생활을 했다”면서 “하루 16~18시간 동안, 휴일도 없이 10여 년 동안 탄광에서 일하면서 강냉이로 주린 배를 채울 수 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

또 그는 “총살한 사람들의 시신을 거적으로 말아 버려놓은 것을 수도 없이 봤다. 개도 저렇게 죽이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특히 “부모님은 둘다 모두 영양실조로 죽고 가까스로 탈북한 나는 중국에서 네 차례나 인신매매를 당했다”면서 “여기 저기 끌려 다니며 온갖 수치스러운 일을 다 당한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잠이 오지 않는다”며 울먹였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수전 숄티(Suzanne Scholte) 디펜스 포럼 대표는 “북한 정치범수용소는 소련의 악명 높은 수용소 굴라그나 나치의 수용소보다 더 오래 존속되고 있다”면서 “중동에서 민주화 바람이 일고 있는 것처럼 이제 우리는 북한에서 핍박받는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남오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