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의 밤길이 한 달 만에 열렸다는 신문의 1면 기사를 보며 그 동안 국가권력은 왜 팔짱끼고 가만 보고만 있었는가 매우 의아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일전에 시국을 걱정하는 몇 사람이 모여 점심을 함께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포항제철의 신화를 만든 박태준회장, 월남전에서 국군 사령관으로 용맹을 떨친 채명신 장군, “촛불을 끄라”고 과감하게 외치는 언론인 조갑제씨, <경제풍월>이라는 월간지를 만들어 뿌리며 그 암울하던 시절에 시장경제의 당위성을 강조한 경제평론가 배병휴씨 등이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모두 정권교체에 큰 기대를 걸고 불철주야 피나는 투쟁을 마다하지 않았던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놀란 것은 그 중 한사람도 17대 대통령이 취임한 뒤에 대통령을 만나 의견을 주고받을 기회를 가진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단 한사람도!
동석한 인사들은 모두 조국의 민주적 발전과 민주적 통일에 일가견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이게 뭡니까. 대통령의 주변에 “인의 장막”이 드리워 있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한달 동안 헌법을 사수하고 민주적으로 번영한 조국을 만들겠다던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것 아닙니까. 현대 맨들, 서울출신 인사들, 소망교회의 신앙동지들만 가지고 나라를 제대로 이끌고 나가기는 어렵습니다. 남파된 간첩들과 그 동조자들을 가려내지 못하면 이명박 호는 난파에 난파를 거듭하게 될 것입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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