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사설]
 
노무현 정권 특별사면이 '이석기 국회의원' 만들어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이석기 당선자가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있게 된 것은 노무현 정권이 그의 국가보안법 전과(前科)를 특별사면해줬기 때문이다. 이석기씨는 1989년, 북한의 가짜 역사에서 김일성이 일제강점기에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반제(反帝)청년동맹'이란 이름을 그대로 본뜬 지하 조직을 만들었다. 그 3년 뒤 '반제청년동맹'을 발판으로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이란 지하당을 결성해 간부로 활동하다가 붙잡혀 2003년 3월 국가보안법의 반국가단체 구성죄로 서울고법에서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상한 것은 이씨가 대부분의 국가보안법 피고인처럼 대법원에 상고했다가 돌연 중도에 포기한 일이다. 형이 확정되지 않으면 특별사면을 받을 수 없는 법 규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는 상고 포기로 2심 형이 확정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그해 8월 노무현 정부로부터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았다.

이에 앞서 그해 4월엔 민혁당 총책이던 하영옥씨가 노무현 정부 출범 기념 특별사면을 받고 석방됐다. 하씨는 민혁당 사건으로 2000년 징역 8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하씨가 특별사면 받을 때 특별사면 대상자를 추려 대통령에게 보고했던 법무부장관은 하씨가 민혁당 사건으로 재판받을 때 변호사였던 강금실씨였다. 이석기씨보다 먼저 풀려난 하씨는 1000㎞ 도보 순례를 하며 이씨 석방 운동을 벌였고, 이씨도 결국 4개월 후 강금실 법무장관의 상신(上申) 과정을 거쳐 특별사면을 받게 됐다.

이씨의 판결문에는 반제청년동맹이 "김일성 주체사상을 지도 이념으로 하고 남한에서 미 제국주의를 몰아낸 뒤 현 정부를 타도하고 북한과 연방제 통일을 이뤄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고 돼 있다. 민혁당 역시 주체사상을 지도 이념으로 삼고 학생·농민 단체를 장악해 남한에 북한식 사회주의를 건설하려 했다고 판결문에 나와 있다.

이씨는 국회의원에 출마해서 당선될 때까지 주체사상을 포기했는지에 대해 한 번도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노무현 정권의 특별사면은 그런 이씨에게 국회의원이 되도록 길을 터 준 셈이다. 노무현 정권의 특별사면이 어떤 기준에 따라 이뤄졌는지 다시 한번 거슬러 올라가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