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제1차 북한핵 문제 이래 많은 기회를 놓쳤다. 미국이 더 양보할 것을 기대하며, 한 발 더 나아갔지만, 결코 원하는 대로 얻지 못했다. 그런 북한이 이번에 또 무리한 주장을 하며 기회를 차버렸다. 북한 외무성이 어제 미국 고위인물의 발언에서 북한과의 공존이나, 대북정책 전환에 관한 일언반구도 찾아볼 수 없다며 핵무기 보유 및 확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불참을 발표한 것이다.
북한은 조지 W 부시 2기 행정부가 기대했던 것만큼 대북정책 전환을 하지 않은 것에 실망했던 것 같다. 그런 실망은 일면 타당하다. ‘폭정의 전초기지’ ‘폭정종식’은 북한을 겨냥한 것이다. 북한에 대한 미국정부의 인식이 바뀌었다고 볼 근거는 없다. 부시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북한에 관해 단 한마디만 할애한 것도 반드시 북한을 위해 좋은 신호라고 볼 수 없다. 북핵해결에 적극 나서기보다 현상유지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는 뜻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은 물론 북한과의 대화에 열의가 없다는 의미이며, 따라서 미국이 북한에 양보할 것이 없음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북한은 기대할 것이 없는 회담에 나가느니, 차라리 미국압박이나 해보자고 판단할 수 있다. 5개국이 북한에 핵포기를 구걸한다고 믿고, 그것을 약점 삼아 더 밀어붙일 심산이었을 것이다. 대북제재론도 수그러들어 북한이 모험해볼 만한 여유를 갖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국도 나름의 노력을 했다. 북한으로서는 이를 활용할 여지가 있었다. 그런데 북한이 상황을 개선하는 쪽보다 이런 역공세로 나서다니 너무 근시안적이다. 북한의 미래는 결코 핵무기나, 6자회담 불참에서 찾을 수 없다. 핵무기고를 늘리고 6자회담 밖에서 서성거리는 북한을 위해 해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핵무기고를 늘린다는 허세부리기에 놀라 북한 요구를 다 들어주는 그런 세상이 아니다. 북한이 믿는 대로 미국의 대북인식은 달라지지 않았다.
출처: 2005년 02월 10일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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