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하면 그만’ 황당한 문화재청장
[경향신문 2005-04-06 18:48]
문화재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6일 오전 낙산사를 돌아보며 ‘불탄 문화유산 답사’를 해야 했다. 총무원장 등 조계종 고위 스님들도 일어나서는 안될 폐허가 된 도량을 둘러봐야 했다.
일이 벌어진 뒤 폐허를 찾은 이들에게는 당장의 복구대책만 있을 뿐 향후의 근본적인 문화유산보호 대책을 들을 수는 없었다.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화재로 인해 낙산사가 보유한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 3점 중 2점, 지방문화재(시·도유형문화재) 6점 중 3점이 아예 없어지거나 훼손당했다. 낙산사 동종이 완전 소실됐고 칠층석탑은 일부 깨지고 그을리는 등 피해를 입었다.
지방문화재는 홍예문과 담장, 사리탑이 불에 그을리는 등 원형이 훼손됐다. 또 건물 13동이 전소됐다. 다행히 5일 오전 피신시킨 보물 1362호 건칠관음보살좌상과 지방문화재인 홍련암, 의상대 등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
문화재청은 재해대책비, 문화재 긴급보수비 등을 투입해 신속한 복구가 이뤄지도록 조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발표 곳곳에서 문화재관리 행정담당 관청으로서의 ‘심각한 모습’이나 반성은 찾기 힘들었다. 유청장은 특히 “동종은 탁본, 실측자료 등이 있어 복원이 어렵지 않아 6개월 이내에 복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전소된 13동의 건물도 “한국전쟁 이후 급히 다시 지어진 것들”이라며 깎아내렸다.
그는 칠층석탑을 찾은 자리에서는 “표면의 그을림, 일부 박락현상 등의 피해는 입었으나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아예 이 기회에 기존에 훼손된 부분까지 더해 보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방문화재인 담장을 놓고 “나의 저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낙산사는 담만 보면 된다’고 썼는데 화재에 큰 손실을 입지 않아 다행”이라는 말까지 했다. 유청장은 아예 “이번 화재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의상대사의 창건 당시와 가깝게 복원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무방비로 노출된 전국 사찰의 문화유산에 대한 앞으로의 피해예방책 등에 대한 고민보다는 “복원하면 그만”이라는 복원지상주의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양양|도재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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