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온 사방이 비에 젖어 삼복 더위의 열기를 식혀주고 있지만 한여름
               더위의 뜨거움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비바람에 흔들려 떨어진 애매한 감열매만이 해마다 찾아 오는 이 
               위기를 벗어 나지 못한 채 애처로이 마당에 떨어져 뒹굴다 마지막
               생을 마감하려 한다.

               감나무에 열린 감의 생애가 어쩌면 우리네 인생과도 흡사한 것 같
               아, 감꽃이 피고 지며 자라나면서 마지막 남아 까치밥까지 챙겨주
               며 생을 마감하는 그런 감의 한 해 살이를 생각하다보니 비바람치
               는 장맛비 내리는 날에 왠지 많은걸 생각케 한다.

               그렇듯이
               우리네 인생살이도 가지각색이듯이, 주위에서 흔히 보며 느낄 수 있
               듯 지질이도 못 생긴 남자가 금배지 달고 큰소리치며 독불장군인양
               으시대는가 하면, 배우처럼 잘 생긴 섹시한 남자가 어쩌다 걸렁뱅이
               노숙자신세가 돼 헤매는가 하면, 돼지목에 진주목걸이를 한들 그저
               돼지처럼 못 생겨 보이는 여자가 회장사모님 소리 들으며 세단차에 
               기대어 어깨에 힘주는 반면에 천사처럼 생긴 매력투성인 아름다운
               여자가 산비탈동네까지 연탄배달이나 하는 힘든 삶을 살아가는 그
               야말로 요지경같은 세상에 펼쳐지는 인생들이 소설처럼 다양하다... 

               그렇게 주워진 생(生)이 다 다를지라도 단 한 가지 우리들 가슴에 오
               래토록 남아 기억되는 건, 부귀와 권력으로 마치 이 세상의 행복을 다
               가진듯 포장된 위선자들보다 남을 위해 헌신했던 고귀한 삶을 산 인
               격자들의 정신을 더 우러러보는 건 그래도 인간이기에 느끼며 가질
               수 있는 양심과 지성에 의해서가 아닐까 싶다.

               자격미달인 정치꾼이 설치고, 가짜목사같은 인간이 나라망신 국민망
               신 다 시키는 바람에 요즘같이 '세상에!'하며 입이 절로 벌어지는 판
               에 새삼 사막의 오아시스같은 그런 간절함이 더해 감에/

               오늘같이 비내리는 날에,
               모든걸 멈추고 잠시나마 자신들을 돌아볼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자신의 삶이, 자신의 인격체가 어디쯤 해당되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