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
지만원
Subject
국가경영에서의 고시출신들의 한계
꽤 많은 사람들이 고시출신들이 정치계에 나가면 별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평가한다. 이는 법조계 인사들의 상대적인 능력이 부족하다는 말이 아니라, 법조계 사람들에게 기대하는 바(aspiration level)가 너무 높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여튼 그 말을 듣고 왜 그런 평가가 나오게 됐는지 생각해 보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유는 정치는 국가경영 분야고, 법은 국가경영과는 많이 동떨어진 분야이기 때문이다.
한평생 법조문을 쓰다 보면 커무니케이션 방법이 딱딱할 수 있다. 법조문식 표현을 하면 전달력이 매우 약하고, 인기도 떨어진다.
그러나 이런 것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문제를 압축해서 생각해 보자.
한국에는 감사원이 있지만, 이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미국기관은 GAO(Government Accounting Office)이다. 감사원은 행정부에 속하지만 GAO는 국회에 속해 있다. 국회가 행정부의 예산 사용이 효율적-합법적으로 사용됐는지, GAO를 통해 감시하는 것이다.
같은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한미간에는 인적자원의 성격은 사뭇 다르다.
감사원은 법학도 출신 공무원들이 가는 곳이다. 법학학도 출신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미국 GAO의 경우에는 80% 이상이 원가분석, 시스템 분석 전문가들이다.
법학도 출신들과 분석 전문가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나무나 다르다.
미국의 GAO의 감사목표는 “국가자원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저해가 되는 요소를 찾아내고, 행정부 공무원들이 보다 높은 효율을 추구할 수 있도록 문제를 해결해주고, 컨설팅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리더십, 법률, 지침, 시스템 등 모든 것이 이들에겐 분석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한국 감사원은 공무원을 취조하는 공무원 검찰청이다. 감사를 받는 공무원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취한 조치를 설명해주면 규정을 위반했다며 처벌을 준다. 감사관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면 감사관들은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하고, 설명해준 내용에서 일부를 꼬투리 잡아 감사결과 보고서를 작성한다.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으리라 보지만, 예전에는 감사관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해주면 감사관들은 때려도 아프지 않은 항복들만 피감사자가 스스로 적어달라고까지 했다. 한국 행정부의 효율성을 가장 저해하는 사람들이 바로 감사원인 것이다.
필자는 이회창 전총재가 감사원장을 할 때 시스템감사, 사전감사 개념을 칼럼과 잡지를 통해 전파했다. 그 때에 이회창 감사원장에 대한 비판도 했다.
사고력만이 문제가 아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한국 사회에서 법을 가장 우습게 여기고 유린하는 사람들이 법조계 현역들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런 증거들을 많이 보았다.
우리나라 감사원을 확대하면 대한민국의 문제가 보인다. 바로 이것이 법학도 출신들의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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