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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홍위병’ 양정철… 언론 인사도 관여
“얄팍한 글재주” 특정기자 실명 거론 비난도
신정록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 2007.03.27 01:08

양정철 비서관 지난 23일 오후 3시쯤 청와대 홈페이지의 ‘청와대브리핑’에 노무현 대통령도, 윤승용 홍보수석 겸 대변인도 모르는 글이 올라왔다. 글에는 “직업적 전문성은커녕 오로지 얄팍한 글재주 하나로 먹고 살 수 있는 직업이 있다면 동아일보 기자인지도 모르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동아일보 기자가 이날 아침에 쓴 기사와 이 기사를 쓴 기자의 실명도 거론했다. 청와대브리핑은 노 대통령이 매일 아침 관저에서 직접 ‘제작회의’를 주재한다. 따라서 이 내용은 노 대통령의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2시간쯤 뒤 “표현의 품위가 너무 떨어진다. 대통령이나 비서실의 뜻과 무관하다”면서 이 글 중 해당 내용만 삭제했다.

이 글은 홍보수석실의 한 행정관이 썼다. 이를 양정철(43·楊正哲) 홍보기획비서관이 해당 대목을 추가해서 임의로 홈페이지에 올렸던 것이다. 이 사건은 양 비서관의 성향과 그의 청와대 내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부 전국순회 헌법개정 토론회 정부가 전국 순회 헌법개정 시안 토론회의 첫 번째 순서로 26일 부산시청 국제회의실에서 연 공개토론에서 참석자들이 배포자료들을 훑어보고 있다. 부산=김용우기자[email protected] 양 비서관은 올 1월에도 방송사 일선 기자들의 집단 항의 사태를 초래했다. 노 대통령의 개헌 관련 담화문 발표 당시 정식 절차를 밟지 않고 방송사 고위 간부에 직접 전화를 걸어 생중계 및 장소섭외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는 청와대 비서관 중 유별나게 과격한 모습도 보여왔다. 2004년 행정수도 건설에 대한 언론의 보도 태도를 문제삼아 “조선·동아는 저주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는 글을 쓴 것도 그였다.

작년 유진룡 문화관광부 차관이 문화부 산하기관에 대한 청와대의 인사압력설을 제기했을 때도 압력을 넣은 장본인으로 이백만 당시 홍보수석과 함께 지목된 사람 역시 그였다.

양 비서관은 부인했지만, 유 전 차관은 인사 압력을 거부한 뒤 양 비서관으로부터 “배 째 달란 말씀이시죠”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했다.

정부 관련 방송사 및 언론단체 인사에도 양 비서관의 영향이 적지 않다는 얘기도 있다. 국정홍보처 산하 K-TV의 전·현직 사장이 모두 양 비서관 밑에서 일했던 사람들이다.

한국외국어대 재학 중 자민투(반미자주화반파쇼민주화투쟁위) 위원장을 지냈고 졸업 후 언론노보(88~94년), 나산그룹(94년), 한보그룹(95~97년) 등에서 일한 그는 2002년 노 대통령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양 비서관은 국내언론비서관실 행정관(3급)으로 청와대 생활을 시작했으나 4년 만에 노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 속에 1급까지 승진했다. 이제 비서실 직원들조차 “제어할 사람은 노 대통령뿐”이라고 말할 정도의 실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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