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사학 탈취와 마찬가지" 맹공
이은영 "비리사학 응징해야 발전" 반격
10월 13일, 2006년 국정감사가 시작된 첫 날. 국회 교육위원회의 첫 국정감사 대상은 교육인적자원부였다. 마침 국감 당일 정부중앙청사 앞에는 교육대학교 간의 통합에 반발하는 시위대가 교육부 및 의원들을 향해 자신들의 주장을 목청껏 외치고 있었다.
이 외에도 입시에 논술 비중을 강화하겠다는 서울대의 따끈따끈한 발표가 교육계를 달궈 놓은 상태였고,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 고교평준화, 특목고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국감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실제로 교육위 소속 의원들이 준비해 온 보도자료에는 현안 관련 질의들이 빼곡했다.
10시가 되자 교육부 현안보고로 국감이 시작되었고 교육위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4-5명쯤 질의 순서가 지나자 전반적인 윤곽이 드러났는데, 교육위 국감 첫 날의 큰 맥락은 바로 사학법이었다. 현안관련 대책질의를 하는 몇몇 의원도 있었지만, 대부분 보도자료로 그치는 수준이었다.
크게 두 진영으로 나뉘어 한나라당 의원들이 현 사학법의 부당성을 제기하며 재개정을 요구했고,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사학 비리를 들이대며 반박하거나 논쟁 자체를 차단하는 데 바빴다.
"임시이사제는 사학 탈취다"
논쟁은 한나라당 김영숙 의원(비례)이 대학 임시(관선)이사체제의 비합리성을 문제삼으며 시작됐다. 김 의원은 "임시이사가 파견된 사립대학 중 영남대·조선대 등이 4년 임기를 무시한 채 20년 가까이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돼왔다"며 "이 같은 임시이사 체제의 장기화는 사학탈취나 마찬가지이고 더군다나 올 7월부터는 임기제한까지 없어져 사학 정상화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시이사제란 분규사학을 해결하고 정상화시키기 위해 사립학교법 개정시 그 내용이 강화된 것이다. 임시이사 및 정이사 선출시 구성원집단과 관할청이 추천한 자를 각각 3분의 1씩 선임하도록 하는 제도이며, 임시이사는 정이사로 선임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임시이사제 반대론자들은 "민간의 교육시설 설비 등 재산을 이용하는 데 있어 설립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임시이사에게 맡기고, 더 나아가 임시이사로 하여금 공익이사를 선임하도록 하는 행위는 사학의 존재의미를 부정하는 행위"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비례)도 김 의원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 의원은 경인여대의 예를 들며 "교육부가 9월 공문을 통해 경인여대 이사 선임에 있어 대학평의원회 3명, 설립자 2명, 교육부 2명씩 추천 받을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학평의원회에 이미 3명의 이사를 선임토록 했으니 나머지 4명은 재단 측에 선임토록 해야 한다. 비재단 측에서 5명을 선임하는 것은 법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다"며 부당성을 지적했다.
그러나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이와 관련 "대학이 추천하는 이사를 선임토록 독려하고 있으나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정이사체제로 전환이 안 되고 있다"며 한 발 물러서면서도 "학교발전 기여자 및 대학평의원회 의견을 들어 4명의 이사를 선임하는 것이 법에 명시돼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김 부총리는 또 "사학법 재개정과 관련해서는 국회에서 논의한 후 결정되는 데로 존중하고 따르겠다"며 공을 국회로 넘겼다.
이은영 "국감 끝나고 제대로"
최재성 "짚을 것은 확실히 짚자"
반면 국감장에서 사학법 논쟁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하는 의원들도 보였다.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비례)은 질의에 앞서 "사학법은 교육부총리에 집요하게 추궁할 것이 아니라, 여야가 법안소위를 만들어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는 한나라당의 공격과는 반대로 "비리사학을 응징해야 건전 사학이 발전한다"며 사학비리 척결을 위한 교육부의 관리·감독 시스템을 집중 추궁했다.
이 의원은 지난 6월 감사원이 발표한 사학비리 특별감사 결과 드러난 몇 가지 사례를 들며 "교육부 인허가 과정에서 허점을 노려 발생한 비리가 많았다"며 "교비 불법유출 및 은폐 등 부실회계와 편법적 수익사업 등의 감사에 소홀한 채 인허가를 내준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교육부에 책임을 물었다.
이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다음날 기자회견을 통해 "한나라당이 어려운 교육현실을 외면한 채 국정감사를 사학법 재개정을 위한 정쟁의 장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아울러 "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는 국회 국정감사가 끝난 뒤 여야 사이의 논의를 어떤 형태로든 정리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열린우리당 최재성 의원(경기 남양주 갑)은 '짚을 것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는 입장이었다. 앞서 한나라당 김영숙 의원이 주장한 '임시이사 낙하산 코드인사'와 관련한 정확한 자료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김 의원은 "14개 대학에 파견된 임시이사의 성향을 분석해 본 결과 장·차관 및 정부 관료출신 9명,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및 공천 출마 낙선자 8명, 청와대 및 참여정부 각종 위원회 출신 18명, 친여 성향 시민단체 출신 18명 등 총 53명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띄어야 할 교육계까지 낙하산 코드 인사가 행해졌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 의원은 "학교 임시이사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 여야를 불문하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검증해야 하는 자리이다"며 "객관적인 자료를 조사한 후 확인해서 국감 때 제출해 달라"고 교육부총리에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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