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察, ‘나라종금’ 엔 왜 엉거주춤하나
검찰이 대통령 측근이 연루됐다는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 의혹사건에 엉거주춤하고 있는 것은 바로 얼마 전까지 검찰이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비원(悲願)처럼 외쳐 왔다는 점에서 낯뜨거운 일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지난주 법무부 업무 보고에서 “혹시 내가 걸림돌이라면 상관없이 해치우라”고 사실상 칼자루를 쥐어 주기까지 했는데도 검찰이 난처한 표정만 짓고 있는 것은 어떻게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
노 대통령의 최측근 두 사람이 보성그룹 대주주로부터 지난 99년 나라종금의 퇴출을 막아달라는 청탁조로 2억50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 이 사건의 개요(槪要)다. 심부름했다는 사람의 진술에 의해 돈이 오간 시간과 장소와 방법이 모두 특정돼 있는 사건이라 결론을 내는 데 하등 어려울 게 없다.
그런데도 검찰은 작년 6월 진술이 나온 이래 9개월째 노 대통령 측근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돈을 준 사람 집에서 돈을 받은 사람의 명함까지 압수됐는데도 검찰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뭣 하러 명함을 주고 받았는지 물어보기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검찰이 SK 수사에서 보여준 수사의 전격성과 속도, 그리고 곧바로 본질로 들어가는 수사의 강도를 생각해 보면 나라종금 수사의 지지부진을 갑자기 실력이 부족해진 탓이라고 설명하기에도 쑥스럽게 돼있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수사 기록 중에서 관련부분을 누락시켰다는‘기록 증발’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이 하는 말은 왠지 변명처럼만 들린다.
당사자들은“검찰이 부르면 언제라도 나가겠다”고 공언하는데 검찰이 오히려 쭈뼛쭈뼛하고 있는 것은 새 정부 들어서서도 여전한 정치권력과 검찰과의 관계를 확인해주는 것같아 씁쓸하다. 검찰의 칼이 권력 핵심을 대할 때면 날이 빠진 칼이 되어 버린다면‘권력형 비리 수사 전담 기구’를 백번 만들어 봐야 검찰의 독립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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