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중도파 재개정 약속에 '입법 성과' 고민 겹쳐
한나라당이 계속해서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고 최근 열린우리당에서도 재개정을 찬성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정기국회에서 어떤 방향으로 사학법 문제가 마무리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내 중도파와 친노진영을 중심으로 사학법 재개정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심상치 않은 조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도파 중심 사학법 재개정 찬성기류 확산
지난달 31일 유재건 의원에 이어 오제세 의원이 4일 사학법 재개정에 찬성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오 의원은 청주기독교연합회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사학법 재개정에 대한 주장이 당론에 배치돼 많이 고민해왔으나 지역 목사님들의 부탁을 뿌리칠 수 없어 사학법 재개정을 적극 지지하기로 했다"면서 사학법 재개정 의사를 밝혔다.
그는 또 자신이 이미 사학법 재개정 지지 의사를 밝힌 유재건, 안영근 의원과 같은 당내 중도 보수 의원모임인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 회원임을 강조하면서 뜻을 같이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안개모 회장을 맡고 있는 유 의원도 지난달 31일 기독교사회책임이 마련한 조찬 모임에 참석해 "사학의 건학과 창학 이념을 고려할 때 개정사학법은 위헌 소지가 있다"면서 사학법 재개정 찬성입장을 드러냈다.
당내 친노그룹인 의정연구센터 소속 김혁규 의원도 "당정청이 한몸이 돼 이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한 첫 걸음으로 '사학법 재개정'과 '민생법안 국회통과'라는 뉴딜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재개정에 힘을 실었다.
공교롭게도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달 23일 당정청 4인 회동에서 "사학법 재개정 문제로 국회가 꼬여 야당이 법안처리에 협조하지 않는 만큼 사학법 재개정을 전향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부탁한 것이 알려지면서 사학법 재개정 찬성 도미노가 일어나고 있어 청와대의 의중도 찬성파들의 적극적 의견표출을 도운 셈이다.
'입법 성과' 전제로 진통 속 재개정 합의 나올 수도
하지만 당 지도부와 교육위 의원들은 사학법 재개정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진통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김근태 의장은 한나라당의 재개정 요구에 대해 "사학법에 대한 편집증을 고쳐야한다"며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김한길 원내대표 역시 "사학법에 대한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히고 있어 한나라당과의 원내 협상이 원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해 놓은 상태다.
교육위 소속 의원들 역시 한나라당이 요구하는 개방형 의사자격 요건에 '등'자 추가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봉주, 임종석, 유기홍 의원 등은 참여정부의 개혁입법 가운데 지난해 통과시킨 유일한 법안이라는 명분을 강하게 내세우면서 "한나라당의 입법전략에 말려들어선 안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 임하면서 '민생국회', '일하는 국회'를 표방한 당 지도부로서는 원칙은 '개정 불가'지만 '로스쿨법' 등 사법개혁안을 비롯해 반드시 처리해야 할 법안들과 연계시키고 있는 한나라당의 요구를 차단할만한 원내 협상전략을 짜기가 고민스럽다.
이와 관련 한 주요 당직자는 "한나라당의 발목잡기에 이골이 나지만 입법 성과를 내기 위해서 사학법 재재정 요구를 수용하자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의총에서 한바탕 격론이 일고나야 진정될 문제"라고 말했다.
현 단계에선 열린우리당내 사학법 재개정 찬성 기류가 반대 기류를 뒤엎을 만한 강력한 힘을 가진 것은 아니라고는 하지만 청와대와 중도 진영의 압박과 여론의 추이가 재개정에 합의할 수만한 수준에 도달한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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