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나도 대선 후보시절 권총테러 위협 받았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이번 테러협박은 2006년도에 박근혜가 얼굴에 커터 칼로 테러 당했던 사건과 패턴의 연관성이 있어 보여서

관심 가는 구석 몇 가지 지적해 본다.

박근혜 얼굴에 칼질한 지충호는 생의 상당 부분을 교도소 생활로 보낸 그야말로 대책 없는 인물이었다.

그런 지충호가 칼질하면서 “한나라당은 사과해야 한다”는 식의 정치적 발언을 한 것도 어색하지만,

그의 말투가 한번도 방송에 나오지 않은 점에서 그가 실제로 인천출신인지 의문이고,

그리고 그 당시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경찰관계자가 “홀어머니를 모시고”식으로 모두에 언급하여

지충호에 대한 변론부터 일단 깔아놓는 것 역시 뭔가 이상하기도 했다.

또한 지충호가 박근혜에게 테러를 감행한 그 순간

현장의 청중 4~5명이 ‘박근혜 죽여라’라는 구호를 제창한 바 있었다는데,

이는 정신이상자의 우발적 범행이 아닌 조직적으로 진행된 정치테러로 볼 수 있었음에도

당시 공영방송인 KBS는 9시뉴스에서 이 같은 의혹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나중에 ‘선거에 이용하지 말라’는 지극히 정치를 감안한 지충호의 표현에서도

그의 행적으로 보아 스스로 우러나기 어려운 표현 아닌가.

그 당시에는 사학법이 관건이었다면, 이번엔 세종시 문제가 관건이다.

그런데, 요 며칠 사이에 박근혜의 표정을 보니 세종시 원안을 고수하던 입장이 다소 누그러져 보인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때 원안 주장 사과” 방송으로 세종시 수정안이 여론의 지지를 얻자,

육영수 여사 탄신 84주년 숭모제 참석차 옥천을 방문한 이후부터 ‘원안고수’입장이 흔들렸던 모양이다.

게다가 이회창도 자신이 2002 대선에서 노무현의 수도이전을 극구 반대했던 사실이 드러나 회자되자

“수도이전이 아니라 부처이전”식의 말로 스스로 판 무덤을 메우려고 안간힘을 쓰는 판국이 됐다.

이후 박근혜는 방송화면에서도 “세종시 원안 고수”에 대한 자신감을 상당히 잃은 표정이 역력했다.

방송에서도 자막화면에 박근혜의 “유연한 대응”을 표현하는데서 이를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민주당에서

이러한 박근혜의 변화를 감안하지 않은 채 ‘세종시 원안고수’에 ‘박근혜와의 연대’를 먼저 발표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친박과의 연대 발표 후 박근혜의 심경에 변화가 생길 때,

오비이락처럼 박근혜에 대한 염산 투척, 얼굴 칼질 같은 테러협박 편지소동이 났다.

희한하게도 잘 공개된 그 편지의 내용을 보면 꼭 친이명박계 인물이 보낸 것처럼 오인하도록 되어 있다.

누가 그런 짓을 하겠는가. 생각해보라.

친이명박계의 약점이 열혈충성분자가 없다는 건데, 친이를 가장한 반한나라당 성향의 세력이 아닐까.

이명박 대통령은 박근혜에 대한 협박 테러 편지 가지고 의심받을까 두려워하는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난 후보시절 권총테러 협박 받았다” 한마디로 헤프닝으로 축소시켜 버렸다.

테러 요법도 이젠 콧방귀 처방으로 치료해버린 것이다.

이래저래 최대한 박근혜의 용도를 활용하려는 세력의 의도가 무산되어가는 분위기다.

더구나 협박편지의 우표에 묻은 타액에서 DNA까지 추출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젠 고정표 플러스 충청 민심과 호남 지지에서 고정표를 지켜야 하는 처지로 몰렸다.

이대통령이 “정몽준”, “안상수”까지 거명하는 등 차기대선 후보 낙점권을 가진 것으로 공언해버린 이상,

이젠 이대통령과 등을 돌린다는 것은 여권과 돌아선다는 의미로 통용되므로

박근혜도 고정표를 잃지 않으려면 정부에 잘 보여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테러 협박조차도 자신에게 유리한 이슈로 부상시키지 못 하는 처지로 전락하게 만든 건

지금까지 스스로 여당에서 궤도이탈 행적을 벌인 본인 자신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