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핵 가진 채로 미국과 수교하겠다는데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 5일 미국 뉴욕에서 크리스토퍼 힐 美미 국무부 차관보를 만나 “우리(북한)를 인도처럼 대우해달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을 거부하고 핵개발을 해 핵무기를 보유한 인도와 30년 갈등을 빚다가 작년 美미·印인 핵협력협정에 서명했다.
김 부상은 인도의 사례를 들어 핵무기를 보유한 채로 미국과 수교할 수 있는지를 한번 타진해본 것이다. 北북의 생각대로 된다면 그날이 바로 核핵이라는 만성 고질병이 대한민국의 숨통 위에 걸터앉는 날이다.
미국은 김 부상의 요구를 거절했다. 힐 차관보는 26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 학술회의에서 “미국은 핵무장을 한 북한과는 어떤 종류의 관계도 맺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인도의 사례가 핵을 가진 북한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명백히 북한의 핵무기 폐기, 한반도 비핵화”라고 했다.
그러나 국제 정세의 風向풍향은 예측하기 어렵다. 미국의 국익 판단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지금의 中東중동 정세라면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보유했느냐 아니냐라는 문제보다 이 핵무기가 테러단체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는 것이 미국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는 국면이 오지 말란 법이 없다. 그때는 미국 내에서 북한과의 수교가 핵 이전을 막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논의도 필연적으로 나오게 될 것이다. 지금 北북은 여기까지를 보고 긴 승부의 첫 돌을 놓았을 가능성이 있다.
지금 여권 정치인들의 언행을 보면 언젠가 국내에서도 북핵을 그냥 두고서라도 미국과 북한이 수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듯한 분위기다. 여권 정치인들의 입에서 ‘북핵 폐기’라는 말은 이미 사라졌다. 너도 나도 개성공단으로 몰려가면서 하나같이 “남북정상회담 하자”는 소리만 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현 의장, 전 의장이 평양과 개성공단에 가서 한 얘기란 것이 결국 그것밖에 없었다. 20여 명의 여권 의원이 개성공단에 간 자리에서도 “핵 폐기”를 말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북한이 핵을 보유한 채 미국과 수교하겠다는 장기 전략을 꿈꿀 수 있는 것은 대한민국에 이런 정치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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