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法낙천명단발표, 대통령 조장, 언론 동조
선관위 입장표변, 무리한 합법해석...선관위 해석대론 명단보도 한 언론만 不法
법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지난 5일 ‘2004총선시민연대(이하 총선연대)’의 공천반대자 66명 명단발표 등 시민운동권의 불법정치활동운동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노무현대통령은 물론 선거관리위원회와 언론마저 이에 동조하고 나서 법질서혼란이 가열되고 있다.
현재 총선연대의 공천반대자 명단발표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는 명단발표 자체는 합법이라는 것이 공식입장이다.
선관위 측은 “‘공천반대자 명단발표기자회견’은 선거법58조상의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개진이나 의사표시이므로 합법”이라고 전제한 뒤 “다만 이렇게 발표된 명단을 인쇄물로 배포하거나 신문 및 방송광고, 현수막게시, 거리연설, 서명운동은 불법”이라고 덧 붙였다.
한편 선관위는 합법의 기준이 되는 ‘단순한’ 의견개진이나 의사표시에 관해 ‘1963년8월26일 회답’이라는 문건을 통해 자체적 판단기준을 마련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선거운동이나 단순한 의견의 개진이냐 또는 의사의 표시냐 하는 것은 형식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의 시기*장소*방법*대상 등의 모습에 따라 종합적으로 실태를 관찰하여 그 행위가 특정후보자의 당선을 얻거나 얻게 하거나 얻지 못하게 하기 위한 목적의식에 의한 행위인가 또는 특정후보자의 득표를 위하여 직접*간접적으로 필요*유리한 행위에 해당되는가 하는 실질적 판단에 의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특정후보자의 당선 혹은 낙선을 목적으로 한 행위 또는 특정후보자의 득표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행위는 단순한 의견개진이나 의사표시가 아니며 선거법에서 개별적으로 허용한 행위가 아닌 한 불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선관위 측은 총선연대의 공천반대자 명단발표는 특정후보자 당선 혹은 낙선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도 않고, 특정후보자의 득표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합법이라는 해석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관위 해석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리한 해석”이라는 것이 일반적이다. 헌법을생각하는변호사모임의 이승환 변호사는 “선거법의 기본정신은 공정성”이라며 “시민단체가 자체기준으로 낙천명단을 만들어 발표하는 행위는 공정성이라는 선거법의 기본정신을 훼손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변호사는 “법률적으로도 총선연대의 공천반대자 명단발표는 특정인물을 거명하며 낙천이라는 목적으로 이뤄지는 행위들”이라며 “이는 선거법58조상의 단순한 의견개진이나 의사표시로도 볼 수 없는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총선연대의 공천반대자 명단발표를 합법으로 보는 선관위의 최근 해석은 지난 1월초 유보적 입장과도 큰 변화를 보이는 대목이다. 선관위측은 지난 1월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선운동과 낙선운동은 모두 불법”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으나, 막상 시민운동권의 정치활동이 본격화되자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성균관대 김일영 교수(정치외교학)는 “우리 선거법은 복잡해 선관위의 공정한 유권해석이 필수적인데 선관위가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편파적 해석을 내리고 있다”며 “만일 선관위 해석대로 공천반대자 명단발표는 합법이고 이를 인쇄물로 배포하거나 신문 및 방송으로 다루는 경우를 불법으로 규정한다면, 시민운동권의 명단발표는 합법이지만 이를 다룬 언론은 불법을 저질렀다는 어이없는 해석마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언론, 총선연대 불법성 빗겨가>
이처럼 선관위가 시민운동권 정치활동의 위법성 판단에 눈치를 보고 있는 사이, 노무현대통령은 시민운동권의 불법정치활동을 장려해야 한다고 나서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5일 노대통령은 강원지역언론과의 합동기자외견에서 ‘0415’등 시민단체의 정치활동에 따른 불법선거논란에 대해 “(시민단체의 정치활동은) 사회부패를 조장하거나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경우가 아니면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이런 활동을 광범위하게 허용하고 장려해야 줘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점은 시민운동권의 불법행위와 대통령의 불법조장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언론이다. 총선시민연대의 낙선리스트가 발표되자 국내 모든 언론들은 이를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는데도 정작 이들 단체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론도 언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일영 교수는 “인터넷상에서 이뤄지는 총선연대의 명단발표 등 구체적 인 선거관련 행위들을 선거법이 모두 규정할 수는 없다”며 “이러한 현실에서 공정한 선거를 치르려면 선관위의 공정한 선거관리기능과 언론의 바른 비판기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김성욱기자 2004-02-09 오후 12: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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