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외국인 불법이주노동자들의 불법 위장결혼 실태 고발
한국에서 떳떳하게 취업하기 위해, 한국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돈을 주고서라도 위장결혼을 하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 지난해 위장결혼으로 적발된 건수는 모두 1천6백53건. 이에 가담한 알선 브로커의 수도 계속해서 늘고 있고 조직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들 알선 브로커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 등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물색해 호적을 빌려 외국인들의 가짜 남편, 또는 아내를 만들어 주고 있다. 이처럼 위장결혼이 늘자 경찰은 불법 출입국 외국인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한 장이면 가짜 남편도 '뚝딱' 만들어 드립니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외국인들의 위장결혼실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는 경찰청이 발표한 ‘2004~2007.7 위장결혼사범 단속, 검거 실적’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조사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07년 7월까지 위장결혼으로 인해 경찰에 적발된 건수는 5천5백1건, 1만4천1백79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4년에는 6백98건이던 위장결혼건수가 2006년에 1천6백53건으로 늘어나 2년간 2.4배의 증가율을 보였다.
더 큰 문제는 검거된 위장결혼사범 중 알선브로커가 1천1백77명 포함돼 있어 위장결혼 행위가 브로커를 통해 조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 브로커의 수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04년 1백55명이던 알선브로커가 2007년에는 7월까지만 3백18명이 적발됐다.
위장결혼자중 남성은 7천4백52명, 여성은 5천5백50명인 것으로 나타났고 그 중 한국인이 66.37%, 중국인이 32.65%로 조사됐다.
이 같은 조사결과를 입증하듯 위장결혼에 적발된 사례도 전국 각지에서 연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24일 충북 제천경찰서는 국내 취업입국을 희망하는 중국여성들과 내국인 남성들을 위장결혼하도록 주선한 국제결혼 브로커 권모(39)씨와 권씨에게 돈을 받고 중국여성들과 위장결혼한 전모(43)씨 등 12명을 공전자기록등부실기재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권씨는 한국 취업을 원하는 중국여성들에게 각각 8백만원을 받고 국내 남성들과 위장 결혼하도록 주선하다 적발됐다.
권씨는 함께 입건된 모집책 유모(54)씨를 통해 남성들을 끌어들인 후 중국여성들에게서 받은 8백만원 중 3백만원을 남성들에게 사례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개인 대 개인으로 위장결혼을 알선해 주는 것을 넘어 보다 조직적인 기업 형 알선브로커도 적발됐다.
부산사하경찰서는 지난 달 22일 중국 길림성 문서 위조단과 서울 부산 등 5개 지역 여행사와 결혼정보업체가 공모해 위장결혼을 알선한 김모(54)씨 등 내외국인 60여명을 붙잡았다.
김씨 등은 중국에서 한국으로 취업하기 위해 입국하려는 중국인을 상대로 2005년부터 최근까지 위장결혼은 8백만원, 호적위조는 5백만원을 받고 공·사문서를 위조 30명을 불법 입국시켜 총 4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외국인, 특히 위장결혼을 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인의 위장결혼은 어떤 절차를 거쳐 이뤄지는 걸까. 먼저 한국인 모집책이 호적을 빌려주고 위장결혼을 해 줄 한국남성을 물색하고 모집한다. 이때 주로 선택되는 남성은 기초생활수급대상자 등의 생계곤란자, 정신 또는 신체부자유자 등으로 대부분 결혼했다 이혼을 한 사람들이다.
외국인노동자가 밀집해 있는 안산 단원경찰서의 관계자에 따르면 “주로 40~50대의 생활형편이 어려운 남성들이 돈을 받고 위장결혼을 해 준다”고 한다.
이렇게 모집책들이 한국남성들을 물색하면 중국에 있는 알선자가 위장결혼을 원하는 중국여성을 모집하고 인원이 차면 이틀 정도 맞선을 보게 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가짜부부가 정해지면 중국에서 먼저 혼인신고를 하고 혼인신고내용을 한국으로 보낸다. 이 내용을 한국에서 받은 후 중국여성에게 한국으로 오라는 초청을 하면 비로소 떳떳하게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는 것.
단원경찰서는 지난 9월3일부터 오는 11월8일까지 시행되는 불법 입·출국 단속기간 중 이 같은 절차를 거쳐 이뤄진 위장결혼을 30여건 적발했다. 단원경찰서 외사계 관계자는 “위장결혼을 하는 자의 경우 95%가량이 여성이고 85%정도가 중국의 조선족 또는 한족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들 중국여성들은 기본적으로 8백만 원에서 1천만원을, 많게는 1천5백만 원정도를 알선 브로커에게 건넨다고. 그리고 그 중 4백만 원에서 5백만원 가량은 가짜결혼을 성사시켜준 한국남편에게 준다고 한다.
위장결혼으로 한국에 왔다고 해서 이들이 긴장의 끈을 놓는 것은 아니다. 언제 들이닥쳐 자신의 위장결혼사실을 알아낼지 모를 것을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 경찰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들 여성의 경우 먼저 남자와 같이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남자옷가지나 신발 등을 집안 곳곳에 비치해 둔다. 또 부부생활을 하고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콘돔과 같은 성생활에 필요한 도구도 빠뜨리지 않는다고.
그리고 이들은 “남편이 지방에 가고 없다”는 등의 말로 둘러대며 위장결혼사실을 숨긴다고 한다. 경찰관계자는 “이들 위장결혼자들은 자신들의 범죄행각을 숨기기 위해 매우 치밀하게 준비하고 살아 간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무리 용의주도하게 위장결혼을 숨기려고 노력해도 가짜 부부생활은 들통나게 마련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상적 부부라면 살림에 필요한 가재도구를 갖춘다거나 집을 늘려간다거나 하는 점이 포착돼야 하는데 위장결혼을 한 사람의 집에 가면 그런 것이 발견되지 않아 쉽게 위장결혼의 정황을 찾아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목돈을 들여 한국에 와 안정적으로 취업을 해 생활을 한다고 해서 행복한 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목돈을 들여 위장결혼을 하고도 불법체류자신세가 되고 끝내 성매매여성으로 전락한 조선족여성도 있다.
돈벌이를 위해 한국에 오기로 마음먹은 중국 한족 여성인 36세의 위모씨는 위장결혼을 알선해 주는 중국 알선자를 알게 됐다. 이 알선자는 위씨에게 1천5백만원을 내면 한국인과 위장결혼을 시켜주겠다고 했고 위씨는 2004년 5월 인민폐12만위안(한화 1천5백만원상당)을 알선자에 건넸다.
우여곡절 끝에 위씨는 2004년 11월 한국에 입국했고 외국인이 밀집해 있는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그녀는 많은 외국인노동자들이 그렇듯 인근의 반월·시화공단에 취업 해 성실한 생활을 해나갔다.
그러나 떳떳하게 직장생활을 하며 돈벌이를 하는 날은 그리 길지 않았다. 돈을 주고 산 ‘가짜남편’은 그녀의 한국체류기간을 연장해주지 않았고 불법체류자 신세가 되고 만 것.
하루아침에 범죄자로 전락한 위씨에게 정상적인 취업은 어려운 일이 돼 버렸다. 결국 위씨는 취업을 포기했고 보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선택한 것은 남성들에게 몸을 빌려주고 돈을 챙기는 성매매. 위씨는 2006년 6월 자신이 살던 원곡동에 자그마한 원룸을 빌렸고 외국인 남성을 상대로 성매매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님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일대에 ‘원룸에서 성매매를 하는 여성이 있다’는 입소문이 퍼졌고 손님은 점차 많아졌다. 평일에는 두 세명의 외국인을 상대로 몸을 팔았고 유동인구가 많은 휴일에는 5~6명의 남성을 상대로 매춘행위를 했다.
화대는 1회당 3만원 정도로 싼 편이었다. 위씨는 성매매를 하며 성병에 걸리면서도 병원치료조차 받지 못했다. 불법체류자 신분으로는 의료보험이 나오지 않았던 탓이다.
하는 수 없이 위씨는 중국에서 관련 약품을 공수 받으면서까지 매춘을 이어나갔다. 위씨의 성매매는 지난 달 23일 종지부를 찍게 됐다.
원곡동 일대에서 성매매로 생계를 이어가는 외국인 여성들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지난 몇 달간 수사를 시작해 지난달 23일 위씨를 검거하게 된 것.
안산단원경찰서 외사계는 지난 달 24일 위씨를 위장결혼 및 성매매 혐의로 긴급체포해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장밋빛 미래를 보장받기는커녕 나락으로 전락할 위험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위장결혼을 통한 한국행을 택하는 외국인들. 이처럼 위장결혼이 쉽게 이뤄지는 이유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혼인신고과정이 수월하게 이뤄지는 점을 꼬집었다.
경찰관계자는 “외국인과 결혼을 할 때는 그들의 관계를 입증할 한국인 보증인이 필요한데 인감증명서 등의 서류를 요구하는 절차 없이 보증인의 이름 정도의 정보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위장결혼이 한층 더 쉽게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또 같은 사람이 여러 남녀의 혼인신고에 보증인이 될 수 있어 한 사람이 열 명이 넘는 가짜부부의 혼인신고에 보증인이 된 사례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 알선 브로커가 보증인으로 둔갑하는 일도 있어 허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
이처럼 위장결혼자들이 느는 만큼 경찰도 단속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위장결혼을 근본적으로 뿌리 뽑기 위해서는 합법적인 입국장려책을 확대하는 등 위장결혼이 필요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먼저라는 목소리도 높다.
코리안 드림을 이루기 위해 가짜 남편, 가짜 아내를 사면서까지도 한국으로 들어오려는 외국인들. 가짜부부가 더 이상 양산되지 않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될 때다.
[일요시사 김봄내 기자ㅣ스포츠서울닷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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