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가 가장 무서워하는 자가 누구일까?

대개는 국민이라고 할 게다. 틀린 것은 아니다. 원성이 차면 저항하게 되니까.

그러나 독재자가 평소에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은 ‘이발사’이다.

이발하는 도중에는 그야말로 완전한 ‘경호의 사각지대’이기 때문이다. 이런 소리는 이발사들 사이엔 상식이다.

그래서 말인데, 독재자가 주변을 믿지 못하는 불안한 상황은 두발로 짐작할 수 있다.

두발이 난잡하게 헝클어졌다면, 이는 필시 스스로 주변을 믿지 못하는 상황임을 암시한다.

필자는 이명박 정부 들어 자주 들은 “예의주시”라는 단어를 아주 싫어한다.

그래서 독재자의 두발상태 같은 것을 평소부터 항시 염두에 두고 관찰하지 않았다.

그냥 쟈스민 혁명이 절정을 치닫고 있는 리비아 사태를 보면서, 접어두었던 생각이 불현듯 되살아난 데 불과하다.

즉, 카다피의 엉망인 두발상태와 왠지 불편할 정도로 해괴한 복장에 대하여 실은 그냥 밋밋한 사실로 여겼다.

그런데, 카다피의 경호원이 카다피를 저격하였는데 실패하였다는 뉴스를 보고서야 접어둔 기억이 되살아난 것이다.

사실, 카다피가 장교출신임을 감안하여 보면 현재의 형색이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 단정한 군복차림과 대조적으로 지저분한 두발상태와 터번 모자, 그리고 더부룩한 의상이 너무 무거워 보인다.

알고 보니 터번 모자 속에는 방탄모를 쓰고 있었고, 더부룩한 의상 속에는 방탄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더부룩하고 지저분한 두발 상태는 주변을 의심하면서 지내왔음을 의미하였던 것이다.

결국 자신도 지금과 같은 시민혁명이나 반역혁명의 위협을 항상 의식하고 살았다는 뜻일 게다.

그러면 김정일은 어떤가.

엊그제는 북한군의 일부가 탄약을 회수하여 빈총으로 근무 선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는 스스로 주변을 믿지 못함을 방증 하는 사실 중의 하나이리라.

그렇다면, 불편하게 보일 정도로 빳빳하게 부푼 인민복도 어쩌면 방탄문제 때문인지도 모른다.

주변사람들이 외투 없는 단순 군복차림인데 비하여, 김정일과 김정은이 두터운 회색점퍼를 입은 것과 주변사람들은 모자를 쓰지 않거나 군모를 썼는데 김정일과 김정은이 모피모자를 쓴 것도 어쩌면 보온보다는 방탄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발상태 불량은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 병세악화 이후 두발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

그래서 말인데, 빳빳하게 올빽형으로 젖힌 김정은의 두발상태를 관찰하면 북한권력 핵심부의 동태를 간접적으로나마 읽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고 보면, 김정은의 머리가 아직 빳빳하므로 북한이 리비아 수준의 혼란까지는 도달하지 않은 것 같다.

덤으로 우리도 머리를 단정하게 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관상도 좋아진다.

두발 헝클어진 사람치고 일이 원만히 돌아가는 사람 있던가. <끝>

<부추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