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의 문제가 되는 ´치매 든 노인처럼´ 이란 발언은 ,
6.15 선언에 합의한 김대중 전대통령의 어처구니없는 망발을 빗댄 야유성 표현이었다.
김 전대통령이 실제로 치매에 걸렸다는 게 아니고
´치매 들린 노인처럼´ 정신나간 짓을 했다는 뜻이다.
그것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인마´로 몰아세우는 것에 비교하면 오히려 강도가 약한 편이다.
만약 열린우리당의 어떤 의원이 이승만 전 대통령을 치매 들린 노인으로 비유했다고 치자.
그래도 이런 난리법석을 떨었을까?
내가 몹시 우려하는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일부 정치권의 우상숭배 현상이다.
그 모양새가 김정일에 대한 신격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비에 젖은 장군님의 초상을 안쓰러워하며 눈물 흘리던 ,
북한미녀응원단의 비루한 노예근성을 목격한 바 있다.
보도에 의하면 그녀들 중의 일부가 ,
남한에서의 생경한 경험을 발설했다가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갔다고 한다. 대체 뭔 육갑질인가?
문제는 이쪽에서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무오류에 흠집을 냈다가는 ,
자칫 불경죄를 범한 중죄인으로 몰려 인민재판대상이 된다는 사실이다.
현재 전여옥 의원이 영락없이 그짝이 났다.
그 동안 윤상림 케이트로 수세에 몰렸던 여권은 이 문제를 정쟁의 핵심으로 부상시키기 위하여 ,
민주당의 옆구리를 찌르며 비열한 이간질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당으로서는 싫든 좋든 전여옥과 한나라당을 맹 비난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번 사건을 독점 취재한 <브레이크 뉴스>도 마찬가지다.
<브레이크 뉴스>는 舊민주당을 지지하는 우파성향의 언론매체로서 ,
한나라당과의 정책적인 연합을 지지하면서도 김대중 전대통령에 대한 비난은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전 의원은 대체 무슨 근거로 김 전대통령을 그토록 맹 비난하는 것일까?
지만원씨나 조갑제씨, 그리고 황장엽씨는 ,
김 전대통령이 70년대부터 김일성에게 거액의 공작금을 받은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철 전의원(현 철도공사사장)은 김 전대통령이 자신에게 프로레타리아 혁명을 일으키자고 ,
부추겼음을 증언한 바 있다.
그게 만약 사실이 아닐 경우,
김 전대통령은 지만원, 조갑제, 황장엽, 이철씨를 명예훼손죄로 고발해야 할 터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러나 김 전대통령은 거기에 대하여 묵묵부답이다.
이것은 마치 김희선 의원이 자신의 부친경력에 대한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하여 ,
법적인 대응을 못하는 것과 흡사하다.
전여옥 의원의 김 전대통령에 대한 맹비난은 ´敵과의 내통´에 대한 의구심의 솔직한 표현일 뿐이다.
전 의원에게 6.15선언은 敵의 수괴와 내통한 사람이 ,
敵의 수괴와 비밀리에 협잡한 결과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서경석 목사는 盧대통령에게 체제 밖 좌파와 손을 끊으라고 충고한 바 있으나 ,
전여옥 의원을 비롯한 보수우파의 대체적인 시각은 ,
체제 밖은 물론, 체제 안에도 좌파가 득실거리는 것으로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전 의원의 경우, 이번에 문제가 된 그녀의 발언들은 바로 그런 시각에서 파생된 관점인 것이다.
그런 관점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비난을 들을 수는 있을망정 그것이 단죄의 구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란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자유롭게 표현할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강정구 교수의 발언이 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냉전체제가 무너진 뒤, ´때려잡자 김일성´ ´무찌르자 공산당´ 이란 구호는 ,
어느 덧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무상한 구호로 전락했다.
그러나 만약 그런 변화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적과의 내통´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이라면,
그 일환으로 김일성과 김대중을 동시에 <통일의 영웅>으로 떠받드는 우상화작업이 ,
광범위하게 진행되는 중이라면 이 나라는 ´민주화´와 ´선진화´를 역행하는 ,
망국의 지름길로 들어선 셈이다.
필자가 판단할 때 전 의원이 오버했다기보다는 ,
´치매 든 노인처럼´ 이란 발언에 실색하여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악다구니를 퍼붓는 ,
일부 정치권이 오버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나는 지금 전여옥 의원을 변호하려고 이 글을 쓰는 게 아니다.
김대중 전대통령에 대한 불경죄가 민주사회의 보편적인 상식과 가치를 능가하는 ,
그 무소불위의 신격화된 권위에 당돌히 맞서려는 것이다.
한반도의 비극은 <김일성에 대한 신격화> 하나만으로도 족하다.
김대중 전대통령까지 그 대열에 합세한다면 ,
그야말로 21세기 최고의 육갑질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베리타스
2006-02-24 오후 6:06:30 from 220.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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