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드라마가 예전 같지 않다.
예전이라 함은 80년대 90년대를 가리킴이다.
다이내믹한 구성은 떨어졌으되 풋풋함과 진솔함이
가득했던 그 때와는 사뭇 다른 요즘은,
꼬인 족보로 방송사가 서로 경합하는 데 여념이 없는
실소를 금치 못할 형국이 되어 버렸다.
단순 불륜이나 이복형제 이야기 쯤은 애들 장난이며
개도 안물어갈 얘기거리다.
웬만큼 집중하고 보지 않으면 족보 계산하다 볼 장 다
볼 판국이다.
처제가 형부를 사랑하고 쌩판 남이 내 아들이고 정작 내
아들은 내 아들이 아니고 삼촌이 알고 보니 큰형이 되고
그 큰형 겸 삼촌은 조카의 처제와 바람 나고 한창 꼬인
족보로 인기를 구가하던 아쿠아걸은 스릴러로 출발해서
삼류멜로로 변질, 뜨겁게 종반을 달구고 있다.
어쨌든 기왕 본 거 관성에 이끌려 끝장은 볼 터이지만
보는 내내 욕지기가 나고 어느 호로쉐이가 대본을 썼을까
푸념하는 맛에 우리집의 드라마 시간대는 살기가 넘친다.
무료한 일상에 얼굴 붉힐짜릿한 스릴을 만끽하게끔 해 준
방송3사 드라마 제작진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 올리는
바이다.
'앞으로도 불철주야 콩가루 족보의 창달에 이바지하여
주실 거심을 믿어 의심치 아니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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