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김동길 박사님의 치료를 위해 헌신하시는 연세세브란스병원 의료진께 깊은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우리는 각자의 전공에 따라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며 활동해온 사람들입니다만, 오랜 세월 동안 김동길 박사님과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학문적으로 교류하며 가족 이상의 끈끈한 사랑의 관계 속에 박사님을 가까이 모시며 그분의 마지막 삶에 동행하고 있는 제자들입니다. 

박사님은 22년 3월 21일 오전 11시에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을 통해 코로나중환자실에 입원하셨다가 일반병실로 나오셨지만 호흡이 불안정하여 다시 일반중환자실로 전원 되신 후 150일이 넘도록 그곳에 계십니다. 박사님은 지난 7월 다시 일반병동으로 이동이 가능하다는 소견을 받을 정도로 호전되셨습니다. 그러나 기도절개 환자는 중환자실이 가장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동생들이 일반 병실이전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치의께서는 가족의 의견에 반하여 전원 할 수 없다고 결정함으로써 김동길 박사님께서는 계속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십니다.

김동길 박사님은 평소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한 당신의 삶이 만족스러웠고, 이제 사랑하는 주님의 품으로 돌아가셔서 평안을 찾기를 기다리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제자들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삶을 늘 축복으로 여기셨고 마지막 삶도 사람들 속에서 웃으며 가시기를 소망하셨던 박사님이 낮선 중환자실에서 홀로 외롭게 사투를 벌이시다 훌쩍 떠나실까봐 너무나 두렵고 가슴 또한 미어집니다. 주치의의 치료방향을 결정하는데 박사님의 삶에 대한 가치관이나 신념보다 의료 문외한인 동생들의 의견이 왜 우선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박사님과 삶을 함께하며 박사님 가장 가까이에서 23년간 박사님을 모신 비서도 중환자실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방문이 허락되지 않고 있습니다. 당연히 박사님의 지인들도 방문이 허락되지 않아 박사님을 뵐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상태조차 알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합니다. 중환자실 입원의 지속여부에 대한 결정은 단지 가족이라는 이유로 동생들의 의견만을 반영하였고 동생들은 중환자실의 특수성을 이용하여 교수님과의 어떤 접촉도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사랑하는 지인들과의 접촉이 단절된 채, 24시간 조명과 소음 속에서 불안과 공포로 마지막을 보내야 하는 삶은 박사님께서 가장 원치 않은 삶입니다. 이에 우리 제자들은 감히 다음과 같은 질문을 병원장님과 주치의에게 드립니다.

-  김 박사님의 건강상태가 어떻게 호전되어야 일반병동 이전이 가능한지요? 만일 박사님의 건강상태가 그 목표에 다다를 수 없다면 계속 중환자실에 계셔야 하나요? 기도절개와 호흡기가 필요한 상황은 고 위험 상태이지만 유사한 만성 환자 다수가 세브란스 일반병동에서도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을 정도로 세브란스 병원의 진료수준은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중환자실에서 일반병동 이전에 환자의 건강지표 외에 가족의 찬반 의사가 반영되는 것이 일반적인 치료절차인가요? 우리가 전해들은 정보에 의하면 주치의가 일반병동 이동을 권했으나 동생들이 반대하여 계속 중환자실에 계시다고 합니다. 박사님과 오래하여 가족보다 가까운 지인이나 제자들도 치료방향결정에 참여할 수 없는지요?

- 박사님께서는 비록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고 계신 상태이나 일반병실로의 전원여부에 대한 의사 표명을 못하실 정도로 인지기능이 저하되신 것인지 아니면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것인지요?

많은 연구들은 중환자실 환자에게 나타나는 ICU Delirium, Psychosis, Dementia, 병원 감염 등에 대해 보고하고 있습니다. 김동길 박사님의 의학적인 상태가 일반병실 전원이 가능하다고 판단하시면 간호국의 도움을 받아 병실에서의 철저한 관리를 위한 간병인 교육도 준비하겠습니다.

사람들 속에서 행복해 하시는 김동길 박사님이 일반병실에서 사랑하는 친구, 제자 등 여러 지인들과 이전처럼 교류할 수 있다면 박사님의 몸과 마음은 분명 호전 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부디 박사님께서 인생의 후반부를 외롭지 않게 보내실 수 있도록 병원장님의 지혜와 배려를 부탁드립니다.

김동길 박사님의 치료와 관련하여 그동안 보여주신 주치의 선생님의 노고와 고심을 고려하여 병원장님을 수신자로 하여 청을 올려 부담을 드리는 점,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강창희 전 국회의장 

이용만 전 재무부장관

이영자 전 서울대교수 예술원 평생회원

유종호 전 이화여대교수 예술원 회장

김용원 전 대우전자 사장, 조선일보 논설위원

유일영 전 연세대학교 간호대학 교수, 명예교수

윤현주 전 서울대 성악과교수, 명예교수

차광은 전 차의과대학 부총장, 차병원 고문

김혜선 전 경희대 교수

강태진 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학장, 명예교수

신갑순   삶과 꿈 싱어즈 대표

김종열 전 연세대학교 치의과 대학 학장,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