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南北’ 뒷전 150억 돈판 끝까지 규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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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4월 현대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 박지원씨에게 150억원을 줬다는 이익치씨의 진술을 듣고 국민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할 지경이다.
박씨가 부인하고 있지만 특검이 청구한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에는 뇌물수수 혐의가 명시돼 있고 박씨가 먼저 돈을 요구했다는 내용까지 적시돼 있다고 한다. 어쨌든 150억원이 현대에서 나간 것은 사실이고 특검은 이 돈이 박씨에게로 갔다는 나름의 근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검의 판단이 옳다면 남북정상회담 뒤에서 온갖 돈판이 벌어졌다는 얘기가 된다. 뇌물액수도 150억원 이라니 단일 건수 최대 기록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선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북한에 제공한 5억달러를 어쩔 수 없는 ‘평화비용’이라고 이해해보려 한 사람들도 많았지만, 이런 어처구니없는 추문 앞에선 할 말을 잃게됐다. 남북정상회담이 이렇게 온통 돈으로 얼룩지면서 이를 ‘통치행위’라고 주장해온 김 전 대통령의 말도 상당 부분 설득력을 잃었다.
이제 국민들은 지난 정권이 회사채 신속인수제 등 온갖 무리를 해가며 현대 살리기에 급급했던 것이 햇볕정책 때문만이 아니라 150억원 뇌물이 효과를 발휘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것은 전 정권의 정당성 전체가 무너지는 사건이다. 특검은 150억원 뇌물 수수를 김대중 전 대통령은 몰랐는지, 150억원은 어디에 쓰였는지, 이 돈이 입금된 계좌의 주인인 김모씨는 어떤 사람이고 전 정권에서 무슨 역할을 했는지 등 국민적 의문점을 백일하에 밝혀주길 바란다.
만약 박지원씨 주장대로 150억원이 전달되지 않고 ‘배달사고’가 난 것이라해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회삿돈 150억원이 이런 식으로 사라져 버리는 기업이 남북교류를 독점하다시피 했고, 그런 엉망진창인 기업을 정권적 차원에서 보호했다면 정말 나라 꼴이 말이 아닌 것이다.
입력 : 2003.06.18 19:2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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