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훔쳤다. 나도 너도 여기저기서 훌쩍거렸다. 때때로 크게 소리 내어 웃기도 했다. 모름지기 좋은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감동을 선사하는 것이다. 감성을 건드리고 극대화할 때 뇌리를 휘졌고 심박 수를 끌어올리는 법이다. 그리고 현실적이어야 한다. 이 모두를 두루 갖춘 뜻 깊은 좋은 영화를 모처럼 봤다. 영화 ‘국제시장’의 총평이다. 그래서 흥행에서도 1주일 만에 200만 관객을 끌어드렸다는 것이 아닌가.

더욱 감동적인 것은 학생과 젊은 층이 많이 찾았다는 사실이다. 청소년들 아니 2040세대는 영어와 수학은 잘할지 몰라도 대한민국의 역사는 거의 모른다고 단정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소련의 비밀문건에서까지 드러난 6.25 남침을 두고 아직도 북침이라고 우기고 통일전쟁이라 미화하는 판이다.


대한민국의 건국과정을 전혀 모르는 것이다. 통일정부를 외치며 어정쩡했던 김구 선생은 살아있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이승만 대통령은 죽어버린 그야말로 이상한 대한민국이 된 것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다. 지금의 북한 3대세습독재의 악랄한 모습을 보면서도 종북 이념에 빠져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36년간의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을 맞았지만 정작 우리나라는 없었다. 미‧소(美‧蘇) 강대국의 세력 다툼으로 갈 길을 잃었다. 그 틈을 노린 김일성이 한반도 적화를 노렸고 이를 간파한 이승만은 자유민주주의만이 살길이라고 외쳤다. 그 외침이 그대로 적중한 증거가 공산주의는 모두 망했고 북한만이 세습왕조를 이룬 현실이다. 북한이 존재할 수 있은 것은 남한의 사회주의 이념논자들이 존재하기에 가능했다. 그 연장선상이 지금의 종북논쟁이다.

이승만으로 하여금 자유민주주의는 지켰지만 6.25남침 전쟁으로 인한 한반도는 초토화됐다. 5천년 역사의 기근은 더욱 가중돼 국민은 토탄에 빠졌다. 그 슬픈 역사가 영화 ‘국제시장’에서 잔잔히 그리고 절절히 묘사되었다. 흥남부두, 그 노랫말처럼 흥남의 미군 철수작전은 아비규환 그대로였다. 탈북만이 살길이라며 몰려든 인파는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마지막 떠나는 미군 수송 상선을 타기위해 목숨을 걸었다. 이야기는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그리고 탈북민의 유일한 삶터가 국제시장이었다.

미군 수송선에 오르다 동생의 손을 놓쳐버린 덕수(황정민)의 죄책감, 딸을 구하기 위해 물속에 뛰어드는 아버지의 깊은 부정(父情)과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어우러진 영화에서 관객은 숙연해 진다. 고마워서 울었고 안타까워서 흐느꼈다. 천신만고 끝에 남하했으나 갈 곳이 없었던 덕수의 네 가족은 국제시장 고모가게 ‘꽃분이네’에 얹혀살게 된다. 구두닥기를 하면서 미군이 던져주는 초콜릿을 얻어먹기 위한 싸움판은 안쓰러우면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아버지의 마지막 당부였던 ‘니가 가장이다’란 말에 책임감이 컸던 덕수는 때마침 불어온 파독광부에 응모하지만 낙방에 이르자 번뜩 일어나 애국가를 부른다. 뜻밖의 상황을 맞은 시험관도 함께 애국가를 합창하면서 함량미달이던 절친 달구(오달수)의 시험지까지 합격 도장을 꽝 찍는다.  

덕수가 파독광부를 선택한 집적적인 동기는 동생이 서울대에 합격했으나 등록금을 마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하 3천 미터 석탄광산에서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기면서도 오로지 돈을 벌어야 고국에 있는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집념 하나로 버티는 광부와 간호사들, 그 참혹한 일기에서 관객은 숨죽이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왜 박정희 대통령이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을 부둥켜안고 울었는지, 애국이 무엇인지를 일깨워 준다.

덕수의 운명은 파독 간호사인 영자(김윤진)을 만나면서 급반전된다. 독일 병원에서 시체를 닦아주던 영자를 우연히 보게 된 덕수와 달구의 미묘한 시선에서 남녀의 관계를 운명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렇게 만나 귀국 이후 결혼하지만 덕수는 여동생의 결혼자금을 위해 위험천만한 베트남 전쟁터에 나가게 된다.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기다가 베트남 난민들의 탈출 행렬과 맞닥뜨린다. 탈출 보트에 오르다 물에 빠진 소녀를 구하기 위해 총알이 빗발치는 강물에 뛰어든 덕수는 다리에 관통상을 입어 불구의 몸이 된다. 미군 수송선에 오르다가 손을 놓아버린 동생을 기리면서 베트남 소녀를 목숨 걸고 구한 것이다.

아내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아버지가 일렀던 가장의 역할을 다해냈지만 만년에는 자녀들로부터 소외당하는 괴리는 지금의 우리네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 눈물과 웃음이 뒤얽힌 ‘ 국제시장’이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는 가족과 조국에 대한 중요성이다. 그리고 아비지의 존재감이다. 나날이 부모에 대한 공경심이 떨어지고 애국심이 조롱당하는 불편한 현실에서 영화 국제시장은 신선한 충격이다.


따라서 성공적이다. 왜냐면 젊은 층의 호응이 기대 이상이기 때문이다. 평생 동안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책임감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덕수는 KBS의 이산가족 찾기를 통해 입양된 동생과 회우하면서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꼭 한번 보기를 권하고 싶은 우리들 삶의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