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당에 경제부총리도 저 모양이니
경제가 위기상황이라는데 이번엔 중심을 잡아줘야 할 경제부총리까지 ‘말’로서 시장을 뒤흔들고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그러잖아도 부처간 정책 혼선에 대한 시장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요즘이다. 이 마당에 경제팀장의 처지마저 저 모양이니 국민들이 이 정부 정책을 어떻게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김진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한 인터넷 매체 기자들과 가진 회식자리에서‘미국의 북폭(北爆) 의사’운운하는 발언을 한 배경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아무리‘나라 걱정’끝에 나온 말이라지만 소관 사항도 아닐 뿐더러 외교적으로는 물론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것이 뻔한데 어떻게 그런 말을 입에 올렸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김 부총리는 그게 부시 행정부 고위관리의 말이 아니라, 우리 정부가 미국에 설립한 연구소 소장의 현지 여론에 관한 정보보고를 전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더라도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한 김 부총리의 ‘중대한 실수’는 그대로 남는다. 더 큰 문제는 지난 13일 보도 이후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데도 즉각 해명·수습에 나서지 않고 시치미를 떼고 있는 바람에 외교부가 정정보도 요청에 나섰고, 결국 정부의 신뢰만 큰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새 정부 출범 이후 몇몇 장관들을 둘러싸고 벌어진 각종‘잡음’이나 구설수와도 성격이 다르다. 다른 장관들과는 달리 김 부총리는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프로’임을 자부하는 사람이며, 경제정책의 안정감을 상징하는 존재이기에 실망감도 더 크다. 이래서야 최근 경제불안에 대한 처방으로“경제정책 창구를 경제팀으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 전(前) 재경부 장관들의 충고가 먹혀들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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