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엔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하면서 조용히 사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정상적인 성장과정을 거쳐 병역을 마친 후 평범한 직장을 구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우리 사회의 주류이며 사회를 건전하게 지탱하는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조용하게 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큰 별난 사람들에 비해 푸대접을 받기 일쑤다.
반면 특이한 인생행로를 살아온 사람들도 있다. 평범한 사람들보다 튀는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이다. 남들이 공부할 때 애국심으로 데모를 주도했던 사람, 확고한 신념으로 당선될 때까지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 등은 분명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평범한 삶을 삶을 살아온 소시민들은 유리지갑이 많아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기약도 없는 국민연금도 말 없이 납부한다. 그렇다고 이들을 현실에 안주하는, 의식도 없는 집단으로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창조적 소수자(Creative Minority)’들이 역사발전을 선도한다면 ‘말 없는 다수(Silent Majority)’는 사회를 지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나라엔 자칭 애국자들이 너무 많다. 무슨 일에든 자기가 아니면 안 된다고 나서고 자기와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을 백안시하는 사람들 말이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 사회의 총체적 시스템이 평범한 사람들은 말 없이 일하는 데 비해 ‘별난 사람들’은 맘대로 큰소리 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우선 정치제도만 봐도 평범한 사람들은 참여가 어렵다. 지자체 선거는 공무원이나 공공단체에 근무하는 사람들에 대해 법으로 출마를 막고 있다. 이제 우리도 지방자치부터 유능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 낮에는 각자 생업에 종사하고, 밤에는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의회에 모여 수준 높은 주민자치를 꾸려가고 있는 외국의 사례를 본받아야 할 것이다.
또 보통사람들의 참여를 막고 있는 고시제도도 바꿔야 한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대박을 노리고 고시촌에 파묻혀 있는 진풍경을 외국인들이 보면 뭐라고 할까. 능력이나 인품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몇 개 과목의 암기력 테스트로 인생이 역전되는 이런 고시제도는 타당성을 잃었다고 봐야 한다.
(李奉洙 한국토지공사 부장·서울 송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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