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 論
국민의 합의없는 수도분할, 혼란만 야기
南松 林 基 完
(常任副會長)
정부의 행정부처를 놓고 재래시장의 물건 흥정하듯 여야가 합의하여 수도 서울을 쪼갠다니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그래도 대한민국의 세계경쟁력은 ‘서울’이라는 브랜드인데---
12개 부, 4개 처, 2개 청의 정부기관을 옮기는 ‘행정중심 복합도시’특별법이 난장판 속에서 국회를 통과했으나 우선 국민들로서는 여야가 무슨 기준에서 어느 부처는 남고 어느 부처는 옮겨야 하는 것을 결정했는지 모를 일이다.
여야모두가 충청표심을 얻기 위한 정략(政略)이었다면 나라 망칠 일이다.
수도를 쪼개면 결국 막대한 예산의 낭비와 국정운영의 비효율적임은 자명한데 일부 야당의원들과 국민의 거센 반대여론도 무시하고 왜 그리 서둘러 졸속입법을 해야 했나? 더구나 언젠가는 이루어야 할 국민적 숙원인 통일을 준비해야 할 처지가 아닌가?
18개 중앙부서 중 외교, 국방, 통일, 법무, 행자, 여성부를 서울에 남기고 나머지 12개 부서를 서울서 120㎞나 떨어진 남쪽으로 옮기겠다는 것은 통일보다는 영구분단을 전제로 한 수도분할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21일 헌재는 위헌 결정문에서 수도의 개념과 관련해 "국가권력의 핵심적 사힝을 수행하는 국가기관들이 집중 소재하여 정치, 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고 대외적으로 그 국가를 상징하는 곳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번 법안대로 부처 이전이 이뤄질 경우 또 한번 위헌소지 논란이 야기된다.
누가 봐도 국가 정치와 행정의 중추기능을 옮기는 것인데 그런게 아니라고 하는건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이미 수도권, 과천 등지에서 강렬한 반대가 일어나고 또 한차례의 헌법심판이 뒤따를 조짐이다.
이것은 국민통합에 역행하고 국론분열만 조장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우려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국민적 합의 내지 공감대를 형성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행정수도건설에 따른 갈등과 분열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정치권은 그동안 국민의 뜻을 모으는데 얼마나 노력했는지 되돌아보고 무엇이 국가의 이익을 가져올 것인가를 따져보고 지금이라도 국민 통합을 이뤄낼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를 외면한 채 정부·여당은 지역 달래기에 급급해 한건주의식으로 서울·수도권 발전 방안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수도권의 개발규제를 대폭 푼단다. 또 수도권 일대에 17개 산업클러스터(집적지)를 조성하고 수도권 공장 신·증설 규제를 완화하며 대학 신설과 이전 및 정원 증원을 허용하고, 서울공항을 이전하고 신도시를 개발하는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또 서울 도심·용산·강남·여의도·상암을 국제업무지구로, 도심·여의도·강남을 국제금융특화지구로 지정하고 도심·강남·구로·금천·상암을 정보기술 거점으로, 홍릉·불광동·강북·관악을 생명과학기술 거점으로 육성하는 등 화려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정부는 "서울이 인구과밀로 숨막힌다"라면서 수도이전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서울, 북경보다 못하다""서울, 멕시코시티보다 못하다"라는 광고물을 수도권 지하철안에 내걸고 서울이 외국도시에 비해 삶의 질이 떨어지고 외국기업도 외면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그랬던 정부가 행정도시 건설의 첫 삽도 뜨기 전에 서울에 사람과 돈이 더 몰려들게 할 정책들을 내놓고 있으니 국민들로서는 당혹스러울 뿐이다.
눈치 보이고 낯간지러운 벼락정책에 서울사람들이 아연실색하고 있다.
우리 서울토박이들은 결사코 수도 서울이 쪼개지는 꼴은 못 본다.
600여년의 서울의 역사는 그냥 이루어 진 것이 아니다. 선조들의 피와 땀이 서려 온갖 수난과 영욕을 만들어 가며 이뤄낸 산물이다.
세계도 이런 찬란한 역사적 문화유산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래서 "서울"이라는 브랜드는 곧 대한민국의 경쟁력인 것이다.
이제라도 국민의 합의를 거쳐 국가의 장래 이익이 되는 길을 선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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